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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Dec 23. 2024

#0. 따뜻한 소통 with Lain 줌 모임

: 진짜 사실은 닮고 싶어서


▮기억에만 머물게 할 순 없어서

2016년 봄이었다. 레인 할머니, 밀튼 할아버지 부부는 교회에 처음으로 방문한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반겨주셨다. 그날 오후 바로 당신들의 집으로 낯선 우리를 초대해주셨다. 미국으로 유학을 온 지 거의 4개월이 되던 무렵이라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에 있어서 늘 마음은 긴장 상태였다. 더군다나 나의 엄마가 돌아가신 지 채 몇 개월 되지 않은 시점이라 나는 툭 건들기만 하면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질 지경이었다.       

나의 엄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교회 다른 지인에게서 듣고 두 분은 날 위로하려고 불러주셨던 거였다. 처음으로 만난 그 날 난 또 엉엉 울고 말았고, 두 분은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 주셨다.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를 해주셨다.      


벌써 9년 전 일이 되고 말았다. 물론 그 이후 나는 레인 할머니를 나의 엄마처럼 따랐다. 유학 시절 서러운 날이면 난 할머니를 찾아가 마음의 위로를 얻곤 했다. 반대로 기쁜 일이 생기는 날이면 맨 먼저 할머니께 알리며 축하를 받곤 했다. 그런 고마운 분을 그저 내 기억 속에만 머물게 할 순 없어서 할머니와 줌 바이블 스터디모임을 함께 운영하면서 추억 속의 좋은 사람으로 남게 하기보다 지금 내 삶으로 걸어오시게 하고 싶었다. 그저 영어 성경 구절을 해석하고 그것에 대한 일방적인 설명을 듣기 보다는 할머니와 ”따뜻한 소통”을 하며 일상을 살아내고 싶었다.      


▮시간이 얼마 없어서

두 분을 처음으로 뵀을 때는 60대 중반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70대 중반으로 접어드셨다. 아직 건강에 큰 이상은 없으시지만, 더 이상 시간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참 닮고 싶은 두 분을 가까이 둘 수는 없지만 온라인 상 으로라도 가까이 둘 수 있음에도 그저 세월이 가게 더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못 믿어서

조금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너무 약해서 두 분의 영향을 받지 않고는 내가 온전히 신앙심을 키우며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내가 이렇게 두 분과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의논의 과정, 실제 운영하는 과정 모두가 나에게는 배움의 기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중요한 곳을 향하지 못 하고 내가 엉뚱한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내가 될까봐 걱정이 되어서다. 내가 나를 못 믿어서 할머니를 내 곁에 두고 나를 다잡고 싶다.      


▮나누면 더 커져서

할머니가 나에게 끼친 그 선한 영향력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 더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할머니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할머니를 유명 인플루언서는 되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처럼 할머니의 선한 영향력을 받는 이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서이다.      


▮나를 더 값지게 쓰임 받고 싶어서

나에게 주어진 달란트가 무언가라도 있다면 나는 그걸 더 값지게 쓰고 싶다. 물론 나의 달란트가 거창하거나 대단하지도 않을뿐더러 나에게만 유일하게 주어진 것도 아닐 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작은 나의 달란트를 더 의미있는 곳에 쓰이도록 하고 싶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영어 성경을 읽고 미국인 부목사님께서 이끈 소규모 그룹 바이블 스터디를 통해 조금 더 성경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물론 한국에 좋으신 목사님의 설교도 물론 많지만 나에게는 삶에서 진짜 실천을 하시는 두 분으로부터 듣는 성경 이야기가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재정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내가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다 받을 있도록 허락해준 하나님께 나는 다시 나의 영어 소통 능력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임 받고 싶다.       


▮솔직히 칭찬받고 싶어서

위의 모든 이유는 다 그럴싸한 이유이다. 하지만 진짜 나의 속셈은 하나님께 칭찬받고 싶어서이다.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 이유들은 어쩌면 다 웃음거리가 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렇게 기록하고 남에게 읽히는 공간에 공유하는 것은 어딘가에는 나의 이유들을 이해하고 헤아려주는 분들이 계시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그분들과 온라인 상이라도 연대를 맺고 싶고 모두 같이 하나님께 칭찬 받을 일을 서로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묻어가고 싶어서

그렇다고 나 혼자 이런 대단한 일을 할 자신도 능력도 없다. 그래서 난 밀튼 할아버지와 레인 할머니의 등에 엎혀서라도 그분들의 발걸음을 함께 걷고 싶다. 혼자 할 자신이 없기에 두 분의 힘찬 걸음에 끌려가듯 묻어가려는 게 내 속셈이다. 다만 내가 사소한 능력이지만 나의 능력을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아 레인 할머니께 이 스터디를 리드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진짜 사실은 닮고 싶어서

진짜 이유는 사실은 할머니를 닮고 싶어서 난 줌 바이블 스터디를 하자고 제안했었다. 두 달 전 두 분이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제안을 드렸고 흔쾌히 승낙을 하셨다. 그때 이미 내가 하던 영어 스터디 모임 사람들도 나와 결이 비슷한 점이 많이 같이 하기로 해둔 상태였다. 일이 조금씩 가시화 되면 결국 우리는 온라인 영어 스터디 모임을 미국 장로교 권사님에 해당하는 레인 할머니와 해보기로 했다. 이제 좀 더 가까이 할머니를 내 곁에 두고 더 닮아 가고 싶다. 그게 내가 이 모임을 열기로 한 진짜 이유이다.      


▮기록할 예정

앞으로 이 스터디 역시 그 운영기를 이곳에 기록할 예정이다. 누군가에게 읽을 거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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