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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Apr 20. 2024

#43. 영어 스터디 스물네 번째 모임 후기

: 헛짓할 만큼 시간이 충분치는 않지만 소소한 스터디가 소중한 이유


A: There's not enough time left for me for those kinds of shenanigans.

   (꼬마야, 이 할아버지에게는) 그런 헛짓을 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단다.

B: There’s always time.

   (할아버지한테도) 늘 시간은 있어요.      


❚이번 모임에도 고맙게 새로운 분이 오셨다.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토요 자습을 하러 일찍 등교를 해주는 덕분에 나의 토요일 오전은 한결 여유가 생겼다. 지난 모임에 이어 이번 토요 모임에도 모임 시작 시간 훨씬 전에 도착했다. 환기도 시키도 집에서 내려온 커피와 오는 길에 사온 빵도 테이블에 차릴 시간도 충분하다. 그런데 역시나 나의 예상과 달리 일찍오시는 멤버가 이번 주에도 계셨다. 멤버가 되신 지 한 달 가량 밖에 되지 않은 분과 지난 번에 처음 오신 분이 일찍 오셨기에 마음이 갑자기 바빠졌다.      


분위기가 어색하게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해 스몰 토크를 하면서도 내 마음은 갑자기 바빠졌다. 결국 이도 저도 안되는 상황이 되버려 염치불구하고 테이블 세팅을 그 두 분께 부탁드리고 나는 스터디 시작 전에 노트북 연결과 유인물 복사를 하느라 분주해졌다. 다행히 두 분이 기꺼이 일을 도와주셨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당근 앱으로 새로 와 보시기로 한 분이 몇 분 계셨다. 내심 새로운 분이 오실 거라 기대를 하며 스터디를 시작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중년 남성이 들어오셨다. 대부분 멤버가 여자분이지만 남편도 스터디를 같이 하고 있는 덕분에 남자 분들도 별 불편함 없이 스터디를 참여하고 계신다.      

매번 새로운 분이 스터디를 찾아주시면 마음 속으론 급한 마음이 든다. 당장 연락처를 받아서 카카오 챗방에 초대해서 다음 스터디도 그 다음 스터디도 계속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오늘 스터디를 같이 해보시고 기대하신 부분이 충족되신다면 나가실 때 연락처를 주시면 스터디 톡방에 초대해드릴게요.” 하며 애써 차분함을 유지했다.      


최대한 그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실 수 있도록 기회를 드렸다. 오늘의 명언이 모임의 첫 코너다. 이번에는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 연설문 중에 한 문장으로 시작했다.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

- Steve Jobs -     



10대 20대는 덜 공감할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중년의 나이인 멤버에게 이 명언은 심각하게 들리지만 충분히 대화의 주제로서는 괜찮을 것 같아 이번 주 명언으로 선택했다. 새롭게 오신 분이 있는 소그룹에서는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게 다소 너무 갑작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분이 포함된 그룹에 참여해서 그분의 영어 공부 동기와 방법에 대해 질문을 하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영어 원서 읽기를 하는 부분에도 좋은 피드백을 드렸다.      


새로운 방문자를 맞이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새로운 분을 맞이하는 방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사실 이건 두어달 전 나의 시행착오 덕분이기도 하다. 그 날 따라 새로운 분들이 꽤 많이 오셨었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을 즘이라 그랬을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분들은 그 첫 모임이후로 모임에 재방문을 하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유가 비단 그분들의 작심삼일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날은 기존 멤버 보다 새로운 분이 많아서 스터디 소개와 나의 소개를 좀 해드렸다. 하지만 되돌아 생각해보니 그들은 그게 궁금하지 않았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여테껏 어떤 스터디를 해왔는 지 나의 경력, 학력 같은 것들을 그들이 알아서 뭐에 쓰겠는가? 어쩌면 내가 모임을 알리는 데 신경 쓰기보다 그 분들을 더 알려고 하는 데 더 신경을 썼었으면 그날 이후 그 분들 중 몇 분이라도 계속 모임을 참석 했을 지도 모른다.      


❚점점 40대~ 50대의 모임으로 변모하는 느낌

최근 당근 앱으로 가입 문의를 해오시고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은 대체로 40대~ 50대 분들이다. 스터디를 운영하는 나와 남편과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이 점점 스터디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게 나쁘지는 않다. 같은 세대로서 가지는 세대의 공감, 중년이 누리는 시간 적 여유, 그리고 인생의 타임 라인에서 같은 시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모임에 대한 소속감이나 애착심을 심어주는 것 같다.       


❚Small Talk는 Small하지 않다.

오늘 두 번째로 나눈 코너는 좋은 영어 영상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NTCM7cbrsc    

<Small Talk>

A: There's not enough time left for me for those kinds of shenanigans.

   (꼬마야, 이 할아버지에게는) 그런 헛짓을 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단다.

B: There’s always time.

   (할아버지한테도) 늘 시간은 있어요.      


영상 속의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남은 날들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 하며 자기 자신에게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행복이나 기쁨을 누릴 기회마저 주지 않는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꼬마처럼 볼 수도 있고

할아버지처럼 볼 수도 있다.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에게 어쩌면 스티브의 명언이 그 해답을 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       


대화 속 할아버지가 말한대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함을 인정하고

하지만 그 유한한 시간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대화 속 꼬마처럼 우리는 충분히 기쁨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소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는 스터디 모임

스터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에게 질문해봤다.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      


난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도 이렇게 내가 쓰임 받는 곳에서 즐겁게 나누며 살 것 같다. 내일 죽는다는 생각에 몰두한다고 달라질 것 없고 내일 죽는다는 사실 때문에 오늘 하루를 그저 슬픔에 잠겨 시간을 허비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문득 엄마의 마지막 삶의 모습을 떠올렸다. 엄마는 자신의 효능감을 상실하고 더 쓸쓸해 보이셨다. 어쩌면 나는 그런 노년을 두려워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디에서나 쓸모 있는 사람, 쓰임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쓰임 받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기쁨이 나에게 소중한 거라면 난 돈이 아닌 그 기쁨을 벌기 위한 일도 기꺼이 할 생각이다.    

  

나에게 스터디 모임은 그래서 소소하지만 사소하지 않다.


여러분에게 소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기쁨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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