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남편과 데이트를 할 때면 1주일에 한번 못해도 2주에 한 번은 교촌치킨 레드를 사 먹었다. 그때도 그다지 매운걸 잘 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어디 가서 맵찔이는 아니었다!! 그리고 계속 생각나는 그런 매운맛들이 있다.
떡볶이는 나의 소울푸드요, 치킨도 간장보단 빨간 양념 파인 나는 매운 음식을 꽤나 좋아하며 살았다 생각한다. 그런데 웬걸 어느 순간부터 신라면이 맵기 시작했다. 솔직히 난 호주 수출용 신라면이 한국 신라면보다 더 매운 것 같은데, 남편은 그냥 내가 맵 찔이라 그렇게 느끼는 거란다. 반박 불가다.
신라면 먹고 눈물 콧물 흘리는 나니깐..
오늘은 한인 슈퍼에서 쫄면을 사 왔다. 사실 이제는 매콤한 양념장이 들어간 시판 음식이라면 매울까?부터 고민한다.
어느 순간 비빔면도 매워서 김에 싸 먹는 맵찔이가 내가 되었다.
풀무원에서 나온 쫄면을 먹으면서 거의 울었다. 남편이 누가 보면 불닭볶음면 x3 먹는 줄 오해하겠다고 하더라. 억울해서 나는 이런 인위적인 매운맛이 아닌 고추의 매운맛만 잘 먹는단 말이야! 라며 콧물을 닦았다.
해외생활 n연차, 그것도 서양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요리사다 보니 한국의 매콤한 맛을 잊어가는 것 같다. 물론 집에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을 해 먹지만, 다른 집들보다 훨씬 한식의 비중이 적은 건 맞다. 내 전공이 양식이니, 한식은 나도 백 선생님 레시피로 먹고 산다. (백 선생님 해외동포로써 매우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밥 먹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나의 맵찔이는 점점 심각해져 가는 것 같다.
아.. 오늘 저녁 매콤한 쫄면 먹었으니, 내일 아침부터 화장실 들락날락할 생각에 벌써 너무 흥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