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세 Oct 08. 2022

어쩌다 독립서점을... 그러게요?

생활방식은, 나의 정체성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낭만적인 행위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가득 두고, 공간을 예쁘게 꾸미며 책방지기의 취향에 따라서 음악을 틀고 커피나 차를 내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사업의 개념으로 본다면 이보다 더 가성비 떨어지는 장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마진율이 낮기도 하고 팔리지 않은 책은 재고로 남으며 손님들의 손때가 묻으면 책이 더러워지는 경우도 더러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서점을 계속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음, 아무래도 생활방식은 저 그 자체이기 때문에 계속 운영이 가능한 것 같아요. 일부러 말을 어렵게 쓰려는 건 아닌데, 쓰다 보니 굉장히 어려운 말처럼 보이는 것 같네요.


생활방식은 나의 정체성.

제가 독립서점을 열기 전까지 제 인생을 설명드려 볼게요. 매우 객관적인 주관적 자료로요.


한 여름, 저는 다정다감한 아버지와 신이 나면 춤을 추는 어머님 밑에서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 저는 엄청 고집쟁이였다고 해요. 횡단보도를 건널 때 흰색만 밟고 간다고 엄마 고생시키고, 이모가 저보다 먼저 계단 내려갔다고 울고불고했다네요. 초등학생 때는 정글짐 제일 위에 올라가서 올라오는 애들을 발로 밟는 그런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었고요. 중학생 때는 UN오빠들 덕질하느라 예능 챙겨보기 바빴어요. 해체 때문에 전교에서 유일한 UN팬이었던 친구랑 울고불고하다가 "너를 용서할 맘은 없어"라며 경고를 날리는 SS501오빠들로 갈아탔고요.(그 친구랑 고등학생 때 쪼금 싸움. 갈아탔다고..) 고등학생 때는 열심히 수능 준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답니다.


대학교는 한양으로 가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인서울 학교로 갔어요. 의외로 경제학 전공했고, 생각보다 성실하게 복수전공까지 했고, 세상에!! 그 흔한 휴학도 하지 않았네요. 학생회도 했고, 동아리도 했고, 아 진짜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학교에 무슨 정이 붙어서였는지 졸준위도 함. (아 이건 진짜 웃긴데 총학 후보제안도 받았답니다.ㅋㅋ) 그리고 졸업하면서 문화재단에 인턴으로, 계약직으로, 고용승계로, 청년몰 입점하고 다시 계약직으로 직장을 옮기다 독립서점을 열었답니다. 중간중간 프리랜서로 돈을 벌었던 것도 목돈 모으기에 한몫을 하기도 했네요! 생활방식을 서른 살에 오픈했으니 짧은 시간 동안 알차게 인생을 채웠어요.






제가 서른 살 이전의 일들을 얘기하는 것이 TMI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서른 살 이전의 일들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생활방식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언급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있었던 타고난 고집은 제가 생활방식을 고집스럽게 붙잡고 운영하고 있는 배경이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돈을 벌려면 독립서점에 커피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책만 놓아야 한다는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요.


그리고 제가 티는 안 나지만 무시무시한 승부욕과 상황을 길게 보고 판단하는 끈기가 엄청나요. 조금 안 되는 것 같다고 한눈을 팔거나 다른 길을 찾지 않았던 것이, 독립서점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면서 여러 사업을 하게 된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오빠들로 단련된 덕질하는 기질은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모든 창작자분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의 생활방식은 단순히 취향이 가미된 공간이 아닌, 저라는 사람의 정체성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저는 저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겠군요. "독립서점을 왜 하고 있나?"라고요.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순 없겠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그 답을 찾아야 하겠지만. 지금의 저는 독립서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누군가는 독립서점이 더 많아지면 불리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죠. 어떻게 보면 독립서점이 평택에 두 곳밖에 없으니 독점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세상에. 독점이라니! 그럼 돈도 엄청 많이 벌어야 하는 건데? 애석하게도 그러지는 못 하고 있네요.


독립서점이 많아져야 독립출판물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독자들이 생길 거예요. 독자들이 생기면 독립출판물 시장도 점점 더 커질 수 있겠죠. 그러다 보면 더 다양하고 많은 독립출판물이 판매가 될 것이니 저에게는 더 이득인 부분 아닐까요? 물론 이 말에는 많은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냥 넘어가 주세요. 그거 다 따지면 슬퍼지니까.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 제 삶과 생활방식의 시간이 있었고, 또 시간이 지나면 이 생각은 어떻게 발전할지 모릅니다. 지금의 저는 이 생각으로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아, 그렇게 고민과 생각을 반복하다 보니 저도 독립출판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독립출판(로컬매거진)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기엔 아직 쑥스러운 부분도 많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파란 기둥 독립서점 <생활방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