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남학생과 여학생을 나누어 각각 다른 교실로 모여 놓고무미건조한 표정으로 틀어주는 영상, 그 대략적인 내용은 1차 성징, 사춘기와 2차 성징의 신체적 변화, 월경(생리)과 임신에 관한 것, 딱 그게 전부다.
그 뒤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을 거치는 기간 동안 성교육 경험 전무한 세대인 내가 부모가 되어 자녀들에게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대학시절 동물생리학을 전공필수로 배웠던 지식이 있다한들 느닷없이 치고 들어오는 '엄마는 몽정해 봤어?', '나는 엄마 몸의 어디로 나온 거야?' 등등의 질문 앞에서는 순간 얼음이 되어 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비슷한 또래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들과 손잡고 찾게 된 손경이 성교육 특강!!
"성교육은 관계교육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강사의 말을 듣고 지금까지 잘못된 상황에 대해서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인지)이 중요하고, 내 생각을 언어로 바꾸는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배워서 남주자는 마음으로 내 남편과 아이들에게, 내 지인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배움을 나누는 마음이 쌓인다면 성평등과 다양성 존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립될 수 있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젠더가 뭐냐'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전기적 규격을 변환하는 기계를 떠올린다고 한다.
사회적 의미의 성을 '젠더'라 하고 생물학적 의미의 성을 'SEX'라고 한다는 사전적 지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하는 판 자체가 완전 다른 세대를 양육하고 있는 우리 부모 세대는 그런 아이들의 생각을 먼저 듣고 아이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의 시작이 성교육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어쩌면 어른세대에게서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
'만약 남자가 나무라면, 여자는?'이라는 질문을 똑같이 우리 아이들에게 한다면
바로 '나무'라고 대답하는 경우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우리 집의 경우에도 큰아이는 단박에 "나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생김새가 다른 나무라는 그 '차이'를 예를 들어 말해주면 '젠더는다양함이다'라는 설명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화책 다시 읽기를 통해서도 성 인지 감수성 교육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 '백설공주'를 보면 이웃나라 왕자라지만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잠든 상태에서 입맞춤을 당하는 공주의 입장에서는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당한 명백한 성범죄라는 점을 우리는 인지할 수 있다. '흑설공주'를 통해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생각부터 다양성 존중에 대한 이야기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는 얘깃거리가 많다.
'선녀와 나무꾼'에서는 나무꾼과 사슴의 범죄명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선녀의 입장에서 보면 하루아침에 관음증, 절도, 협박, 감금, 납치를 당하고 그런 범죄자와 가족으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라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싶다.
제법 긴 연휴였던 이번 추석명절, 코로나 이후 더욱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친지들과 애틋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을 테지만,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월요병만큼이나 누구나 겪는 애로사항처럼 뭔가 심리적으로 불편하고 힘든, 달갑지 않은 시간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도 부엌살림은 집안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나마 '나는 생각이 깨어있는 남자'라서 아내를 많이 도와주는 편이라고 자부하는 남편분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 말씀드립니다.
"집안일은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겁니다."
이런 사고의 변화가 있어야 명절증후군이 사라지는 날이 오리라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 거라 본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생각보다 언어의 힘은 강력하기에 성평등 사전을 인지하고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