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방지기입니다. 대한민국의 자영업자죠.
생활방식은 평택역에서 멀지 않은 골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건물이 매우 낡고 화장실도 불편하지만 이 정도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보증금과 월세가 저렴해서 3년 동안 잘 버티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자영업자들을 휩쓸고 지나갈 때에도 생활방식은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어요. 월세가 저렴한 탓도 있겠지만, 독립출판물을 찾아주고 사랑해주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생활방식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흘러갑니다. 오픈 시간에 맞춰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들어오지도 않고, 출근을 하면 손질해야 하는 재료들이 있는 것도 아니죠. 주말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곳도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3년 동안 이곳을 지키면서 들었던 말들 중에 대부분이 "평택에 이런 곳이 있어?"와 "이걸로 먹고살아?"인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이해되지 않아요. 저는 왜 월세도 겨우 나오는 작은 독립서점을 지키고 있는 걸까요? 무슨 매력이 있길래, 그죠?
저는 약 10년 전에 독립서점을 만났습니다. 친구와 주말에 놀러 갈 곳을 찾던 중 작은 서점을 찾았고, 책을 좋아하던 저는 그곳에 들러 책 구경을 했죠. 아마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책을 구경하고 골랐던 것 같습니다. 한참을 고르다가 계산대에 갔더니 사장님께서 책을 좋아하냐고 물어보셨어요. 그 질문을 시작으로 대화가 시작됐고, 대화를 통해서 독립서점과 독립출판물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 책을 사고 싶을 땐 독립출판물만 찾아다녔고 구입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독립출판물의 희소성 때문에 열심히 구입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한정판 굿즈를 사는 것처럼요.
지금의 저는 독립출판물을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카운터에 앉아서 입고 메일을 받고, 키보드와 클릭 몇 번으로 책들을 몇십 권씩 입고하고 있습니다. 책 입장에서는 주객전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자신을 찾으러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던 사람이 이제는 평택역 앞 골목 가게에 앉아서 입맛에 맞는 책만 입고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잘 팔리는 책, 이것 만큼은 꼭 보여주고 싶은 책, 생활방식과 어울리는 책, 관상용 책을 구분해서 서점에 들이는 스킬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얼마 전부터 저를 독립서점 사장님이라고 소개하기보다 자영업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독립서점을 운영한다고 하면 저를 다른 차원 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았거든요. 서점 운영하는 것이 신기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독립서점은 도소매점이고, 도소매점은 가게를 운영하는 방식이 심플합니다.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사입하고, 그 물건을 손님들에게 팔아서 수익으로 먹고살죠. 하지만 어떻게, 어떠한 방식으로, 잘하는 것에 따라서 가게는 생명력을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만 들여놓는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도 아니거든요. 또 제목만 보고 괜찮을 줄 알았던 책이 엄청난 반전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입고 메일에 첨부되어 있던 10페이지 남짓된 내용이 책의 전부였던 경우도 있고 작가의 세계가 너무 뚜렷해서 3년이 넘어도 팔리지 않는 책도 있습니다.
독립서점 사장이라는 타이틀이 꽤 낭만적이고 서정적이긴 한가 봐요. 부러움의 눈길도 많이 받거든요. 음.. 글쎄요.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웬만큼 기가 세지 않으면 못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모든 자영업과 마찬가지로 진상도 많습니다. 3~4권 정도 샀으니 몇 백원은 깎아달라는 분도 있고요. 지나다니면서 여기가 도대체 뭐 하는 곳이냐며 불쑥 문을 열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책방이면 커피도 팔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훈수를 두기도 하고요. 책방이라고 하면 사장이 얌전할 줄 아는 건지 아무 말도 없이 주차해놓고 떠나기도 합니다. 심지어 눈도 마주쳤는데요.
자영업자로써 할 말도, 독립서점 사장으로서 할 말도 구구절절 많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 안에 쌓인 게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노하우를 푼다고 하기에는 너무 구구절절한 사연들이라서 민망하니, 그저 수많은 직업 중에 하나로써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천천히 풀어내 보고자 합니다.
저는 국문과를 졸업한 사람도 아니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싶어서 N 잡러로 살고 있지만, 독립서점과 관련된 일보단 관련되지 않은 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건 비싼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요, 그저 독립서점만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서입니다. 앞으로 5년 안에 이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데 주변에 용기를 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오른 상태입니다.
저는 많은 양의 입고 메일을 받다 보니 작가 혹은 출판사의 의도를 더 자세히 알게 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책들 중에서 나의 현재를, 혹은 주변을 본인만의 시선으로 기록한 책에 눈길이 갔어요. 그러다 보니 저 또한 저의 일을 글로 기록하는 것에 대한 흥미가 생겼습니다. 글을 잘 쓰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기록할 만한 이야기들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름의 출사표를 던졌으니 이다음엔 제가 생각하는 지역과 독립서점의 역할에 대해서 써 볼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의 전 직업도 등장하게 되겠네요.
인스타그램,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에는 독립서점 사장으로서 고민과 현실과 푸념이 많이 담길 것 같습니다.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쓰면 어쩌나 걱정되기도 하지만, 서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떠올려보면 웃긴 일도 참 많습니다. 제 성향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아주 깊게 파고들고 고민하기 때문에, 글을 쓰다 보면 지나치게 과몰입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저의 소중한 생활방식을 글로 기록하고 싶어서 브런치 연재를 선택했으니, 이 선택을 꾸준히 밀고 나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