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담배 연기와 기억의 빈칸

노르웨이 HUNT 연구가 보여준 흡연과 치매의 거리

by 전의혁

끊겠다고 마음먹은 날이, 이상하게 더 피우고 싶은 날이 된다.


저녁 8시 반, 약국 셔터를 내리고 장갑 낀 손으로 영수증을 접는다. 코끝에 남은 소독약 냄새 사이로, 문밖에서 스치는 담배 연기가 따라 들어온다. 그 냄새는 늘 “잠깐만”이라는 말과 같이 온다.


그건 의지 부족이 아니라, 오래 굳어진 습관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일이 몰리고 마음이 비좁아질 때 더 심했다.

혹시 당신도 피곤한 날일수록 “한 개비만”이 더 쉽게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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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내가 오래 붙들고 읽었던 데이터는 노르웨이 HUNT 연구였다.

한 번의 설문이 아니라, 시간을 길게 잡아 사람들을 따라간 종적 연구이고, 중간에 새로 끼워 넣는 방식이 아닌 폐쇄 코호트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1995-1997년(HUNT2) 기저 시점에 8,532명이 자기 보고로 흡연 상태를 적었고, 2017-2019년(HUNT4 70+)에 인지 평가를 받기 전까지 평균 21.8년을 함께 걸었다.


시간이 길면, ‘기분’이 아니라 ‘흔적’이 남는다.


기저 시점에서 현재 흡연자는 1,775명(21%), 과거 흡연자는 2,934명(34.4%), 비흡연자는 3,823명(44.8%)이었다.

추적 관찰 동안 1,305명(15%)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원인 치매’는 특정 원인 하나로 묶지 않고, 진단된 치매 전체를 넓게 본다는 뜻이다.


결과는 간단히 말해 불편했다.

현재 흡연은 비흡연자에 비해 모든 원인 치매 위험이 31% 더 높았고, 특히 85세 미만에서는 여성 RR 1.54, 남성 RR 1.36으로 더 두드러졌다. RR(relative risk)은 같은 기간 동안 어느 쪽이 더 자주 진단을 받았는지의 비율을 비교한 값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담배는 ‘기억’보다 먼저, ‘혈관’을 건드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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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을 나눠 보면 더 선명해졌다.

현재 흡연은 혈관성 치매 위험 증가와 유의하게 연관됐고(RR 2.09), 85세 미만에서는 RR 2.62로 더 높았으며, 85세 미만 남성에서 RR 3.61로 가장 높았다.

반대로 알츠하이머형 치매와는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과거 흡연은 모든 원인 치매 위험과는 연관되지 않았지만, 예외가 남았다.

과거 흡연자 중 85세 미만 남성에서는 혈관성 치매 위험이 증가했다(RR 2.43).

팩-년(pack-years)은 “매일 20개비를 1년”을 1로 잡아 누적량을 계산한 값인데, 이번 분석에서는 치매 위험과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


저자들은 이 결과가 흡연과 관련된 인지 수행 저하를 줄이기 위한 조기 예방 조치와 표적화된 공중보건 이니셔티브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나중에’라는 말이 얼마나 쉽게 뒤로 밀리는지 떠올렸다.

오늘의 한 개비는 오늘만의 일이 아닌데, 우리는 자꾸 오늘만 보고 결정을 내린다.


다만 이 연구가 완벽한 답을 준 건 아니다.

흡연 노출과 대부분의 공변량이 자기 보고라 회상 편향이 개입했을 수 있고, 긴 추적 기간 동안 흡연 상태가 바뀌었을 가능성을 반영하지 못해 잘못 분류됐을 수도 있다.

게다가 기저 시점에는 치매 평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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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오늘, 아주 작은 선택 하나만 남겨두고 싶다.

담배가 떠오르는 순간에 “지금 바로” 대신 “10분 뒤”로 미뤄보는 것, 딱 그만큼만.

그 10분이 때로는 마음이 아니라 몸의 리듬을 바꿔준다.


금연 보조요법이나 약, 치료를 시작하거나 바꾸는 일은 개인차가 크니, 필요하면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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