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는철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YEON Sep 24. 2021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차이

의도를 찾는 것과 형태를 보는 것.

사회적인 활동은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대화를 할 때 상대의 몸짓과 표정을 보고 의도를 알아차리는 것, 누군가 쓴 글을 보고 생각을 하는 것, 음식을 먹기 위해 보고 집는 것 등등. 세상에는 봐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접시 위에 있는 빵을 집어서 먹기 위해서는, 우리는 빵을 보아야 합니다. 빵을 안 보고 집어서 먹기는 어려워요. 빵을 먹기 위해 바라보는 것은 단지 그 빵이 어디에 있는지 보기 위함이죠. 저는 이것을 빵이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는 형태를 보는 것.

 

그러나 이와 다르게 보는 것은 눈에 비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화할 때 같은 말이라도 상대의 표정과 몸짓, 손짓에 따라 말의 의미가 변하는 것처럼 , 우리는 말을 하는 상대의 의도를 좀 더 명확하게 알기 위해 보는 것이죠. 이때 보는 것은 상대의 표정이 어떻게 구겨지는지, 손을 어떤 모양으로 접는지, 상대의 눈이 어떤 색상인지가 궁금한 것이 아닙니다. 눈에 비치는 상대의 형태를 보는 것이 아닌 의미를 찾기 위해 보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글을 보아도 개개인의 가치관과 생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합니다. 예를 들어 “흔들리는 눈동자”라는 글을 본다면 이것이 과연 형태적으로 눈이 흔들린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흔들리는 간격이 어느 정도인지, 아니면 심리적으로 불안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궁금합니다. 이 글쓴이는 과연 어떤 “흔들리는 눈동자”를 전하고자 했는지를 말이죠. 그리고 저는 이 글쓴이의 의도를 찾는 것, 혹은 다른 의미를 찾는 것, 이것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잘 보는 것은 무엇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를 보는 것이 보는 것이라면, 저는 두 가지의 잘 보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상대가 어떤 의도로 전달하는지 어떤 기분을 전달하는지, 어떤 형태를 전달하는지를 명확하게 보는 것입니다. 글쓴이는 어떤 의도로 이 글을 썼는지, 그림이라면 이 화가는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말이라면 어떤 것을 전달하려고 했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두 번째는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것을 보는 것입니다. 명화나 시를 볼 때, 이러한 의미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것처럼요. 스티븐 레빗의 괴짜경제학에선 뉴욕의 연간 살인자 수 그래프를 보여줍니다.

뉴욕 연간 살인자 추이

90년대 이후 살인자의 숫자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이 데이터를 보고 원인이 무엇인가? 라고 생각하며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인구수 감소에 따른 현상이다, 이 시기 시행된 범죄와의 전쟁 때문이다. 등등 그러나 래빗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의견을 내놓습니다. 1973년 미국 대법원에서 낙태를 허용하는 판결 이후 잠재적으로 문제아가 되었을 태아들의 출산이 줄어들게 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요. 중요한 건 이 주장이 옳고 그름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뉴욕의 범죄율에 대한 데이터를 보고 낙태와 연관 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잘 보는 두 번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