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AT Verbal, 왜 이런 형식으로 출제가 되며, 어떻게 풀죠?
제가 GMAT을 다룰 때마다 강조하는 점은, GMAT의 Verbal(버벌) 섹션은 전통적인 영어 시험이 아니라 논리 시험이라는 것입니다. 제목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는 한국 토종입니다. 태어나서 미국 MBA에 가기 전까지는 영어권 국가에서 거주하거나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경험도 없이 GMAT에서 720점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GMAT이 기본적으로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논리력을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영어로 진행되므로 영어권 거주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는 문제를 읽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조차 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비영어권 출신이더라도 논리적 사고력이 뛰어나다면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GMAT 버벌 섹션을 논의하기 전에, 이 섹션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측정하는 능력이 실제로 어디에 쓰이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해하고 나면 버벌 섹션 공부가 단순히 시험 공부가 아니라 좀 더 편하게 느껴지실 거에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MBA 수업은 주로 케이스 스터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케이스 스터디는 비즈니스 사례를 통해 학습하는 방법으로, 기업 상황, 제품, 전략, 산업 트렌드 등을 상세히 다룹니다. 이런 케이스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이 잘 만들어내기로 유명해서, 대부분의 학교에서 HBS 케이스를 활용합니다. 케이스의 길이는 5페이지에서 50페이지까지 다양하며, 구성은 기업 개요, 산업 내 위치, 경쟁 상황, 고객 특성, 중심 이슈, 해결을 위한 핵심 질문, 그리고 재무제표와 같은 부록 자료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첨부자료를 제외하고는 내용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작성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위의 AI 케이스는 AI의 정의와 산업 내 효용, 염려되는 사항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으로 깔끔하게 구성이 되어있는 편이지만, Bayer Crop Science 케이스는 갑작스레 2019년 6월에 운전 중이던 리암이 전년의 인수합병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수업에서는 케이스 스터디 자료 외에도 관련 기사나 보고서를 함께 제공하여 더 넓은 맥락에서 사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때로는 그 양이 수십페이지를 넘기도 하죠. 한 수업에만 이만큼 자료가 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똑똑하게' 읽어야 합니다. 핵심 문제는 무엇인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필요한 근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근거가 사실 기반인지, 혹은 가정에 기반한 것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케이스 스터디는 이러한 요소들을 명확하게 나누어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중요한 내용을 빠르게 추려내야 합니다.
GMAT의 독해 섹션(Reading Comprehension)은 이런 케이스 스터디의 미니 버전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문제들에 대해 주장과 근거를 빠르게 찾아내는 연습을 통해 마치 실제 내가 Top MBA 입학생으로 클래스에서 케이스 스터디를 분석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이러면 GMAT 준비도 조금 더 흥미롭고 의미 있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요?
제가 학교 다닐 때, HBS에서 나온 케이스 스터디 자료들로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배웠는데 그 비중은 좀 줄어드는 추세였습니다. 제가 다닌 UCLA는 변화가 빠른 테크와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강점이라,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게 다양한 기사와 보고서로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게스트 스피커들이 오셔서 학생들의 토론을 듣고, 실제 상황에서는 어떻게 고려되었는지도 설명해주셨죠. 이 후 간단히 자신의 인사이트들을 공유하고 끝내는 방식이었어요. 이런 토의 과정에서 상대방이 어떤 근거로 결론을 내렸는지, 어떤 편향이나 가정이 숨어있는지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했어요. GMAT 논증(Critical Reasoning; CR)과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GMAT CR을 풀면서 '나는 미국 Top MBA생이고, 지금 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이해해보자'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문제들이 편안해질 거예요.
일하는 중이든, 일상 속에서든 맥락을 파악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건 참 중요해요. 예를 들어 회의를 할 때 상대방이 어떤 근거로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 이해하는 게 필요하죠. 이때 이전의 맥락, 말 한마디의 뉘앙스, 표현 방식, 그리고 대화의 흐름을 잘 살펴보면 같은 말도 다른 의미로 풀이될 수 있어요. 보고서나 문서를 작성할 때도 비슷하죠. 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가정을 포함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가정이 타당한지, 혹은 문제가 될 수 있는 크리티컬한 요소가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죠. 책을 읽거나 신문 기사, 블로그 글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GMAT 버벌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어느새 이런 논리력을 키워왔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GMAT 버벌 공부도 재밌어질 거예요, 그렇죠?
자, 그럼 GMAT 버벌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문제 형식으로 출제되는지 살펴볼까요?
올해, GMAT 버벌 섹션에서 큰 변화가 있었어요. 문장 교정(SC) 문제가 더 이상 출제되지 않습니다. SC는 문법 오류를 찾고, 문장의 전개 방식과 논리력을 평가하는 유형이었는데요, 문장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판단하는 것이 저처럼 한국 토종에게는 꽤 어려웠습니다. 이제 GMAT 준비하시는 분들은 논증(Critical Reasoning, 이하 'CR')과 독해(Reading Comprehension, 이하 'RC')에 집중하시면 되겠네요. 두 섹션 모두 특정 산업 분야에 대한 사전 지식을 요구하지 않으며, 주어진 정보 안에서만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CR은 위처럼 정보, 문제, 정답지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정보는 주장 혹은 사실적 정보가 나열되어 있고, 문제는 이를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습니다. 정답지를 볼 때에는 논리 구조와 연결성이 가장 적은 것부터 배제하면서 답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문제를 먼저 빠르게 살피고 정보를 파악하는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이는 문제 유형을 통해 정보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고, 문제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정보나 중요한 제약 사항을 고려하여 정보를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방법이 모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니, 여러분에게 맞는 접근 방식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RC는 지문, 질문, 정답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문의 길이는 스크롤을 꽤 내려야 할 정도로 긴 것부터, 짧게 마무리되는 것까지 다양해요. 각 지문에는 보통 3~4개의 문제가 따라오고, 문제들은 한 번에 모두 볼 수 없으며 하나씩 차례로 화면에 나타납니다. 지문 유형은 크게 주장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두 가지로 나뉘는데, 어떤 유형인지 바로 알아채기는 쉽지 않죠.
읽으면서 특히 주목할 점들은 이렇습니다.
각 단락의 시작 부분, 특히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문장은 주제 문장으로서 단락의 내용이나 목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용에 놀라운 변화나 방향 전환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중요한 결과나 결론이 나타나는지 살펴보세요.
여러분이 읽고 있는 문장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큰 결과를 암시하는지 알아보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세요.
새로운 문장이 예상된 내용인가, 아니면 예상치 못한 내용인가?
이전의 정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가?
질문에 답하거나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가?
내용을 정리할 때는 가능한 명확하고 간단하게 하세요. 예를 들어, 선을 그어 간단히 감정이나 태도를 나누고, 주요 아이디어는 기호나 약어로 표시해보세요. 이 노트를 정말 엉망진창으로 써도 본인만 알아볼 수 있으면 괜찮습니다. 어차피 남들 보여줄 거 아니고 여러분 시험 보는 동안에 기억을 돕기 위한 것이잖아요? 본인에게 편한 방법을 찾아 사용하세요. 이렇게 정리를 하려면 지문과 마치 대화하듯, 깊이 빠져들어서 호기심 가득하게 따져가며 읽을 때 더욱 효과적이랍니다. 피할 수 없는거, 즐기세요!
작가의 태도나 의도를 파악하면서, 문장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해요. 이런 연결고리를 찾을 때 시그널 단어들이 도움이 됩니다.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첫 읽기 때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돼요. 문제에서 필요로 하면 그때 해당 부분을 다시 자세히 읽으면 됩니다. 아래 도움 되시라고 시그널 단어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GMAT 버벌 시험의 시간 분배와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GMAT은 Adaptive Test라고 해서 응시자가 문제를 풀면서 정답을 맞출 때마다 문항의 난이도가 조절됩니다. 따라서 초반에 연속으로 정답을 맞추면 난이도가 올라가며, 이는 곧 높은 점수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초반에 실수를 하면, 후반부에 많이 맞추더라도 점수가 크게 오르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초반 12문제까지는 시간을 좀 더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각 문제에는 대략 2분을 할애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빨리 풀 수 있다면 절약한 시간을 다른 문제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한 문제에 3분 이상 소요된다면 그 문제는 건너뛰거나 나중에 다시 풀기로 마음먹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올해부터는 각 섹션을 모두 풀고 나서, 시간이 남아 있다면 최대 3개의 문제를 다시 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처음에 틀렸던 문제를 나중에 고쳐서 맞추더라도 이미 지난 문제들의 난이도는 바뀌지 않으므로 가능한 한 처음 시도에서 정답을 맞히는 것이 유리하겠죠?
풀지 않은 문제에는 패널티가 주어지므로 모든 문제를 풀어야 고득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찍는건 마지막 4문제 정도가 남았는데 시간이 1분정도밖에 안남았을 때 하세요. 여러번 모의 시험들을 보시고 나면 어떻게 본인에게 맞춰서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좋을지 아실거에요. 여러분만의 비법을 세울때까지, 화이팅입니다!
앞서 MBA 케이스 스터디와 토의 얘기가 나왔으니, 제 경험도 잠깐 공유해볼게요. MBA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영어 말하기가 너무 무서워서 사람들 눈에 덜 띄는 자리만 골라 앉곤 했어요. 하지만 1년이 지나자 제 영어 실력은 그대로인데 마음은 엄청 편해지더라고요. 그러고 나서는 수업 중 콜드콜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손을 들어 발표하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케이스에 나온 세부 내용을 꼼꼼하게 정리해서 가지는 못해도, 전체적인 구조와 주요 질문 포인트들을 파악해서 수업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어요. 영어가 조금 부족하다고 해서, 제 생각도 부족한 건 아니니까요! �
다음 글에서는 GMAT의 수리 영역(Quant, Math)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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