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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달래 Mar 05. 2024

가슴에 손수건 달던 그날을 기억하시나요?

똥통에 빠져 죽을 뻔한 사건

때는 1972년 원주 중앙국민학교.

아빠가 원주에서 근무를 하셔서 입학했던 학교죠.

달래가 국민학교에 입학할 무렵에 입학식날은 왼쪽 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달고 입학을 했더랍니다.

운동장은 질어서 푹푹 빠졌던 날로 기억이 되고요. 엄마는 저를 멀리서 지켜보며 꽃샘바람에 동동 떨었던 날이었어요.

가슴에 손수건이 웬 말이냐 하시며

지금 학부형이 되는 분들은 웃으시겠지만 그때는 그게 12색 크레파스를 꼭 지참해야 하는 것만큼 필수였더라 이 말씀이죠. 콧물닦이용인지 그때는 화장지가 귀해서 그랬는지 저걸 1년 내내 달고 다녔었죠. 지금은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광경이죠.



네이버에서 퍼 옴


어제는 산책하다가 동네 초등학교를 지나가는데 학교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길래 뭐지 하고 돌아보니 입학식날이더라고요

꽃다발과 솜사탕 리어카가 있는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라 잠시 머물러 보았습니다.




봄꽃을 바라보니 꽃향기대신 밀려오는 아득한 내음이 있답니다.


문득 그날의 악몽이  떠올랐습니다.

입학한 지 며칠 안되어 쉬는 시간, 익숙하지 않은 몸동작으로 인해 발이 재래식 변소칸에 빠진 것입니다. 그나마 빠질 때 내 두 팔이 시멘트발 디디는 곳을 잘 짚어내서 두 다리가 빠지지 않아 완전히 빠지지는 않았던 거죠.

상상이 가시나요? 후후~

만약 제가 팔 힘이 약해서 완전히 빠졌더라면 저는 똥독에 올라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죠.

살아야 한다 라는 마음으로 소리를 질렀죠.


살 려 줘~~!!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답니다.


밖에서 웅성거리는 동무들이 선생님을 모셔와 나를  수돗가로 가서 씻기고  엄마를 부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답니다.

8살 때의 일이라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인지 내가 상상을 한 건지 어떤 때는 갸웃거리기도 하지만 기억은 오래가더라고요.

똥통에 빠진 그 사건으로 전교에 '똥달래'라고 소문이 쫙 나서 금세 유명해졌더랍니다.

그리고 2학기가 되어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어 그 사건은 내 머릿속에서만 남게 되었답니다.

지우개로 지우고 싶은 순간이긴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

이후로 재래식이 수세식으로 전면 바뀌면서 그 악몽은 차차 지워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답니다.


어제 입학식 광경을 보니 그날이 떠올라 혼자 웃음이 나왔습니다.


작가님들도 어릴 때 잊지 못할 그런 사건들이 있죠? 궁금합니다 저만 그렇게 빠졌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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