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자꾸 늦어질 때, 뇌가 보내는 신호

약해진 생체리듬이 치매 위험과 맞닿아 있을 수 있다

by 전의혁

요즘은 “잠을 잘 잤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저녁 불을 끄고도 휴대폰 화면이 눈꺼풀 안쪽에 남아 있다.
침대에 누워 시계를 한 번 보고, 다시 한번 본다.
내 몸은 쉬고 싶은데, 머리는 아직 낮을 붙잡고 있는 느낌이다.


그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내부 시계가 흐트러진 데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잠드는 시간이 조금씩 뒤로 밀릴 때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요즘, 잠이 ‘늦게 시작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가?


220260106 _ 생체시계 흔들리면 치매 위험 2.5배, 수면의 경고 _ 2.png


새로운 연구는 수면 문제가 치매의 초기 경고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신경학 저널에 12월 29일 보고된 내용인데, 생체리듬이 더 약하고 더 단절될수록 치매 위험이 증가하는 것과 연관돼 있었다.
실제로 생체리듬이 약한 사람들은 치매 위험이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생체리듬은 이름이 어렵지만, 결국 우리 몸의 ‘내부 시계’다.
24시간 수면 주기를 조절하고, 빛 노출의 영향을 받는다.
호르몬 분비, 소화, 체온 같은 기능도 이 리듬을 따라 움직인다.


리듬이 강하면 하루의 신호가 또렷해진다.
연구진은 강한 생체리듬이 생체시계를 24시간 주기와 잘 맞추어 정렬시키고, 신체 기능에 명확한 신호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일정이 바뀌거나 계절에 따라 일조량이 변해도, 잠자는 시간이 비교적 규칙적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리듬이 약하면 작은 변화에 더 쉽게 흔들린다.
계절 변화나 일정 변화만으로도 생체시계가 교란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내가 “요즘 왜 이렇게 뒤죽박죽이지”라고 느낄 때, 몸은 이미 그 말을 더 먼저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20260106 _ 생체시계 흔들리면 치매 위험 2.5배, 수면의 경고 _ 2-1.png


이번 연구는 평균 연령 79세인 약 2,200명을 추적했다.
연구 시작 시점에는 누구도 치매가 없었다.
참가자들은 가슴에 부착하는 작은 심장 모니터를 평균 12일 동안 착용했고, 이 기기가 생체리듬 데이터를 기록했다.


그 뒤 평균 약 3년을 더 지켜봤다.
그 기간 동안 176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생체리듬 특성에 따라 3개 집단으로 나눈 뒤, 강한 생체리듬 집단과 약한 생체리듬 집단을 비교했다.
약한 생체리듬 집단(727명)에서는 106명이 치매가 발생했고, 강한 생체리듬 집단(728명)에서는 31명이 치매가 발생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생체리듬이 더 약한 사람들의 치매 위험이 약 2.5배 높다고 추정했다.


또 하나, ‘정점(peak)’의 시간이 중요했다.
하루 중 활동 수준이 더 늦게 정점을 찍는 사람들도 치매 위험이 더 높았다.
정점이 오후 2시 15분 무렵 또는 그 이후인 사람들은, 오후 1시 11분부터 2시 14분 사이에 정점을 찍는 사람들보다 치매 위험이 45% 증가했다.


활동의 정점이 늦다는 건, 생체시계가 계절에 따른 빛의 변화와 어긋나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생체리듬의 교란이 염증 같은 신체 과정을 바꿀 수 있고, 수면을 방해해 치매와 연관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늘리거나, 뇌에서 아밀로이드 제거를 감소시킬 가능성을 언급했다.


220260106 _ 생체시계 흔들리면 치매 위험 2.5배, 수면의 경고 _ 2-2.png


나는 이 대목에서, “잠을 잘 자야 한다”는 말을 다시 쓰고 싶어진다.
잠은 습관이기도 하지만, 신호이기도 하다.
특히 그 신호가 매일 조금씩 늦어질 때, 우리는 그냥 피곤한 게 아닐 수 있다.


오늘 내가 고를 수 있는 작은 실천은 하나다.
잠드는 시간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아침에 빛을 먼저 맞는 쪽으로 하루를 시작해 본다.
연구자가 말했듯 앞으로는 광치료나 생활습관 변화 같은 중재가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지 더 확인해야 한다.


다만 수면이나 복용 중인 약, 생활리듬을 크게 바꾸려는 마음이 생겼다면, 개인차가 크니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작가의 이전글유통기한보다 긴 성분표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