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자신들의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 이유
분명히 어제 많이 잤는데, 책만 펴면 눈이 감기고...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책이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하게도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밀리의 서재는 자신의 오디오북을 '수면제'라고 칭합니다.
왜 그들은 자신들의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을까요?
밀리의 서재는 월정액으로 도서를 대여해 읽을 수 있는 전자책 서비스입니다.
즉 [ 월정액으로 도서를 대여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와 '전자책'이 밀리의 서재의 핵심 키워드]이죠.
우선 전자책을 살펴보면
종이책 대비 전자책의 두드러진 특징은 책을 읽을 수 있는 e-리더, 태블릿, 스마트폰과 같이 얇은 기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가벼움'이고
두 번째로, 구독 서비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서비스나 제품을 자유롭게 반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즉 제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대여'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두 가지의 특징이 합쳐진 밀리의 서재는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가벼움'과 다양한 도서를 마음대로 '대여'할 수 있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밀리의 서재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요?
소비자 입장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등 전자기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은
가볍게 느껴집니다. 구독 서비스 또한 소비자가 서비스나 제품을 '대여'하는 것 이기 때문에 구매하는 것
보다 가볍게 느껴집니다. 도서는 다른 콘텐츠 대비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활동이예요. 그렇다면 '가벼움'과 '대여', 다시 말해 가벼운 것을 간편하게 대여한다면 과연 소비자는 그것을 무겁고 진득하게 읽을 수 있을까요?
전자책의 장점과 구독 서비스의 장점은 뚜렷하나 이러한 특징이 합쳐지게 될 때 불협화음이 발생합니다.
불협화음은 완독률입니다.
과거에는 책을 달달 외워야 '책을 읽었다'라고 표현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정독해야 하니 완독(完讀)은 불가피했어요.
완독률이 낮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밀리의 서재는 '책을 다 읽었을 때'가 아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를 보았죠. 책을 끝까지 읽는 것보다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밀리의 서재 CF 조정석 편의 멘트를 살펴보면
베스트셀러라 했는데
평점도 높았는데
겨우 열 장 읽다가
독서를 포기하네
300만 명이 읽고 골라준대
300만 회원이 알려주는 '완독 지수'
끝까지 읽을 책
누구에게나 완독의 기쁨을
인생 책을 찾아봐
10만 권 속에서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
표지 예뻐 골랐는데
목차는 재밌었는데
꾸역꾸역 읽다가
독서를 포기하네
베스트셀러 읽다가 덮어도 돼
오디오북 듣다가 책 봐도 돼
인생 책을 찾아봐 10만 권 속에서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
위의 멘트를 살펴보면 밀리는 ‘독서를 끝까지 할 수 있는 책을 찾아보라' 제안합니다. 밀리의 서재가 이런 제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유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책을 보유함과 동시에 도서 대여를 통해 다양한 도서를 제한 없이 읽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예요. 또한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는 완독률 문제는 ‘완독 지수’를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를 하다 덮어도 된다’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메시지로 인해 밀리의 서재는 완독에 사로잡혀있는 기존의 독서의 개념이 아닌 독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죠. 이는 종이책만 있었던 시대에서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도서가 등장하면서 단순히 전자책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도서 형태에 적합한 독서 가치관까지 함께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완독률에 사로잡혀 있는 기존 독서 형태의 관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수면제’는 단점이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새로운 독서 가치관을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수면제’는 밀리의 서재의 강점을 무엇보다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밀리의 서재는 이러한 새로운 독서 가치관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독서를 통해 더욱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담겨 있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