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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ea Dec 12. 2024

퇴근길 깜짝 아티스트 데이트!

-투움바 파스타와 레모네이드로 소울까지 달래며... (Updated)

   퇴근길 집으로 들어가는 길목 어귀에 다다르자 잠시 갈등이 일었다. 정도는 다르지만 늘 선택의 순간에는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 저녁엔 가족들이 저마다 회식이 있다고 한다. 혼자 편하게 뭐든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늘상 있는 일이라면 갈등 없이 뭔가 할 일을 결정했을 것이다. 이미 어스름하게 땅거미가 내리는 무렵에 퇴근하는 터라 딱히 갑작스레 할 이벤트가 생각나지 않았다. 


   집 근처 골목길로 우회전하여 들어선다. 2~3분 후면 집에 도착이다. 얼른 결정하지 않으면 이 특별해질 수 있는 시간이 그저 그런 평범함으로 채워질 것이란 안타까움이 몰려왔다. 순간, ‘오늘은 PASTA 어때요?’라고 적혀있는 입간판과 레스토랑이 눈에 확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자석처럼 간판 앞에 차를 세웠다. 큰 숨을 들이켰다가 천천히 내뱉으며 10초간 생각했다. ‘아티스트 데이트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네.’라는 생각이 빠르게 스쳐 갔다.


  교사의 3월은 숨 가쁘다. 일에 주도권을 빼앗긴 채 목줄에 잡혀 끌려 다니고 있는 중이다. 학교  일도 일이지만 작년 추석 무렵부터 줄곧 신경을 쓰고 있는 일이 스트레스 지수 최고조에 이르렀다. 또 방학 끝 무렵이면 마무리 될 것이라 예상하고 벌인 몇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이 또한 여전히 지속되는 바람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분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내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이렇게 학년 초를 시작하면 연말에 후회지도 모른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니 하이 톤의 목소리가 나를 반긴다. 투움바 파스타와 레모네이드를 주문하자 영수증과 함께 호출 진동벨을 손에 쥐어준다. 망설임 없이 창가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았다. 일에 치여서 지쳐 있는 나에게 괜스레 미안함을 느낀다. 


   평일 저녁이라서인지 넓은 식당에 손님이 거의 없어 조용했다. 피아노 연주 음악만이 홀 전체 울려 퍼진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오그라졌던 심장을 조심스럽게 다림질 한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문 닫을 때까지 테이블에 앉아서 글을 쓸 생각이다.


   진동벨이 울려 음식을 받아 놓고 보니 투움바의 굵은 면발이 만족스럽다. 치즈와 새우가 풍성하게 들어간 따끈따끈한 파스타에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들이켜 본다. 상큼한 레몬 과육이 입안을 환하게 밝히면서 파스타의 흔적들을 모아서 목구멍 속으로 시원하게 흘려보낸다. 피클마저도 맛난 걸 보니 위로 받고 있음이 분명하다.


   나에게 아티스트 데이트란 각종 이유로 방치되거나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내면의 자아를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다. 나에게 극진한 대접을 해주며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시간이다. 연인과 데이트 하듯 내면의 자아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혹은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려고 한다. 스스로 만드는 나를 위한 작은 이벤트, 아티스트 데이트는 이렇게 내 삶의 활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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