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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돌핀 Aug 31. 2024

거지같이 비싼 Mac Pro 바퀴

하드웨어 개발의 극한을 달리는 애플.

Apple Mac Pro Wheels

지난 2018년 애플은 오래간만의 업데이트로 전문가용 데스크톱인 Mac Pro의 새로운 디자인 업데이트가 있었습니다. 제품의 성능만큼이나 화제를 모은 것은 애플에서 함께 판매하는 바퀴, Apple Mac Pro Wheels의 옵션이었습니다. 데스크톱을 구매할 때 함께 주문하면 $400의 가격이지만, 따로 사후에 구매할 경우 $700인 사악한 가격 때문이었습니다.


애플이 이에 대한 지탄을 받은 것은 이번 한번뿐이 아닙니다. 그 이전에 공개한 Apple Pro Display의 모니터 암이 $900에 이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던 것도 이러한 비판에 불을 지폈죠. 저는 페이스북에 왜 이런 희한한 가격으로 제품을 팔 수 있는지 페친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페친들의 추측은 다양했습니다. 독특한 경험을 주기 때문에, 광고비에 따른 원가 상승, 브랜드 가치, 명품 같은 거라서... 여러 의견을 주셨어요.


하지만 저는 관점을 좀 더 다르게 접근해 보려고 합니다.


Microsoft MS Arc Mouse Gen 3


얼마 전 제가 일하는 팀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MS ARC 마우스 1,2 세대를 분해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용할 때는 부드러운 곡률을 가진 마우스이지만, 쓰지 않을 때는 평평하게 펼 수 있는 기가 막힌 마우스입니다.


안을 분해해 보면 그 디테일이 더 놀랍습니다. 마우스의 등판이 실리콘으로 되어 있지만 단단하게 쥐고 움직여도 편안할 만큼 인간공학적 곡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철판의 좌우측 끝부분을 잘게 잘라 일정 곡률과 평평한 쉐입을 오갈 수 있도록 구현했습니다. 버튼 부분에도 얇은 철판을 대어 누르는 힘에 일관적으로 반응이 되도록 설계하였습니다. 펴고 구부리고 하는 것이 자유롭지만, 한번 형태가 잡히면 악력을 견딜 수 있게 만든 것이죠. 더욱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이 이음새 없이 주머니 형태로 부품들을 감싸고 있도록 하여 부드러운 촉감을 제공합니다.


실리콘과 플라스틱 이음에 대한 정밀하고 균질한 가공에 대한 경험이 있는, 적어도 5년 이상의 실무경험이 있는 디자이너가 상당한 실험 끝에 만들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실리콘 사출은 그 등부분과 배부분의 각도가 다르고, 실리콘 재질의 균질함, 마감의 깔끔함을 보았을 때, 웬만한 사출공정을 가진 곳에서도 제작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2세대에는 1세대에는 보지 못한 세부 굴곡의 마감 커팅으로 마모되는 부분에 보강재를 대었고, 물리적으로 돌출된 버튼을 없애기 위해 터치 센서들이 내장되어 있었습니다.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저희 엔지니어가 내린 결론은 현재 판매가 9만 원 정도의 아크 마우스의 생산 단가는 생산 볼륨을 감안할 때 달라지겠지만 30불 이상이 될 것 같고, 설계등에 투자한 초기 비용이 최소 3개월 이상의 실험 기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이 또한 결과물을 놓고 보았을 때 그러하다는 것이지 실제 제작을 해본다면 더 늘어날 것입니다. 실무경험 5년 이상의 디자이너가 3개월 동안 이 작업을 한다면 인건비와 부대비용을 포함한 연구비용이 최소 십만 불은 넘게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마우스를 팔아서 이윤 십만 불을 충당할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에 몇이나 될까요? 이점을 감안한다면 이 마우스가 주는 가치와 마우스 개발 투자 가격 사이에 상당한 고민을 했음을 짐작하게 만듭니다.


애플로 돌아와 봅시다.


어떤 사람들은 이 정신 나간 가격은 애플 제품에 매겨진 가치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애플의 브랜드로 사용자가 심리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브랜드는 분명히 제품에서 가격의 상당 부분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컴퓨팅 제품은 제품의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이기 쉽지 않은 제품군입니다. 컴퓨터는 아직 다른 명품 제품들처럼 사치재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퀴에 사치품처럼 의미 있는 브랜드 밸류를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제품이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가격을 정당화할 기술적 난제를 극복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아크 마우스처럼, 여기서 구현해 낸 기술적 특이성이 가격을 상승하게 했다고 보는 거죠. 이 관점에서 두 가지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1. 이 제품에서 기술적으로 반드시 구현해야 하는 난제는 무엇이고, 애플은 무엇을 탁월하고 대단하게 해냈는가?(가격을 정당화시킬 만큼)

2. 그 외 가격을 상승시킬만한 요인, 아니면 거꾸로 가격을 저렴하게 낮출 수 있을 만한 기술적인 방도는 없었는가?


아무리 가격이 사악한 Pro 라인업이라고 하더라도, 애플이 마음대로 가격을 매길 수는 없습니다. 비싸서 고개가 갸우뚱한 가격임에도 간혹 그 기능에 비하면 저렴하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단적으로, Apple Pro Display XDR의 경우를 봅시다. 유사한 기능의 명암도와 색 재현력, 계조 등을 제공하는 동급대의 EIZO모니터나 Sony 모니터의 경우 최소 3,600만 원, 4,000만 원 선입니다. 애플은 이걸 700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대로 구현해 냈죠.(물론 따라잡을 수 없는 점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바퀴가 분명 어떠한 특수한 부분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Mac Pro 제품군은 전통적으로 손잡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페셔널로 활용하는 환경에서는 기기 자체를 가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2020년 CES에서 데모를 할 때 따로 Mac Pro 몇 대를 가지고 Las Vegas로 이동했었습니다. 저희 팀에서 기획한 대형 디스플레이용 고해상도 영상과 로봇 데모 제어를 위해 PC들을 직접 가지고 이동했습니다.  이동성을 고려하여 랩탑용으로 데이터를 옮겨 담을 경우, 수많은 파일들을 누락 없이 모두 옮겨 담을 수 있을지 장담이 되지 않았을뿐더러,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에러를 최소화하도록 변수를 줄여야 했으며, 무엇보다도 개발자들이 매일매일 개발하던 그 환경세팅 그대로 활용해야 했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지기보다는 PC를 가지고 가는 상황이 훨씬 나았죠.

손잡이가 두드러진 디자인의 Power Mac G5와 G4

이때 정말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Mac Pro 본체 손잡이와 바퀴입니다. CES Convention Center 내부에 세워진 2미터가 넘는 LED 디스플레이 뒤쪽의 좁은 공간에 컴퓨팅 환경을 마련하고 사무실에서 가지고 온 Mac Pro를 설치하면 바로 사무실과 동일한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이동 과정에서 힘들이지 않고 이동을 하게 만들어준 건 손잡이와 매우 매끄럽게 굴러가는 바퀴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바퀴가 이때 필요합니다.

백스테이지는 대체적으로 이런 모습입니다.

보통 이런 환경에 가면 매끈한 포장된 바닥 위로 움직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공연이나, 데모, 영상을 제공하는 곳 뒤쪽의 바닥에는 대체로 이삿짐용 박스들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원래 건물의 대리석 바닥등을 보호하기 위해 깔아 둡니다. 그 위로 무거운 공연용 짐과 장비들을 담은 카트들이 움직이면서 만드는  인테리어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지요. 애플의 바퀴는 이런 고르지 않은 바닥을 위를 구르면서도 본체에 전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 바퀴가 충격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얼마나 충격흡수에 뛰어난지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이게 끝내주게 좋은 바퀴라는 것이죠. 어느 정도냐면, 스케이트 보더들이 이 바퀴들로 스케이트 보드를 만들었고, 이걸 가지고 뛰고 구르고 돌리고 해도 잘 돌아갈 만큼 튼튼합니다. https://youtu.be/IvAX1 vQJnAU? si=nwRJx2 QidP9 Uosed


한 개의 개별 바퀴는 실제로는 두 개의 바퀴를 합쳐서 만들어서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더라도 매끄럽게 방향전환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를 고정하는 연결부도 사람의 체중을 버티고 점프도 가능할 만큼 튼튼합니다. 게다가 이게 전부 메탈 통짜로 되어 있어 분해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검은색 부분은 재질을 추측하기 어렵지만, 일반 고무나 플라스틱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메탈로 만들어져 위에서 내리꽂는 충격에 강하고, 불의의 충격으로 인한 분해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동시에 제조 공정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바퀴 부분은 나사를 쓰지 않고 결합이 되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설계와 제조 구현이 원가를 절감해 줄 수 있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되어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이 지점에서 가성비를 구현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활용하지만, 애플은 그렇게 하지 않고 금속으로(스테인리스로 추정) 구현했습니다. 이를 통해 애플 개발자들은 아래의 목표들을 두고 제품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론 할 수 있습니다.


a. 바퀴는 무거운 Mac Pro 데스크톱을 바닥 재질과 관계없이 매끄럽게 이동하도록 만들어야 함.

b. 방향 전환 등의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지 않도록 기민하게 바퀴가 움직여야 함.

c. 데스크톱의 내부 부품, 특히 그래픽 카드 등은 무거운 부품에 비해 얇고 작은 접합부에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움직이는 과정에서 상하 진동에 의한 유격을 발생시키지 않는 등 진동 최소화를 해야 함.

d. 진동 최소화를 하더라도 공기를 주입하는 바퀴를 이용하지  않음. 즉, 오랫동안 한자리에 있으면서 발생하는 기압 손실 등 요소등은 발생시키지 말아야 함.

e. (아마도 바퀴 중심이 뚫려있는 이유는) 심미적인 이유도 있지만, 바퀴를 고정하는 구조를 만들 수 없는 모종의 이유 때문에 (구조를 결국 만들어낼 역량이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바퀴 내부로 봉이나 체인을 넣어 고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함....


이러한 점들을 만족시키는 구조 설계가 있었을 것이고, 최종적으로 가격을 저렴하게 만들지 못한 이유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 1. 개발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개발 공임이 투자되었다.

- 2.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비싼 소재를 활용해야 했다.

- 3. 좋은 3rd 파티 제품을 물색했으나, 내부적으로 생각한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찾는데 실패하여 직접 개발하는 편을 택했다.

(개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퀄리티를 맞추었을 경우 납품 단가가 애플 내부 개발 단가와 비견해서 극적으로 저렴하지 않았다.)

- 4. 무엇보다도 대량생산 수요가 낮아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비용절감을 실현할 수 없었다.

- 5. 높은 가격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꼭 필요한 사람만 사는 상황이 되었다. (대체로 B2B 시장이 그렇죠)


제 개인적인 추정으로는 제품 생산 가격이 높아, 손해를 보면서 파는 부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번 끼워서 굴려보면 그 부드러움을 극한으로 구현했거든요. 베어링 구조도 상당 수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격이 비싸지만 요모조모 살펴보면 허투루 만든 제품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제 인생에 Mac Pro를 제 돈 주고 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사게 되면 바퀴도 구매하는 것은 좋을 것 같네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바퀴를 만든 방법이나, 제조 공법을 기획한 분을 만나게 될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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