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수정 Aug 07. 2023

엄마는 암환자, 나는 임산부_1

우리는 왜 같을까?

엄마는 폐암 3기 환자고, 나는 임신 8개월 임산부다. 


우리는 많이 닮아 있다. 

둘다 몸 안에 우리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덩어리가 들어있다. 

엄마의 폐 안엔 죽음의 덩어리가, 내 뱃속엔 생명의 덩어리가. 


그런데 우리는 서로의 덩어리에 더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나는 점점 두려워지고, 엄마는 점점 더 용기가 생겨난다. 


그리고 우린 같은 음식을 먹는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 짠 음식도 못먹는다. 레토르트 식품은 더더욱 못먹는다. 

그런데 늘 먹고 싶다. 그래서 우린 함께 이야기하며 상상한다. '비빔면 한 젓가락 먹고싶다고'


피부속에 숨겨진 덩어리들을 서로 어루만져본다.

도대체 넌 어디에서 왔니 ? 왜 왔니? 


누군가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할테고, 응원을 할 수 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냥 일상을 살고 있는데 몸이 조금씩 불편해지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이 불편함을 좀 개선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산다. 


좀 답답하면 여행을 떠나면 그만이다. 더운 여름엔 강원도 평창에 가서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고, 오대산 자락을 걷는다. 그리고 아빠가 계시는 제주도에 가서 무더위에 꼼짝도 못하고는 근처 마트에 가서 맛난 해산물을 잔뜩 사서 한상차려 먹는다. 그러다 조금 피곤해지면 서로 짜증을 내다가 각자 방에서 한숨 잔다. 

다시 일어나 다시 배가 고파져서 고구마를 쪄서 간식을 먹고는 산책을 나간다. 


우리의 생채리듬이 너무도 비슷하여 가끔 깜짝 놀란다. 





작가의 이전글 1. 나 자신을 위한 출산준비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