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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PD Aug 27. 2015

백종원의 요리 재료가 제일 잘 팔리는 이유

2015 쿡방 전성시대


나는 원래 쿡방을 정말 좋아한다. 요리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평범한 재료들이 조화를 이루어 마침내 멋진 음식으로 탄생하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다.

케이블업계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쿡방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할 때 함께 진행된 마스터 쉐프 코리아부터, 15분 만에 우리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냉장고 재료만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냉장고를 부탁해까지.


이젠 과거의 단순한 먹방을 넘어 쿡방의 시대다. 하지만 그 쿡방도 요리만 해선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 여느 방송이나 마찬가지지만, 일단 인기 있는 소재를 잡았더라도 프로그램 자체에 '재미'가 없으면 시청자들은 금방 채널을 돌린다. 요리 프로그램의 약점 중 하나는 주요 게스트가 요리사라는 것이다.


장르는 예능인데 평소 예능을 하던 사람이 아닌 요리사들을 모아놓고 방송을 하니 재미요소가 부족할  수밖에.

두개의 요리 프로그램에 같은 쉐프가 등장하는데, 유독 한쪽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요리뿐만 아니라 예능적인 컨셉을 잘 잡은 경우이다.

쿡방이 많아진 요즘, 눈을 호화롭게 하는 '요리'만으로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 쉐프와 연예인의 적절한 캐스팅. 요리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컨셉적인 요소까지. 모든 걸 두루두루 갖춘 후에야 사람들의 지속적인 시청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 하나의 인기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편집인데, 분명 같은 요리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더 맛있게 그리고 더 감칠 나게 요리과정과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예전엔 쉐프가 요리만 잘하면 됐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더 먹음직스럽게 요리하는 장면을 보니 이젠 밋밋한 요리프로가 재미없게 느껴졌다.

중심 내용은 쿡방분석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우울한 출근길에 써서 그런지 와르르 나와버렸다. 허허....

이제 진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백종원'에 대한 인기 요소 분석이다.

수많은 쿡방, 먹방을 즐겨보는 내가 유난히 백종원의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따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쉐프들이 나와 그들의 실력을 뽐내는 프로그램은 사실 유용하기보다는 그냥 눈이 즐겁다. 짧은 시간 안에 음식을 뚝딱 만들어내는 것도 신기하고 휘왕찬란한 기술을 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들의 요리를 따라하기엔 버거운 것들이 너무 많다. 흔히 요리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치즈조차 우리 집엔 없다.

그들이 쉽게 사용하는 요리 도구도 없고, 심지어 오븐도 없다. 항상 따라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재료가 한두 개씩 빈다. 흔히 자주 사먹는 재료면 또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집 앞 슈퍼에서 사왔다가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맞을 재료들이랄까...... 허허.



반면 백종원의 요리는 다르다. 다 우리 집에 있는 것들이고 없더라도 반찬거리 혹은 저녁재료로 엄마가 손쉽게 사올 수 있는 것들이다. 백종원 덕분에 우리 집 냉장고에 묵혀있던 재료를 해치우기도 했다. 이러니 여러 부모님들도 백종원을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흔히 요리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설탕 한 큰 술도 백종원은 소주컵  한잔이라는 정확한 도구를 이용하여 알려준다. 요리 초보들을 위한 그런 세심한 배려가 바로 백종원 인기의 숨은 비결이 아닐까 싶다.

백종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가 과도하게 사용하는 설탕에 대한 논란이 생겼을 때 백종원이 과연 제대로 된 요리사가 맞느냐라는 논쟁이 인터넷에서 발생했다.

요리사가 맞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요리고자들에게 한줄기 희망을 불어넣어준 백종원의 방식이 난 좋다. 물론 설탕이 아닌 각종 재료를 가지고 맛을 낸 고품질 요리가 이 세상에는 참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는 백종원 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요리 프로그램을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백종원은 요리하지 않던 남편이 아내에게 맛있는 저녁을 선사하게 했고, 무뚝뚝한 아버지가 난생 처음으로 주방에서 무언가를 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쿡방속에서 유독 백종원이 하는 쿡방의 재료가 많이 팔린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기억에 남지 않으면 하지 않는, 쉽지 않으면 따라할 수 없는 이들을
주방으로 움직이게 했다는 것."




평소 집에서 주로 스포츠를 즐겨 보시던 우리 아빠도 백종원 프로그램을 볼 때 만큼은 펜과 수첩을 들고 필기하신다. 그리고 방송 이후 실제로 시도해본 아빠의 요리가 우리의 성공적인 평으로 끝났을 때 아빠의 그 뿌듯한 미소는 내 마음까지도 흡족하게 한다. 때로는 엄마의 반찬보다 맛있어 아빠 어깨가 으쓱해질 때도 있다.



밖에서 밥을 사먹기 바쁘고 집에 와서도 쉬기 바쁜 우리들에게 가족의 즐거운 저녁을 다시 한번 선사해준 백종원의 요리 프로그램이 난 참 좋다.

각박한 세상에서 피곤하게 사는 우리내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작은 선물을 해주고 간 백종원.

나는 그런 백종원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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