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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셀도르퍼 Aug 08. 2020

Day 7

of 2 Weeks Project

중학교 1학년, 학원 쉬는 시간에 여자애들이 둘러앉은 곳에 슬며시 자리를 잡았다.

화이트가 좋다느니, 날개가 있는 게 편하다는 말을 듣는 게 별천지였다.

초경이 찾아오지 않은 14살에겐 그들이 흰색 날개를 단 여성처럼 보였다.


"나는 4일, 어머 너는 6일이나 한다고? 정말 힘들겠다"

한 마디도 덧붙이지 않은 14살은 다시 슬며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남녀공학이지만 남자와 여자의 반은 나뉘어 있었다.

누군가 큰 소리로 '생리대 있는 사람?'하고 외치면 모두 가방에 슬며시 손을 넣는다.

내성적인 것으로 치자면 전교 1등을 차지하고도 남을 나는 갑작스러운 날에도 둘둘 말은 휴지로 연명했다.


그렇게도 피해왔던 질문이다.

그녀가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질문을 던질 때까진 말이다.

"시작했어?"

순간 얼굴이 뜨거웠다.

그리고 그 한마디에 나를 지배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처음 마주할 수 있었다.


부끄러움.

무엇에 관한 부끄러움인가.

내가 현재 일상적인 상태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굳이 묻지 않고, 애써 답할 필요 없는 상태가 깨진 것은 그 단순한 한마디였다.


당연한 것을 자연스럽게 묻는 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핑계를 내밀던 날이 많았다.

'그냥'이라는 마법의 단어로, '피곤해서'라는 만능 핑계로 월경이 가져오는 모든 불편함을 대신했다.


부끄러움을 조금 걷어내고 나서 가끔 나는 솔직해진다.

애매한 말 대신 월경전 증후군이나 생리통과 같은 진짜 이유를 건넨다.


그리고 나의 리듬과 다른 몸속의 다른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호르몬으로 요동치며 삶을 좌지우지하려는 그 어쩔 수 없는 존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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