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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PD Apr 28. 2024

32살, 내가 난임이라니? 1편

난임검사를 했는데 내가 난소암일 수도 있다고?

 결혼하고 두 달 정도 후, 남편과 아이를 갖자고 결심한 뒤 약간은 편안한 마음으로 임신을 준비했다. 한 달, 두 달.. 그리고 세 달 네 달. 임테기는 항상 한줄이었고 때맞춰 시작하는 생리는 내 마음을 우울하게 했다. 어렸을 적부터 심했던 생리통이 최근 3-4년간 참기 힘들 정도로 강해질 때가 종종 있어, 산전 검사도 할 겸 겸사겸사 산부인과에 방문해 보았다.


나이도 어리시고, 시도한 지 아직 1년이 안되어서 호르몬 검사까지는 안해도 될 겁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검사 항목이 작아 인터넷에서 찾아본 호르몬검사를 여쭤보니, 선생님께서 이렇게 답해주셨다. 그리고 이어서 보게 된 질초음파.


"어 잠깐만요, 여기... 음... 상태가 좋지 않아요. 추가적인 검사를 해봐야겠어요"


난생처음 하는 질초음파였는데, 진료실에서 문제없는 듯이 말씀하셨던 선생님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리곤 이어진 진료에선, 왜 이제야 왔는지, 그동안 통증이 참기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버텼는지 물어보셨다. 31살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생리를 건너뛴 적이 없고, 주기도 거의 정확했다. 매번 칼같이 시작하는 생리는 내 몸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게 하는 증명 같은 것이었다.


이날 진료에서 나는 심한 자궁선근증과 오른쪽 난소에 5.7cm 초콜릿낭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유착도 심해 생리날이 아니더라도 시시때때로 많이 아팠을 거라고 하셨다. 첫 진료부터 당혹스러운 결과를 받은 나를 위해 선생님께서는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설명해 주셨다.


혹 모양이 좋지 않아 종양표지자 검사를 추가할 예정이고, 결과가 나오면 대학병원에 소견서를 써줄 테니 추가적인 진료를 받아보라고 하셨다.


혹을 먼저 제거할 수도 있고, 난임센터에서 시험관을 먼저 진행할 수도 있는데 난소혹을 제거하면 난소기능이 떨어져서 추후 임신확률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혹(낭종)이 있는 상태로 임신이 잘되는 것은 또 아니라서 어느 쪽도 좋은 선택지는 없는 상황.


이때까지만 해도 종양표지자 검사가 뭔지, 선근증 혹은 또 뭔지, 시험관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다음날, 검사결과가 나왔으니 바로 내원해서 결과설명을 들으라는 문자를 받고 약간은 안 좋은 예감을 가진채 다시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음... 검사 결과가 너무 안 좋아요"


난소암을 판별하는 수치인 ca125가 501이 나왔다.(정상은 35 이하) 그리고 ca19-9는 92.5가 나왔다(34 이하가 정상)


얼핏 듣기에도 정상수치를 훨씬 능가한 숫자에 너무 충격을 받았는데, 너무 놀라서 그런지 눈물도 안 나왔다.


"제가 암이라는 건가요?"


종양표지자 검사=난소암인 것은 아니지만, 높은 수치라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은 시험관을 할 때가 아니라 혹 제거수술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하셨다. 다른 암과 다르게 난소는 몸속 너무 깊은 곳에 있어서 수술을 통해서만 조직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하셨다.


난임인지 확인하러 갔다가 난소암이라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리고 진료실을 나와 정신을 차리고 검사결과지와 대학병원 소견서를 받을 때 눈물이 터져 나왔다. 30년 동안 열심히 산 것밖에 없는데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다가왔는지, 모든 게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2주 후, 대학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보게 되었다.



글 업로드 주기가 길어질 것 같아 결과를 미리 말하자면 수술 후 난소암 조직검사는 양성(일반 내막종. 악성 X)으로 나왔답니다. 현재는 난임시술(시험관)을 진행하고 있으며 작년 10월부터 있었던 병원방문-임신준비 후기를 하나씩 기록해 보려고 브런치에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작년 첫 진료를 받고 다양하게 비슷한 후기들을 검색해 보았을 때 큰 도움을 받았어서 저도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기록해 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두들 건강하시길, 그리고 항상 평안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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