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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7시 글쓰기 줌 라이브가 불러낸 에세이 한 편

씨앗을 열매로 맺게 하는 40분

by Sunny Sea


어제부터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 글쓰기 줌 라이브가 열렸습니다. 매주 일요일 오전 7시부터 7시 40분까지 정시에 시작해 정시에 끝나는 프로그램인데, 시간 되시는 분들은 함께 참여해 보라는 톡이 올라와 저도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모임 규칙은 단순했습니다. 40분 동안 자유 글쓰기를 하고, 채팅창에 일기든 블로그 글이든 편지든, 아니면 ‘10월 주제 명언 글쓰기’든 어떤 내용이든 한 줄만 남기고 나가면 된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그동안 밀려 있던 글들이 많아 일단 줌에 접속한 뒤, 무엇부터 써야 할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가을이 추수의 계절인 것처럼, 11월과 12월의 열매를 위해 9월과 10월에 서서히 추수를 시작하듯 글쓰기 또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저 원고와 응모 글들의 마감 기한이 성큼 다가와 있었고, 제가 집필 중인 책들도 마무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제출 기한이 있다는 것은 일을 서둘러 마무리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저 자신을 이런 프로그램이나 시스템 속에 밀어 넣곤 하지요. 우선 9월 30일까지 마감인 ‘새깨독 공저 에세이 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작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하브루타미래포럼 가족의 날 주관 북클럽에서 매월 정해진 책을 읽고 토론하는데, 그중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읽은 책 가운데 한 권을 매개로 에세이를 써서 제출해야 했습니다.


저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으로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밤의 사색》이나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뫼르소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이방인》을 읽고 나눈 북토론 한 달 뒤 친정아버지를 떠나보냈을 때의 제 마음과 주인공의 마음을 나란히 비교하며 글을 쓰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 연 줌라이브에서는 글을 구체적으로 쓰지 못하고 기획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갔습니다. 어떤 선생님께서는 주제 글쓰기한 것을 올려주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책을 읽은 부분을 요약하여 올려주시기도 하고 소감 한 줄만 쓰신 분도 계셨는데 저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에서 얻은 영감으로 에세이 쓰기 기획하였습니다.' 라고 한 줄만 써서 올렸습니다. 사실 마음속에서 ‘무엇을 쓸지’만 결정되면 글은 금세 나오니까 아침에 잠시 줌에 접속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건 큰 소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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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아침 모임이 끝난 뒤에도 교회로 떠나기 전까지 혹시 아이디어가 휘발될까 싶어 꼼짝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교회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다시 원고를 다듬어 퇴고를 마쳤고, 미련 두지 않고 바로 제출했습니다. 손보면 손볼수록 끝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다음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보낸 것입니다. 제출 기한이 10월 5일로 연기된 것을 알면서도, 생각이 살아 있을 때 얼른 써내야 하루이틀이면 끝날 일을 미루면 열흘이 걸려도 써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기에 애초에 결정되었던 9월 30일을 마감일이라 생각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여겼습니다. 덕분에 이번 공저자들 중 아마 1호 제출자가 된 듯합니다.


지금은 10월 북토론책인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현재 성격과 성품, 가치관은 그가 살아온 과거의 삶 속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분위기에서 지냈는지, 또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를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제롬과 알리사의 과거를 따라가며 읽는 중인데, 앞으로의 전개를 예고하는 듯한 대목들에 밑줄을 긋곤 합니다. 그러면서 신앙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글쓰기 라이브에 참여한 짧은 시간은 제 마음속에 품고 있던 씨앗들이 열매로 드러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매주 일요일 아침 40분은 단순한 글쓰기 시간이 아니라, 제 삶과 신앙, 그리고 배움의 열매를 하나씩 맺어가게 하는 귀한 여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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