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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ea Jun 22. 2024

학생을 위한 영어 명언 캘리그라피를 시작한 이유


   요즘 매일 '학생을 위한 영어 명언 캘리그라피'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만들어 인스타에 릴스로, 유튜브에 쇼츠로 업로드한 후 블로그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선생님께서는 이 명언으로 매 수업 초에 학생들과 간단한 나눔을 하신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좀 더 정성껏 예쁘게 만들어 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하루 일과 중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능력이 부족하기도 해서 원하는 수준으로 올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일단 매일 꾸준히 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칭찬받을만하다고 생각하며 제 머리를 쓰담쓰담하고 있습니다.


   매일 무언가를 실천하면서 그것을 SNS에 인증한다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렵습니다. 15초 내외의 짧은 영상인데도 말입니다. 사실 제게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는 일은 5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늘 사용해 온 매우 익숙한 동영상 편집기 Vllo로 만들어 바로 인스타와 유튜브에 올리는 일은 너무나 간단하여서 다른 일과 겸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할 정도로 손놀림은 거의 자동화되어있습니다. 더구나 제목과 해시태그로 들어갈 말들은 모두 구글 킵(Google Keep)에 저장해 놓고 복사하여 붙이기만 하기 때문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찾느라 약간의 고민 시간이 들뿐 어렵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학생들에게 어울리는 영어 명언을 선정하거나 선정된 명언을 직접 글씨로 쓰는 일입니다. 글씨를 예쁘게 써서 꾸밀 수 있는 편집 프로그램도 많지만 직접 캘리그라피 글씨로 종이에 쓰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평소 예쁘고 멋지게 쓴 캘리그라피를 볼 때면 배워서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흉내라도 내보고 싶어 졌습니다. 필사의 핌 또한 믿고 있어서 직접 손으로 필사하면 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일석이조를 노린 것이기도 합니다.


   캘리그라피 가르치는 문화센터나 학원이라도 다녀볼까 하가다 무료 유튜브 강의를 찾아 배워도 충분할 텐데도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바쁜 몸이기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 어떤 방식이로든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배운 글씨는 아니지만 영어명언 영상 제작을 위해 쓰기 시작했습니다. 캘리그라피용 색깔 붓 세트를 구입해서 종이에 쓰려고 예쁘게 잘라져 있는 종이도 구입했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거나 선생님들이 가르치고 싶을 때 준비하는 시간 따로 없이 학생들과 영어 명언에 대해 나눌 수 있게 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영어 명언을 한글로 번역해 놓은 것도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는 것도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에는 혹시나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꼭 확인해 보는 저의 습관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종이를 펼쳐놓고 붓펜을 잡고 써서 사진을 찍어 영상으로 제작하여 올리려면 하나 만드는데 30분 정도는 족히 걸릴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찌어찌하겠지만 매일 이 일에 그만큼의 시간을 들이기는 힘들 것 같아 미리 여러 개를 한꺼번에 써놓고 사진을 찍어 놓았다가 매일 하나씩 휴대폰으로 영상을 만들어 SNS에 올리는 방식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공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퇴근 후에 빈 교무실 홀로 남아 넓은 테이블에 이면지를 쌓아놓고 글씨를 연습했습니다. 마음에 맞는 글씨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무한정 시간을 들일 수 없으니 철자만 틀리지 않았으면 한 번에 써서 완성하는 것으로 자신과 타협을 했습니다. 아직 서툰 글씨라 마음에 들지 않아 버릴 것이 뻔하기 때문에 구입해 둔 캘리그라피용 종이에 적기는 보류하고 A4용지 이면지에 적은 후 사진으로만 남기고 버리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유익한 내용의 영어 명언을 선별하여 가져오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일단  <청크스토리>에 수록한 영어 명언을 쓰기로 결성했습니다. <청크스토리>는 학교에서 사용하려고 다른 영어선생님들과 함께 만든 초급영어회화교재입니다. 저자들이 책을 집필하면서 학생들이나 영어 학습하려는 성인들이 영어 공부할 때 익히면 좋을 마인드 컨트롤용 영어 명언을 시간을 들여 선정하여 매 단원 끝에 실어둔 거라 명언 내용을 의심 없이 가져올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메인북과 워크북이 각각 30단원이 있고 매 단원마다 영어 명언이 있으니 60일은 걱정 없이 만들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행히 이 명언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정리했다면서 저자 중 한 분이 한글 파일로 모두 정리하여 공유해 주셔서 일일이 <청크스토리> 책장을 넘겨가면서 적지 않아도 되어 시간이 절약되었습니다. 영어교사 단톡방에 이 파일을 공유해 드린 적이 있는데 선생님들 반응이 좋아서 이 영어 명언들을 수업 시간에 활용하고 싶을 때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첫 작품이 영어 명언 'Well begun is half done,(시작이 반이다.)'입니다. 그런데 글씨만 올리려니 주변이 너무 허전했습니다. 캘리그라피 주변에 간단한 그림까지 곁들어 글씨의 내용을 잘 살리는 작품들을 보긴 했지만 캘리그라피 기초조차 모르는 저는 그런 것까지 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캘리그라피 붓 세트를 글씨와 어우러지게 놓고 사진을 찍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붓펜 세트 색이 예쁜 데다 주변이 어두워져서 캬놓은 전등 빛 때문에 약간의 그림자가 나오니 그런대로 봐줄 만했습니다.



   15개 정도를 적으려고 했는데 두세 개를 하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학교에 너무 오래 남아 있을 수 없어서 하던 것을 주섬주섬 들고 스타벅스에 갔습니다. 저녁 대용으로 샌드위치와 음료를 주문해 놓고 조명이 잘 비치는 넓은 테이블을 찾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목표한 명언을 다 써서 사진을 찍어 휴대폰에 저장하기까지 두 시간 이상 걸린 것 같습니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피곤할 텐데 뭐 하러 그런 수고를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저는 이렇게 글씨를 쓰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일련의 일들이 저의 휴식 시간처럼 느껴지는 힐링타임입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한 일인데 제가 올린 이런 영상들 때문에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이 오면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실 이렇게 하나하나씩 올려놓으면 나중에 제가 이런 것들로 뭔가를 계획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염두에 두기도 한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영어 명언을 스크래치 페이퍼에 적는 활동을 학생들과 한 적이 있는데 영어 명언을 아이들에게 제공해서 고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며 모으느라 고생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블로그나 카페에 명언을 모아 포스팅 해주신 분들이 계시긴 한데 어떤 것은 복사도 안되어 인쇄를 한 후에 일일이 잘라서 뽑기 형식으로 서로 다른 명언을 고르도록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것은 학생들에게 너무 어렵거나 내용이 맞지 않은 것들도 있어서 골라내는 작업을 하느라 또 시간이 걸렸습니다.


   학생들만을 위한 쉽고 간단하면서도 도움이 되는 영어 명언을 따로 모아두었다가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블로그가 편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인스타와 유튜브가 접근하기 쉽기 때문에 두 채널을 이용하기로 하고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영어 명언만 쓴 것 한 장, 영어 명언을 다시 한번 쓰고 영어 명언을 쓴 줄 사이에 한글 해석을 적은 것 한 장 이렇게 두 장만 써서 음악을 넣어 만들었습니다. 이미 쓴 15개 분량을 하나씩 영상으로 만들다보니 학습용으로 하려면 영어와 한글이 한꺼번에 적힌 것, 영어만 적힌 것, 한글만 적힌 것이 각각 따로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 명언만 읽고 한글로 해석해 보라고 할 수도 있고 한글만 보고 영어로 말해보라고 할 수도 있도록 하면 학습 효과가 더 좋을 것 같은데 세 장을 따로 쓰려니 꾀가 났습니다. 영어와 한글 버전을 한 면에 모두 써놓고 전체 사진 하나, 영어 부분만 클로즈업해서 하나, 한글 부분만 클로즈업해서 하나 이렇게 세 장으로 찍어서 저장해 둔 후 그것으로 영상을 제작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15개를 다 소비하고 두 번째 세트를 쓸 때부터 그런 시도를 했는데 처음에는 영어와 한글 사이를 적당한 간격을 두고 쓰지 않아서 영상으로 제작했을 때 화면과 여백이 잘 맞지 않아 보기에 거북했습니다. 쓰면 쓸수록 부족한 부분이 보여 다음번 쓸 때는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역시 시도를 일단 해보니 뭐가 부족하고 뭐를 더 신경 써야 할지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그다음은 점점 더 나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성장학교인 고래학교와 실천교육교사 모임에서 자신이 정한 목표를 선포하고 인증하는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매일 올리는 학생을 위한 영어 명언 캘리그라피를 보시던 고래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제 글씨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칭찬을 듣기에 아직 멀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힘이 났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일단 시작했기 때문에 점점 나아질 것을 확신합니다. 시작이 반이기 때문입니다.


시작이 반이다. Well begun is half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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