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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연 May 16. 2024

고시방에 뼈를 묻는 한이 있어도

나는 악마를 보았다 7


관동대학살 책으로 씨알재단 이사장의 용비어천가를 부르지는 않겠다고 하자, 악마가 악을 악을 써대며 쏟은 소리와 제가 되받아친 말들은 이랬습니다. 



"신아연이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써서 유명해지려고 한다. 무명 작가를 벗어나기 위해 수작을 부린다. 너는 관동에 대해 애초 몰랐다. 재단을 따라 100주기 추모제에 갔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그러니 네 맘대로 글을 써서는 안 된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너는 그럼 엄마 뱃속에서부터 알고 태어났냐? 그리고 관동대학살이 국민들에게 알려지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그 일에 관해 한 명이라도 더 글을 쓰는 것을 환영하고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관동 책 낸다고 갑자기 유명 작가가 되냐. 사람들이 그 일에 얼마나 관심이 있다고."



"지금까지 재단 돈으로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년놈들이 넘쳐났다. 자애로운 김원호 이사장님을 이용하려 드는 배은망덕하고 교활한 신아연으로부터 재단 돈을 지킬 책임이 내게 있다." 



"내가 무슨 재단 돈에 욕심을 부린다는 거냐? 나는 내 돈으로 책을 낸다. 그리고 그 책이 단 한 권이라도 팔린다면 그 인세는 관동 후원금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6661명의 한 맺힌 억울한 죽음을 글로 써서 돈을 번다는 건 내 양심이 허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관동대학살 책 판매 인세는 한 푼도 안 갖는다. 책이 팔려 한푼, 두푼 돈이 모아진다면, 티끌에 불과할지라도 그 돈을 종잣돈으로 희생자들을 기리는 조촐한 추모관을 짓는 것이 하나님께 아뢴 나의 기도이자 여생의 소망이다. 그 일을 재단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이사장님과도 그 꿈을 공유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참 순진하다 못해 바보죠. 그 악마는 관동 책을 출판하여 자기가 '꿀꺽'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재단 돈이 아니라 자기가 착복할 돈을 지켜야 하는데 제가 자기 뜻대로 따라주질 않으니 미치고 폴짝 뛰다 못해 저를 죽일 듯이 미워하는 건데. 



그건 무슨 소리냐고요? 그런 게 있습니다. 제 책을 10만권 인쇄하여 10억원을 개인적으로 착복하려는 범죄 구상을 그 악마가 취중에 실수로 발설했던 거죠. 녹취를 해 둔 게 아니니까, 자기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잡아뗄 게 뻔하니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신아연, 너는 그래서 머리가 나쁘다는 거야. 그 머리로 글을 쓰니 평생 무명에, 입에 풀칠도 못하지. 지금부터 내 말만 잘 들으면 고시방에서 빠져 나오게 해 주지." 



"고시방에 뼈를 묻는 한이 있어도 너와 공범자가 될 수는 없지."







2013. 8~ 2020. 11월까지 살았던 신림동의 나의 작디 작았던 2.5평 방 





   한 번 고시방은 영원한 고시방인지, 악마는 말끝마다 '고시방, 고시방' 하지만 지금 저는 고시방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든지 말든지 저야 상관없지만, 듣는 주인댁 사모님은 서운하고 언짢으실테지요. 사모님은 제 글의 열혈 팬이자 저의 후원자거든요.



항상 제 책을 맨 먼저 사주시고, 출판 기념회에도 참석해 주시고, 김장 김치를 비롯, 맛난 반찬도 만들어 주시고, 제가 도움을 청하면 득달같이 달려와 주시죠. 



무엇보다 '작가가 사는 방'이 자랑스럽다며 제 방값을 파격으로 저렴하게 받는 것이 제게는 가장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 악마 때문에 제가 집에 불평불만이나 하고 다니는 것처럼 여길까 걱정입니다. 하여간 못된 짓, 못된 소리만 골라서 합니다. 그러니 악마죠.  







하재열 작가의 '심상'





이 모든 사실을, 악마의 계략을 이사장은 알고 계십니다. 알면서 묵인하십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10억원이 10원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사장의 침묵에는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합니다. 



내일 계속하겠습니다 .








*제 건강을 염려하고 제 시간이 아깝다며, 씨알재단의 두 사람 일에서 그만 떠나라고 하는 분들이 있지만, 일 자체에서는 이미 떠났고,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제게는 더 병이 날 일입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제 본연의 일입니다. 저는 다만 연일 유쾌하지 않은 글로 여러분들을 불쾌하게 해 드리는 것이 죄송하고 우려스럽습니다. 그러나 곧 끝날 것입니다. 아마도 이달 말 정도에. 



왜냐하면 악마로부터 5월 30일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연락을 받았으니까요. 김원호 이사장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저를 고발하겠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니 그때까지 부지런히 써야 합니다. 제 글이 받고 싶지 않으면 말씀해 주세요. 발송하지 않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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