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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세 Feb 10. 2023

그래서... 독립서점으로 수익이 나나요?

독립서점 사장으로 살아남기

'갑자기, 뜬금없이, 느닷없이 독립서점이 오픈을 했다고 해서 손님이 마구잡이로 찾아오지 않습니다.'라는 말은 제가 늘 독립서점을 꿈꾸는 분들께 하는 말이에요. 독립서점을 창업하는 방법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만 잘 운영하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독립서점 사장님들이 본인만의 노하우를 알려주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닐 거예요. 대부분의 독립서점 사장님들은 서로 "어쩌다가 독립서점을 하셨어요ㅠ.ㅠ"라며, 만나면 위로하기 바쁘거든요. 노하우를 공유하지 못하는 건, 정답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저 역시 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 책방과 관련 없는 다른 일도 하고 있으니까요.



독립서점뿐만 아니라 모든 가게가 그러하듯, 가게자리를 알아보고 계약한 후에 사업자등록증을 냅니다. 그리고 판매할 물건들(독립출판물 또는 굿즈들)을 입고하고 카페를 겸하는 경우엔 휴게음식점까지 등록해야 하죠. 음식점에서 레시피개발을 하는 것처럼 독립출판물도 어떤 책을 입고할지 큐레이팅을 해야 합니다. 외골수 같은 면이긴 하지만 저는 독립출판물을 취급한다고 해서 독립서점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아요.(일반적으로 그렇게 정의 내리기는 합니다만 이건 소비자의 관점에서 해석되는 견해라고 생각해요.) 책방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취향의 확고함, 그에 맞는 음악과 맞는 책을 골라낼 수 있는 시각,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얻어지는 손님들과 정보와 지식의 공유, 자본의 논리에 따라가지 않고 책방지기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입고하는 책들은 책방지기가 당연하게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인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카페운영이 주목적인데 책 몇 권 입고한 걸로 독립서점이라고 홍보하는 곳을 저는 참 싫어합니다. 서점은 서점이고, 카페는 카페니까요.


여하튼, 제가 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콘셉트도 아니고 입고된 책도 아니고 월세입니다. 낭만과 조금 거리가 멀죠? 제 기준이지만 독립서점의 존패는 월세가 큰 몫을 하는 것 같아요. 책은 보통 6~80%의 금액으로 입고를 합니다. 책방지기에게 남는 게 책값의 2~40%라는 뜻이지요. 책값은 10,000원 언저리에서 측정이 되어 있습니다. 단순하게 계산을 해 보아도 50만 원의 월세를 내고 생활비까지 감당하기 위해선 얼마 큼의 책이 판매되어야 하는지 나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책방에 들어가는 돈은 월세, 전기세, 수도세, 인터넷비, 정수기, 포스기 등 생각보다 꽤 많은 유지비가 들어갑니다. 낭만으로만 유지하기엔 기회비용이 너무나도 크죠.


앞서 말했듯이 독립서점을 오픈했다고 해서, 광고를 돌린다고 해서, 사람들이 "우와! 독립서점이래!" 하고 오는 건 아닙니다. 이건 제 경험이에요. 제가 그랬거든요. 독립서점 열면 사람들이 엄청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가게 문을 열고 "여긴 뭐 하는 곳이에요?"라는 질문을 듣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아, 제가 월세가 싼 곳에 있어서 그럴 수도 있어요. 월세가 비싼 곳은 큰 도로에 있는 곳이고,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그곳은 장사가 잘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독립서점은 골목감성 아닌가요?ㅎㅎㅎ






그래서... 독립서점만으로 먹고살아도 되는지 물어보신다면.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독립서점 운영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수익의 기준을 잡을 수 있거든요.  저는 생활방식이 유지될 정도의 수익을 원하고 더 큰 수익이 난다면 그건 제 몫이 아니라 이 공간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독립서점에서 돈을 더 벌면 벌 수록 이곳을 유지하기 위해 쓰고 있답니다. 작가님을 섭외한다던가, 비싼 책을 입고한다던가, 조명을 바꾸고 책장을 추가해서 책방에 더 많은 책을 둘 수 있도록 하죠. 이마저도 어려운 날이 참 많았어요.(고생했다 과거의 나)


다만 독립서점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 덕분에 저는 독립서점을 꾸준히 운영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장사의 영역이기 때문에 손님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는 필요해요. 워크숍이 될 수도 있고, 작가를 섭외할 수도 있고, 혹은 전시나 행사등이 될 수도 있겠죠. 또 독립서점에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저는 평택에 독립서점이 없다 보니 독립출판물을 다양하게 입고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손님들에게 "독립출판물에는 이런 책도 있고, 저런 책도 있고요! 여러분도 마음만 먹으면 책을 낼 수 있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거든요.


그렇게 손님들이 많아지고 단골이 생기면서 생활방식은 자연스럽게 독립출판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됐습니다. 꼭 책을 구입하지 않으셔도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손님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죠. 독립출판물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으시다면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설명을 해드리고 취향에 맞는 책과 작가님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니까 저는 처음부터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건 장사의 'ㅈ'도 몰랐던 과거의 제가 했던 실수였어요. 처음부터 사람들이 사장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지 않죠. 저라도 그랬겠어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장곡선은 없지만 궁극적인 목표를 갖고 꾸준하게 하다 보니 생활방식도 꽤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독립서점으로 수익이 나냐고 물어보신다면, 수익=돈이라는 공식을 제외한다면 수익은 납니다.ㅎㅎ 참 뜬구름 잡는 이야기지만 진짜 그래요. 돈이상의 것을 얻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은 무엇보다 자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에 많은 독립서점사장님들이 책방을 꾸려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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