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외국에 산다는 슬픔과 소외감 그리고 미안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해도 해도 너무 부족하므로.
나는 결혼을 하자마자 외국에서 살기 시작해서 사실 시댁이 뭔지도, 명절 증후군을 겪어보지도 못했다. 일 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가족들은 우리를 가족보다는 손님처럼 대해주고, 우리는 늘 즐거운 모습만 공유하며 살고 있다.
작년 코로나가 터짐과 동시에 외갓집이 뒤집어졌다. 할머니가 쓰러지시고, 큰 뇌수술을 하면서 몸의 거동이 힘들어지고 말을 잃으셨다. 그리고 몇 개월 뒤 할아버지도 갑자기 돌아가셨다. 엄마와 이모들은 한꺼번에 온 슬픔과 현실을 버티고 있었고, 나는 코로나라는 장벽에 못 이겨 한국을 들어가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행복하자고 왔는 이곳에서 나는 충분히 행복했지만, 가족들의 슬픔은 나누지 못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당장에 한국에 들어갈 처지도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영상통화와 위로의 말 몇 마디뿐.
한국에 있는 남동생에게 엄마를 잘 부탁한다 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누나는 여기 있지도 않으면서 나한테만 왜 맨날 이런 부탁하는 거야? 나도 부담스럽고 힘들다고!"
대답을 듣고 순간 멍 해졌다.
그리고 너무 화가 났다.
"넌 왜 그렇게 이기적이니? "
더 이기적인 나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서 괜히 동생에게 더 화를 냈다.
동생말이 맞다. 난 엄마가 힘들 때 한순간도 엄마 옆에 있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런 불효자식이 어디 있나. 너무 슬펐다. 나의 행복만을 붙잡고자 여기서 꿋꿋이 버티고 있는 나 자신이 가장 이기적인걸 알면서도 난 내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외국에 산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가족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나는 을의 입장이고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오늘따라 우리 가족이 너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