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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야 Oct 13. 2021

왕복 2300km의 휴가

겨울의 호주 에얼리비치

왕복 2300km 라면 감이 안 올 수도 있는데, 이 거리는 서울 부산 왕복 3번 이상 할 수 있는 거리이다. 차로 우리 집에서 왕복 28시간, 이동시간만 1박 2일씩 총 3일이 걸렸다. 그런 곳을 왜 휴가로 가냐고?






이 정도 아름다움이라면 살면서 꼭 가볼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우리니깐!!!

퀸즐랜드로 이사 오고 난 후부터 몇 년 동안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런데 너무 멀다.. 이곳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들은 넘쳤다. 그래서 계속 미뤘다. 그러다 우연히 뉴스를 보았는데 중국인 관광객으로 자연이 훼손되고 있어서 관광을 막을 수도 있다고.

코로나로 국경이 막힌 지금이 시기이다 싶어서 다녀왔다. 역시나 그곳에서 일주일 동안 마주친 동양인은 우리 빼고 10명도 되지 않았다.


이곳은 '화이트 해븐 비치'다.

이름 참 잘 지은 것 같다. white haven beach.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치에 늘 TOP5안에 드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인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

국립공원이며, 에얼리 비치라는 도시에서 투어를 통해서 들어갈 수 있다. 물론 경비행기가 있다면 들어갈 수도 있음. 근데 난 없으니까 투어를 통해 하루 놀다 왔다. 물론 에얼리 비치에서 일주일 동안 캠핑 중이기도 했다.



여름엔 성수기라 일부러 8월에 예약을 했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8월이 가장 피크란다. 비도 오지 않고 고래도 볼 수 있어서. 몰랐다. 어쩐지 호텔예약이 안되더라. 결국 8월 락다운으로 인해 9월로 미뤘고, 똑같은 아름다운 겨울일줄 알았던 9월은 비와 바람이 날 맞이해주었다.



회사에 10일 휴가를 내고 다녀왔는데, 가는 길 1박 2일 오늘 길 1박 2일을 쓰고 나니 막상 일주일밖에 휴가를 즐기지 못하는 거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쿨하게 2주를 내는 건데 말이다.



시내를 벗어나 30분만 달리면 촌구석 풍경..


워킹홀리데이 시절부터 지역 이동을 워낙 많이 했던 터라 이 정도 긴 여행은 이번에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도 이제 늙었는지 20대 때 가지고 있던 싱싱한 우리의 몸뚱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너어어무 힘들었다. 그때보다 훨씬 느린 일정으로 잡았는데 말이다. (그땐 3400km를 3일 만에 갔다) 그렇지만 그때와 똑같이 긴긴 시간 동안은 초성게임, 끝말잇기,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우리의 놀이 취향.


좌 캠핑장 우 놀이터(어른용인줄 알았는데 어린이용이었음)



에얼리 비치에서의 일주일은 일에 지친 우리가 쉬기엔 정말 좋았다. 호주에는 캠핑장이 잘되어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시설이 좋은 BIG4 Holiday Park 위주로 캠핑장을 예약한다. 다른 캠핑장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화장실이 깨끗하다. 이 정도면 돈을 더 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에얼리 비치에서의 우리의 일정은 꽤나 빡빡했으나, 매일매일 비 오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40km/h가 넘는 강풍과 그쳤다 왔다를 반복하는 비 때문에 대부분의 일정을 다 취소했다. 그리고 그냥 오롯이 캠핑을 즐겼다.



화이트헤븐 비치를 위해 이곳까지 왔는데, 안 갈 수 없어서 일기예보를 매일 째려보다 가장 날씨가 좋은 날로 예약했는데, 그날도 역시 비가 오고 강풍이 불어서, 비를 맞으며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스노클링을 즐겼다. 그리고 바들바들 떨면서 돌아왔다. 물론 물속은 하나도 보이지 않더라. 그냥 베리어 리프 한가운데서 스노클링을 했다는 느낌만 받았달까.



그렇게 긴 이동과 함께 휴가를 다녀온 후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치질이 걸렸다.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었나 보다..

다음부턴 비행기 타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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