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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리뷰의앨리스 May 31. 2021

말의 힘


말은 팩트를 바꿀 수 없지만, 사람들이 사실을 인식하는 방법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단어를 이용해서 사람들이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필터를 만드는 건데요. 단어 하나로 그 사람을 좋아하게도 싫어하게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친한 친구가 내가 처음 만나는 어떤 사람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의 실제 신뢰도에 상관없이 우리는 그 사람을 못 믿을 사람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믿을 수 없는’이라는 말 때문에 그 사람을 못 믿을 사람으로 판단하는 필터(부정적인 초두효과)가 만들어진 건데요.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말하는 방식이나 행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형성된 부정적인 초두효과를 없애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친구가 말한 ‘믿을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그 사람을 믿어주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지만 않으면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볼 가능성이 커지는데요. 그때는 부정적인 초두효과를 뛰어넘기도 쉬워집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쉽게 인식되기 때문에 그런데요. 이 때문에 부정적인 초두효과를 없앨 확률도 낮아지는 겁니다. 


반대로 친한 친구가 내가 처음 만나는 어떤 사람에 대해 ‘친절하다’고 말하면, 우리는 실제 그 사람의 친절도와 상관없이 좋은 사람으로 인식할 겁니다. 첫 만남에서 그 사람의 불친절한 행동을 보게 되더라도 여러 번 만나서 친절도를 직접 확인한 적이 없어도 애써 그 사람을 변호하려 할 텐데요. “오늘 안 좋은 상황이 있었나 봐요,” “타이밍이 안 좋을 때 만난 것 같아요,” “누구나 가끔 그럴 때가 있죠” 등 말입니다. 처음에 친절한 사람이라고 설명들은 경우 우리는 실제로는 불친절한 그 사람이 친절함을 보여줄 때까지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초두효과로 인해 다른 사람들보다 이득을 얻는 셈입니다.


손만 뻗으면 어디서든 얻을 수 있는 방대한 양의 정보들로 인해 우리는 전체 뉴스 자료를 일일이 참고하지 않습니다. 신문 한 가지, 뉴스 프로그램 한 가지 등 필터가 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는데요. 미디어를 통해 팩트를 보는 방식에 쉽게 영향을 받게 되는 겁니다. 공인된 언론 방송의 뉴스를 통해 편향된 견해가 전달되면 독자들은 그 필터로 팩트를 보게 됩니다. 독자들은 더욱 균형 잡힌 매체에 노출되기 전까지 그 필터를 계속 갖고 있게 되는 건데요. 문제는 요즘 사람들이 뉴스 자료를 여러 각도로 참고하지 않기 때문에 이 필터는 쉽게 제거되지 않는 점에 있습니다.



저도 학창 시절 긍정적인 초두효과를 이용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살면서 본 두 번째로 예쁜 여학생에게 푹 빠졌었는데요. 너무 친해지고 싶어서 앞뒤 재지 않고 말을 걸어볼 방법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뜩 그 아이의 절친에게 “너무 예쁘고 성격이 좋아서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하면 곧바로 그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그럼 그 아이는 두 가지 중 한 가지 반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제가 마음에 든다면 저를 자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보기 때문에 저를 좋게 생각할 거고, 제가 마음에 안 든다면, 무슨 수가 있어도 저를 피하려고 할 겁니다. 다음 날 그 아이를 마주쳤을 때, 나를 보고 살짝 웃는 모습을 보고 나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서도 보면 경찰이 용의자를 면담할 때 초두효과가 등장하는데요. 살인범으로 지목받은 용의자를 수사할 때, 경찰이 용의자가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경우입니다. 설령 무죄인 증거가 있더라도 용의자의 말, 행동 모두 유죄의 증거로만 보이는데요. 경찰이 강압적인 질문을 할수록 용의자는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경찰이 자신을 범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하지도 않은 일로 형을 받을 것 같아서 더 긴장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더욱더 용의자를 범인으로 확신하게 됩니다. 진범이 검거되기 전까지 말입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런 초두효과를 최소화하는 한 가지 방법은 반대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반대되는 결과를 스스로 훈련해보는 건데요.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이 팩트로 들린다면 그 사람이 거짓말 말하는 상황을 가정해보는 겁니다. 대화를 해나가면서 두 가지 상황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들을 수집하면 되는데요. 정직한 사람들도 가끔 거짓말하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부정직한 사람들도 정직해 보이는 말과 행동을 골라서 하기 때문에 두 가지 상황 중 더 많은 근거가 모이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새로운 물건을 사면 스스로 왜 그런 판단을 내리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대부분 초두효과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을 확률이 높습니다. 신입 사원이 고용주에게 줬던 첫인상이 최종 합격에 강력한 영향을 줬을 것이고, 이직을 희망하는 직장인의 경우 이전 부서의 평판에 따라 수락 여부가 결정됐을 겁니다. 치약을 새로 샀다면 믿을만한 사람 4명 중 3명이 그 브랜드를 추천해서일 텐데요. 말의 힘을 알고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은 삶의 방향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저자 Jack Schafer의 허락을 받아 재구성한 글입니다.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법적인 제재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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