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보다 긴 성분표 앞에서

화장품 속 PFAS, 안전성 근거가 부족하다는 FDA의 고백

by 전의혁

오늘도 거울 앞에서 ‘괜찮아 보이는 얼굴’을 고르느라 잠깐 망설였다.


퇴근길 약국 카운터 옆, 손등이 건조해져서 테스트용 핸드크림을 한 번 더 펌핑한다.
미세하게 미끄러지는 질감, 은근히 오래 버티는 광택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문득, 작은 글씨의 성분표가 눈에 걸린다.


그건 예민함이 아니라, ‘알고 쓰고 싶다’는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피부가 예민해 보이는 계절엔 더 심했다.
혹시 당신도 새 제품을 살 때, 성분표를 한 번 더 들여다보는 편인가?


20260106 _ PFAS 화장품, FDA도 안전 판단 못한 이유 _ 1.png


이번에 연방 규제 당국이 메이크업과 스킨케어 제품에 존재하는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에 대한 의무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 이름은 과불화알킬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PFAS)이다.
분해되지 않는 인공(합성) 화학물질이라 사람들의 몸과 환경에 축적되어 왔다고 설명된다.


화장품 속 PFAS는 때로는 의도적으로 첨가되고, 때로는 오염물로 존재한다.
이번 보고서는 그중에서도 “우연한 오염”이 아니라, 제품에 의도적으로 들어가는 화학물질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한 줄이 조용히 남는다.


“안전하다고 판단할 만큼의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20260106 _ PFAS 화장품, FDA도 안전 판단 못한 이유 _ 2.png


보고서에 따르면 51개의 PFAS가 1,744개의 화장품 제형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제조업체들이 이 물질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방수, 내구성, 그리고 질감 개선.
우리가 ‘사용감’이라고 부르는 감각이, 이렇게 기술적인 언어로 번역돼 있었다.


FDA 과학자들은 가장 자주 사용되는 PFAS 25종을 집중 검토했다.
이 25종이 미용 제품에서 발견되는 PFAS의 약 96%를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론은 또렷하기보다 흐렸다.


5종은 안전성 우려가 낮다고 평가됐지만, 1종은 잠재적 건강 위험(possible health risks)으로 표시됐다. 나머지는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
‘모른다’는 결과가, 생각보다 큰 소리로 들릴 때가 있다.


20260106 _ PFAS 화장품, FDA도 안전 판단 못한 이유 _ 2-1.png


FDA 마티 마카리 국장은 민간 연구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대부분의 PFAS에 대한 독성학 데이터, 즉 인체에 어떤 독성이 있을지 살피는 자료가 불완전하거나 이용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소비자 안전에 대한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 묘한 건, 이런 우려가 커지고 있어도 화장품에서의 사용을 구체적으로 금지하는 연방법은 없다는 사실이다.
대신 FDA는 앞으로 CDC와 EPA와 긴밀히 협력해 소매 및 식품 공급망 전반에서 PFAS 권고사항을 업데이트하고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모니터링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특정 제품이 위험하다고 입증되면 집행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20260106 _ PFAS 화장품, FDA도 안전 판단 못한 이유 _ 2-2.png


나는 그날, 계산대 옆에서 성분표를 다시 한번 집어 들었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건 거창한 결론이 아니라, 새 제품을 장바구니에 넣기 전에 10초만 더 멈추는 일이다.
걱정이 커질 땐 피부 상태와 생활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약사나 의료진과 상의해 보는 쪽이 더 안전하다.

작가의 이전글퇴근길, 담배 연기와 기억의 빈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