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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May 09. 2024

#45. 영어 스터디 스물여섯 번째 모임 후기

:The universe takes care of all its bird

The universe takes care of all its birds.”  

- 소설 <Wonder>  p.204 -     


❚우연히 진지한 대화를 영어로 함

최근 스터디 모임마다 새로운 분이 오신다. 그렇다고 매번 나에 대한 소개나 스터디 소개를 세세히 할 수도 없기 아주 간략하게만 설명을 하고 바로 스터디 내용으로 넘어가곤 한다. 대체로 이 부분에 대해 별 아쉬움을 보이지는 않으셨다. 하지만 점차 연령이 높으신 멤버가 들어 오시다보니 자연스레 스터디 내용 자체 보다는 살아온 이야기, 각자의 경험을 나누는 스몰 토크가 활발해지는 날도 있다.      

최근 스터디 모임에 가입하신 중년 남성분도 그런 스타일이셨다. 스터디 시작 전에 썰렁하게 그저 폰만 보는 멤버도 있었지만 이 분의 경우는 정반대이시다. 다른 사람과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싶어하는 분인 것 같다. 또한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으신 것 같다. 스터디에 처음 오셨을 때 내 소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그 분은 나와 스터디에 대해 궁금하신 게 많으셨다.


이번 모임도 여느 때처럼 스몰 토크 없이 바로 스터디 본론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 분이 살짝 눈치를 보시더니 나에게 영어로 질문을 던지셨다.      


내가 왜 미국에서 더 머물지 않고 귀국을 했는 지.     

미국에서 5년간 살면서 많이 적응했을 텐데 왜 귀국을 했는 지.

두 아이를 미국에서 교육 시켰으면 그 곳에 머무는 게 더 나았을 텐데도 귀국을 한 이유가 뭔지.

교사라는 직업이 있는 사람이 왜 주말에 이런 무료 강연을 하는지.      


나에게 질문을 던진 분은 영어를 유창히 잘 하시지는 못 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자 하시는 열의가 대단하셔서 오랜만에 진지한 대화를 영어로 나눌 수 있었다. 나머지 분들이 나의 말을 잘 이해하시고 계실지 염려가 되어 간간히 우리말로 요약해드리긴 했지만 다행히 그분들도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듯 대화를 듣고 계셨다.       

비록 영어 수준은 다를 수 있지만 어른 학습자들은 기본적으로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신다. 스터디를 여는 스몰 토크마저도 이번 모임처럼 영어로 시작하는 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의사 소통이 다소 힘들면 우리말로 언제든 바꾸는 융통성이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미국 문화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


“Smile in the mirror. Do that every morning and you'll start to see a big difference in your life.”

 - Yoko Ono -     


오늘 함께한 첫 번째 격언은 미소에 대한 이야기였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자신에게 미소짓는 습관이 삶의 큰 차이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이에 관해 상대적으로 감정표현을 솔직하게 하는 미국 문화에 대한 대화도 나누었다. 오늘 함께 시청한 엘렌쇼에 한 여대생이 선물로 자동차를 받고나서 하는 리액션은 한국인의 눈에는 너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난리법석이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감정 표현이 살아있었다. 그들은 낯선 사람에게 쉽게 인사를 건네고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아주 예의바르게 행동한다. 낯선 사람에 대해 그렇게 친근하게 대하는 분위기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긴하지만 불친절한 미국 현지인들과 불쾌한 경험을 한 나로서는 미국 사람들이라고 타고난 인성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좋다라고 여겨지진 않는다. 어쩌면 낯선이에게 친절한 듯 보이는 그들의 태도는 총기 소지가 가능한 나라라는 사실과 무관하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결국 우리의 미국 문화에 대한 스몰 토크는 미국 문화나, 미국 사람들에 대한 맹목적인 미화는 경계를 해야한다는 걸로 마무리 되었다.     


❚소설 속에 묻어나는 기독교 정신


“The universe takes care of all its birds.” (p.204)

-소설 Wonder-     


한국과 많이 다른 미국에 살면서 그들의 문화와 기독교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우연히 방문한 미국 교회를 거의 5년간 다니며 성경을 배울 수 있었다. 소설 <Wonder>에 나오는 대사 “The universe takes care of all its birds.(우주는 모든 새들을 보살핀다)” (p. 204)에서 The universe가 The God를 의미한다고 본다면 하나님이 모든 피조물을 두루 보살핀다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표현한 대사같기도 하다. 이 소설에는 다분히 기독교적 세계관이 엿보인다.     


<원더>의 Part 5. Justin에 나오는 위의 인용문구는 소위 “Food for Thought(생각 거리)”로 좋을 것 같아 각자의 의견을 온라인 스터디 카페에 댓글로 남기는 걸 추천드렸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종교적인 주제를 다루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그 방법으로 생각을 나눠보기로 했다. 역시나 초반에 나에게 영어로 질문을 주신 중년의 남성분이 댓글을 달아주셨다. 비록 그 내용 자체에 대해 대댓글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영어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신 부분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누군가가 나를 돌봐주신다는 믿음.

위 주제에 대해 나도 곰곰이 생각해봤다. 미국 생활을 시작한 이듬해부터 평생 처음으로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그것도 미국 현지인만 있는 미국 교회를 만 4년간 다니며 신앙심이라는 것도 조금씩 마음에 생겼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내가 얻은 것은 다름 아닌 마음의 평정심과 평화, 감사하는 마음과 순종할 줄 아는 마음이다. 여전히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100%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비록 나의 확신이 크지는 않지만 적어도 하나님이 날 돌봐주신다는 믿음이 나에게 큰 위안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내가 지금 이렇게 무탈하게 일상의 평화를 누리고 살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나의 노력으로만 가능 했다고 할 수 없기에 감사하다. 물론 여전히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들도 많다. 예전에는 그런 것에 대해 불공평함과 억울함을 토로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님의 큰 계획이라 여기며 순종하는 마음을 먹으려 애쓴다. 여전히 여렵다. 불평, 불만이 먼저 나온다. 얼마나 더 단련을 해야 감사와 순종이 먼저 우러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감사와 순종으로 살아가는 게 결국 나를 살리는 길임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어제 우연한 기회로 연세대 의과대를 졸업 후 경제학자로 인생의 방향을 바꾼 김현철 박사의이야기를 들었다. 탄탄대로라 할 수 있는 의사의 길을 내던지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의 소리, 그리고 그게 하나님으로부터 쓰임을 받기 위해 소명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분은 엄청난 도전을 마주할 용기와 힘을 얻었다고 한다.     

 

우리는 하루 하루 버티는 일 마저 버거워 보일 때도 있다. 또 반대로 별 문제가 없는 평화로운 일상의 삶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할 때도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혼자일 때 보다 하나님과 함께 함을 믿음으로서 더 큰 힘을 얻고 그 일들을 해내갈 수 있다는 믿음이 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하나님이 함께한다고 믿지만 매번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허락하지는 않으신다. 어쩌면 정반대의 결과를 얻기도 한다. 그래서 삶이 쉽지 않다. 결국 현재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나는 그저 나의 계획을 세워 열심히 살아가볼 뿐 내 뜻대로 내 계획대로 다 되리라 생각하지는 않기고 했다. 나의 노력이나 열심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바가 거둬들여지지 않더라도 그저 하나님의 계획과 뜻은 따로 있음을 받아들이며 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려 한다      


이 스터디 모임도 내 생각과 마음에 꽤 괜찮은 계획이고 멋진 일이라 생각이 들어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하나님의 뜻에 일치하면 계속 스터디 모임을 하도록 힘을 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의 열정을 없애거나 참가자들의 열의를 없애시겠지 생각한다. 물론 여전히 마음 한켠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궁금함은 있다. 이 일을 5년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일이 나에게 어떠한 배움과 기회를 가져다 줄지. 그래서 내가 하는 일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어떻게 피어날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리고 조용히 거울 속 나를 보며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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