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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주 비올라 May 24. 2023

심리조작

육아라는 긴 터널

결혼 전, 

나는 주말마다 다양한 모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었다.

내 전공이었던 기업교육(HRD)은 기본이고, 전공을 조금 넓혀보고자 인사(HR)담당자들 모임,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기업합병(M&A) 스터디와 부동산 스터디, 고려대에서 진행하던 미래 공학까지. 저녁에는 취미로 살사를. 나는 늘 새로운 모임과 기존 모임에 참가하느라 스케쥴이 무척 타이트했다. 


과거완료 시제이다.


결혼과 동시에 주말마다 나는 시댁으로 향했다.

나의 세상이 오로지 시댁으로 좁아졌다.

그러다가 출산과 동시에 나는 터널 속에 갇혔다.


매일이 아이와 단 둘이서 24시간을 함께 하는 단순한 일상이 반복되었다.

만나는 사람은 모두 엄마들이었다.

그것도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를 키우고 유사한 가정환경을 가진 엄마들.


외부로부터 차단되어, 오로지 육아라는 하나의 목적만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

내 아이, 아니면 함께 하는 우리 아이.

그게 전부인 세계.



그 터널 속에서, 나는 너무 준비없이 엄마가 되었다는 자책과 비난을 반복했다.

엄마가 불안해서 아이도 정서가 안정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매스컴의 심리조작에 깊이 빠져들었다. 

주변에서는 너무나 다양하게 많은 교육을 제공하는데, 우리집 아이만 뒤쳐지고 있다는 경쟁심리.

그런 터널에 갖힌 채 반복되는 심리조작으로 나의 세계는 오로지 육아만이 남게 되었다.


육아를 제외하면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늘 다른 엄마들을 살피고, 눈치를 보고, 지나치게 배려했다.

집안에서는 아이의 상태를 살피고 지나치게 맞춰 주었다.

육아에 전혀 관심없이 밖으로만 도는 남편을 그저 내버려 두었다. 


나는 육아라는 긴 터널 속에서 의존성 인격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의존성 인격장애는 자기애성 인격장애(나르시스트)인 남편과 찰떡 궁합이 되었다.

오래했다.


이 사람과 어떻게 살아가지? 가능할까? 하던 의문들은 

육아를 하는 긴 터널의 생활동안 그저 매일을 견디다 보니

어느새 15년를 살아왔더라.


그래,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지.

15년은 긴 세월도 아닐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짧은 세월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제 돌아보니

육아에 갖혀 있는 동안 나에게는 자립을 할 경제적인 여유와 수단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결혼 전에 가지고 있던 재산들은 모두 사라지고

육아에 집중하는 동안 다시 직장을 갖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

나는 너무나 가난해졌다.


가난은 터널을 벗어날 수 없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그래서 사창가에 여자가 오면 가장 먼저 높은 금리의 빚을 지게 만든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처음에 생긴 빚을 갚을 수 없도록, 그래서 결국 터널을 벗어날 수 없도록.


나는 육아라는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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