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롱 Jul 08. 2023

아이가 실종되다

 

 2023년 6월 9일 아침 8시 50분

"어머님, Y가 학교에 안 와서요."

Y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하이콜이 울린다.

침대에서 좀처럼 몸을 일으키려고조차 하지 않는 Y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세수도 하지 않은 채 모자를 눌러쓰며 중얼거리듯 학교 가기 싫다는 Y를 등 떠밀다시피 등교시킨 게 이미 30분 전의 일이다.

아무리 느릿느릿 갈지자로 걸어갔다 해도, 등굣길에 무심히 내려다본 줄지어 가는 개미를 관찰하고 길냥이를 만나 장난치며 놀았다고 해도 30분이면 교실에는 도착하고도 남았을 충분한 시간인데 이게 무슨 말인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등굣길을 뒤따라 훑어보겠다 하고 집을 나선다. 두 번 세 번 촘촘하게 주변을 살펴도 한눈에 확 들어오는 감귤색 모자를 쓴 Y는 보이지 않고, 학교 주변 반경을 더 넓게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렇게 Y를 찾아다니는 동안 뒤늦게 교실에 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멈춰 하이톡을 남겨본다.

"선생님, 혹시 Y 학교 왔나요?"

"어머님, 오늘 아침 등굣길에 Y를 봤다는 반 친구가 한 명도 없던데요, 혹시 실종신고를 하는 게 어떨까요?"

"네에? 실종신고요!?... 일단 알겠습니다."

 평소 Y가 갈 만한 곳은 다 가보았지만 결국 Y를 찾지 못한 지 2시간이 경과하고 있었고, 내 앞에는 동네지구대로 견학 체험을 하러 온 네댓 살 아이들이 올망졸망 줄지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찍기를 끝으로 어린이집으로 가기 전 고사리 같은 손을 양쪽으로 흔들며 인사하는 아이들과 경찰관 아저씨들을 바라보며 주춤주춤 걸음을 옮긴 나는 메마른 입술에 힘을 주면서 타들어가는 목소리를 낸다.

"저.. 어.. 혹시 실종신고를 하려면 아이랑 몇 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된다거나 뭐 그런 조건이 있나요?"

"얼마나 되셨는데요?"

"그게.. 약 2시간쯤요. 집에선 나갔는데 학교에 안 왔대요."

그리고 Y의 신상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속사포처럼 쏟아졌고, 그때까지는 어디엔가 Y가 너무 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나름 침착하려고 애쓰며 전혀 울먹이지도 않고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 걸로 기억한다. 하필이면 이 날 Y가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가는 바람에 위치 추적이 불가한 관계로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수고로움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곧 찾을 테니 걱정 마시라는 너무나 간절히 믿고 싶은 말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꽉 붙잡고 있었다. 그 시각 여러 통의 부재전화 중 '지금 Y를 찾고 다닌다'는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상기된 얼굴로 찾아온 이웃동생이 지구대로 달려왔고, 혼자 끙끙대지 말고 이제 같이 다니자는 말에 - 혼자 힘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구덩이에 빠져있는 데 기꺼이 손을 뻗어주며 이제 괜찮으니 어서 나오라고 해주는 것만 같아서 순간 살았다 하는 안도의 한숨과 고마운 마음이 온몸을 휘감는 듯- 심장이 울컥울컥거렸다.  

지구대에서는 빠르게 학교 측에 연락하여 정문 쪽 CCTV를 확인해 줄 것을 협조 요청하였고, 대개는 실종 신고한 경우 대부분 아이가 자발적으로 집에 오는 경우가 많으니 보호자 한 분은 더 이상 Y를 찾아다니지 말고 댁에서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으라고 당부하였다.

그리고 실종신고 접수했다는 연락을 받고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낀 남편은 센터장님께 불미스러운 일로 오후 면접관으로 예정된 스케줄에 불참하게 되었다고 양해를 구한 뒤 왔다면서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다. 집에서부터 Y가 간 방향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 CCTV확인해 보겠다며 나가는 남편의 뒷모습이 아슬아슬 흔들리는 듯하다.

  

 지구대에 실종신고 접수한 지 한 시간이 지난 뒤 걸려온 전화는 이외에도 Y가 가볼 만한 곳이 혹시 더 있는지 묻기 위한 것이었다. 인상착의를 다 공개수배하면서 찾아보았지만 전혀 없다는 것이다.

남편은 혹시 주변 건물의 옥상 쪽도 살펴봐 주실 것을 부탁드렸고 실종 신고만 하면 금세 찾아낼 줄 알았는데... 어느새 심장이 옥죄듯 요동치며 시커먼 먹구름과 폭풍을 동반한 하늘처럼 꾹꾹 눌러왔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더니 꺼억꺼억 끅끅끅 알 수 없는 울음소리가 진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디 있는 거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더 이상 집안 어디에도 서 있을 수 없어서 왔다 갔다 하면서 손에 꽉 쥔 핸드폰만 쳐다보는데 땀인지 눈물인지 축축한 기운에 미끄러져 그대로 고꾸라져 엎드려있는데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띠. 띠. 띠. 띠. 띠. 띠리릭~!"



 

 Y다.

오늘 아침, 등 떠밀듯 나간 지 4시간 반만이다.

어디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가 벌겋고 시커먼 때구정물이 얼굴 전체에 여기저기 얼룩처럼 그을려있어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모습은 온데간데 찾아볼 수가 없다. 조금 전 고꾸라진 상태로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망연자실한 얼굴로 Y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고 얼른 정신을 차려 남편과 지구대, 그리고 이웃동생에게 Y가 집에 왔다는 간신히 전했다.


도대체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냐고!

왜 학교에 안 간 거냐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엄마아빠가 걱정할 줄 몰랐던 거냐고!


너무너무 할 말이 많았지만 어떤 말도 목구멍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부리나케 집으로 온 남편도 그저 말없이 Y를 안아주고 나올 뿐이었다.

그렇게 Y는 몇 시간 동안 잠이 빠져들었고,  나는 아이 방을 지키는 파수꾼 마냥 문 앞에서  쪼그리고 앉은 채 안도의 숨을 고를 뿐이다.


해가 질 무렵 잠이 깬 Y는

이제 다신 그 학교에 갈 수 없으니 홈스쿨링을 해주던가 전학을 시켜달라는 굵직한 요구만 내뱉었다.


"좀 들러붙지 말고 꺼져, 전학 가버려."


Y는 D, J가 정말 좋았는데

지금도 여전히  D, J 밖에 없는데

잘못한 게 있으면 무조건 미안하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싹싹 빌었는데도 소용없었다고

 

더 이상 그 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가 공황이 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