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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May 06. 2024

#44. 영어 스터디 스물다섯 번째 모임 후기

: 조용한 방에 홀로 앉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All men's miseries derive from not being able to sit in a quiet room alone.

(모든 사람의 불행은 조용한 방에 혼자 앉아 있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 Blaise Pascal -     


❚새로운 분들이 주는 확신

이번 모임에도 감사하게 새로운 분이 세분이나 오셨다. 수학 공부방을 하시는 분과 퇴직을 하신 두 분이신데 모두 영어와 관련이 없는 분야에 일을 하시던 분들이시다. 어른 대상 스터디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과연 몇 분이나 영어 공부를 진지하게 하고 싶어나 하실 까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스터디 횟수를 거듭하면 할수록 의외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성인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분들에게 영어 공부는 영어 시험 성적을 얻기 위함이 조금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그 자체를 즐기시는 것 같다. 마치 내가 골프 스킬을 연마하며 남들과 같이 골프를 칠 수 있는 그 즐거움처럼 말이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로 나의 전공은 Adult Education이었다. 여전히 그 학문은 신생 학문이다. 우리나라에는 학위 과정으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나의 전공에 대해 나 자신도 참 낯설어하며 그 과정을 이수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렇게 막상 성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에 있어서 그 당시 배운 것들이 다 귀하게 쓰이고 있다. 인구 절벽과 노령 인구 증가, 무엇보다 고학력 인구의 노령화는 지적 만족을 추구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물론 근원적으로 남과 함께 하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도 있지만 계속 성장하고 싶은 욕구 역시 배움의 동기라는 사실이다.      


작년 초 스터디를 처음으롤 개시하던 때와 현재 스물 다섯 번째 모임을 하고 있는 현재 나의 확신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때는 어쭙짢은 나의 강연이나 수업에 어른들이 뭐하러 오겠어? 라는 회의감이 자주 찾아들곤 했다. 지금은 나의 강연이나 수업에 대한 확신이 조금씩 생긴다. 매번의 모임에 새로운 분들이 들어오셔서 꾸준히 참가하시고 무엇보다 나의 스터디 모임에 대해 귀하게 여겨주시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터디 모임의 어려운 점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현재 내가 업으로 하는 십대들을 가르치는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어른은 자신만의 세계가 어느 정도 확립된 상태이다. 그들의 성품과 가치관이 확고한 상황이다 보니 가끔은 의사소통에 벽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새로운 분을 맞이할 때는 그 분의 성품이나 소통 방식 그리고 그분의 가치관을 한 번에 알 수 없고 한두 마디로 소통이 되는 관계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어려움은 있다.      

스터디 리더로 가장 필요한 능력은 대화를 두루두루 이끌어 낼 줄 아는 스킬인 듯 하다. 가령 스터디 초반 가벼운 스몰 토크를 할 때에도 그냥 듣고만 계시는 아주 조용하신 분, 자기 이야기 하기를 너무 즐기시는 분, 남과 어울리는 걸 꺼려하시는 분 등 소통 스타일이 참 다양하시다.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건 혼자 너무 자기 이야기를 하는 분에게 예의바르게 발언의 기회를 넘기는 일이 힘들다. 그리고 스터디가 시작될 때 가벼운 스몰 토크를 해야하는 상황임에도 썰렁하게 있는 다거나 스터디가 끝나고 인사도 없이 그냥 쌩하니 나가시는 분에 대해 내가 느끼는 서운함은 지금도 처리가 힘들다. 내가 수업료를 받고 강의를 하는 거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스터디 모임은 그게 아니다. 서로 성장을 하고 배움을 나누며 삶을 이야기하는 그런 공간이기를 나는 원한다. 그렇다보니 마치 나를 강사 대하듯이 하며 마치 수업료를 냈다는 듯이 행동하시는 분이 간혹 있을 때는 마음이 다소 불편해진다.      


어쩌면 그런 분들은 저절로 시간이 지나면서 그만 나오시겠지 하며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믿고 있을 뿐, 별달리 내가 강요할 수 있는 일도 내가 스터디에 안맞으니 그만 나오시라 할 일도 아니다. 이게 바로 어른 학습자들과 함께 할 때의 어려움이다.      


❚원서책을 함께 읽으면서 가지는 혼자의 고민

요즘 읽는 원서 <원더>는 미국 생활을 한 나에게는 문화적 생활적 배경 지식이 있기에 읽는 재미가 있다. 함께 둘러 앉아 같은 책을 영어로 소리내어 차례대로 읽어나가는 방식이 주는 재미도 나름 있다. 학창시절로 돌아간 느낌? 나름 약간의 긴장을 하시는 듯 하다. 하지만 영 싫지는 않은 지 어떤 분은 주어진 분량보다 조금 더 읽어주시는 분도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원서이지만 그래도 기왕에 하신 걸음이니 배움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 까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원서 책을 함께 읽을 때에도 여러 고민이 내 마음을 바쁘게 한다.     

 

 - 잘못 읽는 단어를 교정해주는 게 맞을까?

 - 어떤 분들은 문장 단위 해석도 힘들어 하시는 데 이걸 일일이 번역해드리는 게 맞을까?

 - 해당 스터디에 정한 분량을 끝김없이 쭈욱 읽고 내용에 대한 코멘트를 다는 게 맞을까? 아니면 챕터별로 읽고 내용을 정리하는 게 맞을까?

 - 현재는 가운데 쉼없이 분량의 쪽수를 다 읽고 끝에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역시나 한국 사람들은 토론에 약하다. 다들 별다를 코멘트를 주시지 않는다. 미국 생활을 한 나에게는 문화적 생활적 배경 지식이 있기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하지만  너무 나 혼자 떠드는 듯 한 감이 있기에 자제를 하려 애쓰는 편이긴 하다. 어른들은 예의가 바르다. 그래서 일방적인 이야기에도 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나 스스로 절제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어른들에게 어떻게 하면 그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잘 꺼낼 수 있을까?     

 - 수준이 천자 만별인 학습자들에게 내가 마지막에 정리해주는 중요한 표현이 너무 수준이 넘어서는 건 아닌가?

 - 수준이 천자 만별인 성인 학습자들을 모두 만족시켜줄 수 있는 방식은 있긴 할까?     


원서책을 함께 읽으며 영어 공부도 하고 다채로운 감정이나 의견을 나누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걸 실현시키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현재 읽고 있는 원서책이 다소 수준이 높은 감이 있기에 다음 원서책을 선정할 때는 좀더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는 있는 듯 하다.      


❚교사가 이런 취미 활동을 하는 이유: 행복해지기 위한 연습

오늘 새롭게 오신 분 중 한 분이 ‘현직 교사인데 주말에 이렇게 까지 하시는 이유가 뭔가요?’하며 물어오셨다. 나도 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지난 1여년간 스터디 운영을 하며 수도없이 던진 질문에 현재 내가 찾은 답은 이렇다.      


일단 이 경험이 나에게 분명히 모종의 역량을 키워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난 나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이 스터디 운영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어쩌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데에 귀한 배움일 수도 있다. 사실은 이게 상당히 큰 이유를 차지한다. 아울러 예전 우리 엄마처럼 배움에 갈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엄마가 느낀 외로움과 공허함을 이런 배움을 통해 조금씩 채워질 수도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엄마가 살아 계실 때 늘 나한테 영어를 배우고 싶어하셨지만 일상이 바빠 제대로 해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 비록 이분들은 우리 엄마보다 영어 실력이 훨~씬 좋지만 그분들도 배움을 이어가며 삶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내가 이렇게 스터디를 계속 이어가는 중요한 이유는 스터디가 나에게 주는 만족감 때문이다. 휴일에 누구를 만나 수다로 채우지 않아도 나의 의미있는 활동을 주도적으로 해간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혼자서 조용한 방에 앉아 나를 되돌아 보는 글을 쓰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나를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 나에게는 소중하다. 이제 주말에 누구를 만날 약속이 없어도 서운하지 않고 오히려 나의 일상을 정리하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그 시간이 나에게 힐링이 된다는 사실이 참 좋다. 이젠 난 조용한 방에 혼자 나를 되돌아 보고 더 좋은 생각을 하고 마음의 평정심을 찾는 방법을 연습 중이다. 난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스터디 모임 후기를 쓰는 이 순간도 그 연습의 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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