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창업가가 만들어낸, 한국의 12번째 유니콘 기업
한국인 창업가가 만들어낸, 한국의 12번째 유니콘 기업. Sendbird(센드버드)는 월 2억 5천만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채팅을 뒷받침하는 API를 제공하는 B2B SaaS 회사다. 기업의 모바일 앱이나 웹 사이트 내에 채팅 기능을 넣을 수 있도록 ‘채팅 API와 서버’ 등의 메시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센드버드는 미국의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딜리버리 히어로, 넥슨, 엔씨소프트 등의 대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으며, 월 2억 5천만 명의 사용자가 센드버드의 채팅 솔루션을 사용 중이다.
현재 유니콘까지 올라 승승장구하고 있는 센드버드도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센드버드는 육아정보 커뮤니티 ‘스마일 패밀리’로 시작했고, 사이드로 만들고 있던 채팅 API 솔루션 B2B SaaS로 피봇했다. 이들의 피봇 스토리가 흥미로운 이유는 사이드로 시작한 채팅 API를 본업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스마일패밀리는 당시 누적 유저가 25만 명이 넘을 만큼 창업 초기 순조로운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2014년 서비스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하며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맞이한다. 30억 정도의 추가 자금이 필요했던 회사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Y 콤비네이터에 지원했으나, 면접관들은 동양의 미혼 남성 팀이 ‘미국 육아맘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듣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고,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그런데 그때 의외의 기회를 포착한다. 스마일 패밀리 운영 중커뮤니티 게시판에 불필요한 잡담이나 관련 없는 글이 도배되자 직접 채팅 API를 만들어 유저 간 채팅 기능을 구현했는데, 이 메시징 기능을 흥미롭게 보고 ‘메시징 솔루션’ 사용에 대한 타 기업의 문의가 들어온 것이다. 채팅 기능은 사용자 경험과 개발 구현 측면에서 굉장히 고려해야 할 측면이 많아 복잡한데, 당시 많은 기업에서 자체적인 서비스 개발 외에도 인 앱 메시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에너지를 할당해야만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굳이 강물을 거슬러올라가기보다는
누가 봐도 뻔하게 우리가 잘할 법한 사업을 하기로 했다.
2021년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가 DBR(동아비지니스리뷰)과의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센드버드 피봇의 핵심에는 팀과 제품 간의 적합성이 있었다. 초기에는 채팅 솔루션을 사이드 프로젝트로만 진행해오다가 점차 증가하는 잠재 고객 수요를 확인하고, 엔지니어 출신의 팀 구성원과 서비스 간의 핏(Team-Product Fit)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피봇을 결정했다. 구성원이 대부분 남성 개발자인 팀이 극복하기 어려운 미국 육아 시장에서 서비스를 지속하기보다 팀이 가장 자신 있는 ‘기술’에 주력하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센드버드 팀은 스마일 패밀리 운영 당시 채팅 기능의 중요성과 개발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고객사의 니즈에 잘 공감할 수 있었고 이를 충족할 탄탄한 기술적 솔루션을 가지고 있었다.
피봇을 했다고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2015년 ‘자이버’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솔루션을 사용하고자 하는 실수요자 외의 기존 투자자와 한국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SaaS라는 구독형 소프트웨어나 API 이코노미에 대한 인식 자체가 굉장히 부족해 B2B SaaS의 불모지와 같았다. 하지만 창업팀은 포기하지 않고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타겟하기로 판단했다. 2016년 Y콤비네이터에 재지원, 팀-제품 적합성을 인정받고 합격하게 되면서 팀은 완전히 피봇을 하고 사명을 ‘센드버드’로 바꾼다.
센드버드는 B2B 기술 기업으로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 중 수많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왔다. 특히나 비즈니스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이 한국과 굉장히 달랐는데, 이메일을 보낼때만 하더라도 구구절절 본인과 회사에 대한 설명을 나열하기 전에 ‘왜 당신이 우리에게 시간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요점을 간단히 밝혀야했고,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며 15분, 30분, 1시간 단계적으로 상대의 시간을 얻어내야 했다.
홈페이지 디자인 또한 한국 스타일에서 완전히 미국 현지 스타일로 탈바꿈해 시장의 고객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바꾸는 데에도 2~3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글로벌 투자 유치도 난관이었다. 천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센드버드 였지만 시리즈A 펀딩 유치 시 수십 곳 이상의 투자사에서 거절을 당했다. 김동신 대표는 2~3주 내에 투자 유치를 마무리한다는 새로운 계획으로 투자사 15~20곳을 만나면서 다른 VC의 텀싯을 바탕으로 다시 협상하는 전략을 펼치며, $16M 규모의 시리즈 A, $102M 규모의 시리즈 B 펀딩을 성공적으로 클로징한다.
현재 센드버드의 누적 투자금액은 2억 2000만 달러(약 2456억 원), 기업가치 약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센드버드는 2020년에 화상회의 플랫폼 ‘라운디’를 인수하고 모바일 앱에 음성 및 영상을 더한 ‘센드버드 콜’을 런칭했다. 2021년에 인공지능 기업 ‘스켈터랩스’와 제휴하며 AI 기술을 기존 채팅 API를 결합해 진보하고 있다. 음성, 영상, AI 기술을 통해 채팅 앱을 고도화하여 기업-고객 간 복합적인 소통을 지원하려는 것이다.
단순 소통을 넘어 구매, 고객 문의, 의료 상담 등 많은 영역이 ‘대화’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50억 모바일 인구의 대화를 통한 연결을 꿈꾸는 센드버드의 미래가 기대된다.
SaaS는 ‘Software as a Service(SaaS)’의 약자로, 말 그대로 소프트웨어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별도의 설치 없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운영된다. 리서치 기관 IDC에 따르면 글로벌 SaaS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성장률 39%를 기록했으며, 2020년 기준 1570억 달러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북미시장의 경우 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 기업의 80%가 B2B SaaS 분야이다. 또한 API 이코노미와 코로나로 시작된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관심은 B2B SaaS의 성장을 가속하고 있다.
초기 자동차 회사들은 부품 제작부터 제품 완성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한 기업이 담당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여러 부품들을 외부 업체에 납품받아 조립해서 자동차 하나를 만드는 효율적 분업 체계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처럼 소프트웨어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의 변화가 일어났다.
과거 서비스를 위해 인증과 결제, 문자 전송, 채팅, 거래 등을 모두 직접 구현해야 했던 시대에서 이제는 모든 것을 직접 개발하기 보다 잘 만들어진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입맛에 맞춰 가공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API 시장이 확대되었다.
왓츠앱을 포함한 메신저 앱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앱으로 등극하고 모바일 메신저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서비스들이 앱 내에 메시징 기능을 내재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채팅이라는 유저 경험 내에는 콘텐츠 전송, 오프라인 싱크, 이미지 및 욕설 관리, 커뮤니티 운영 룰을 위반하는 유저들을 차단하는 기능, 스팸 필터링, 자동 번역 등과 같이 다양한 시나리오와 세부적인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 난이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발행처: <2022 프로덕트 세계 리포트>
Editor: Ji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