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9살, 7살 곱빼기 : 자연임신인데 이란성쌍둥이라고?
#1. 세 번째 임신
2014년 12월 23일.
한그루 생일이라 정확하게 기억을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 테스트기를 해봤고, 그 혹시나가 역시나로 변하는 선명한 두 줄을 보았다.
이것은 내 인생 세 번째 임신이었다.
한그루 4살, 두그루 2살, 그리고 뱃속에 자라는 생명체.
사실 짝꿍과 연애할 때부터 3명은 키우고 싶었다. (삼남매라 단정 했었지)
그런데 키워보니 내새끼 키우기는 보통 내공으론 어림도 없었고
대한민국 육아는 왜 이리도 보여주기 식이 많은 건지. 육아는 장비빨이었다.
물론 21개월, 연년생 뺨치는 두 살 터울의 독박 육아도 내 안에 화를 끄집어내기 딱 좋았다.
위와 같은 연유로 셋째는 입학과 졸업이 겹쳐도 3살 터울로 해야겠노라 말해왔던 나인데.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내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내 안에 너 있다!
#2. 로또 맞을 확률의 이란성쌍둥이
몇 주 후, 한그루를 등원시키고, 동생이 생긴 걸 꿈에도 모르는 두그루와 짝꿍과 산부인과 검진을 갔다.
‘우렁찬 심장소리만 들려줘’라며 방문했던 산부인과에서 내 평생 처음 크나큰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두 눈가가 촉촉해졌었다.
초음파 검진을 하시던 의사 선생님은 이미 한그루, 두그루를 봐주신 나의 담당 선생님이셔서 내가 아이 둘 인 건 아셨다.
선생님께서는 재차 초음파 기계를 배에 문질문질, 꾹꾹, 눌러서 진료를 보시더니, 대화를 이어 가셨다.
“(놀란 듯) 엄마, 식구가 많아지겠어요”
“(수줍게) 네. 그렇게 되었어요”
“ 집안에 쌍둥이, 이력 있어요?”
“아니요...... ”
“ 이란성쌍둥이예요”
“ (머-엉) 네? 선생님 다시 잘 보세요. 그럴 리가요...... ”
“ 자연적 이란성쌍둥이는 로또 확률이에요 엄마. 축하해요”
짝꿍과 나는 눈빛을 교환했고 둘 다 어리둥절함과 함께 걱정도 밀려왔다.
아이가 넷이라니!!!!!!!!!!!!!!
‘그냥 나 로또 맞게 해 주시지........ ‘
양가 부모님들께서도 세 번째 임신에 걱정이 많으셨다.
산부인과 진료 후, 쌍둥이 소식에 친정엄마는 그런 걸로 장난치는 거 아니라며 전화를 끊으라고 했고
시어머니께서는 꿈을 너무 많이 꾸셨다며 꿈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그 날부터 출산하기까지 ‘이런 성 쌍둥이’만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주로 성별 중심으로 검색했다. 설마 딸 넷일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기에.
그리고 사실 내 안에도 그런 염려의 씨앗이 있었다.
시댁에는 이미 아들 둘이 손녀 둘씩 낳은 상태였기에 기대가 있으셨던 게 사실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난 36주에 딸둥이를 낳았고 그렇게 딸넷맘이 되었다.
딸둥이라는 말을 듣곤 솔직히 눈물도 났고 태어나봐야 아는 거라며 현실도 부정했었다.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건강하게 태어나 7살까지 이벤트 없이 잘 자라 주는 녀석들을 보며 참으로 감사하다.
#3. 딸넷맘
결혼생활 11년. 육아 10년.
한그루, 두그루, 세그루, 네그루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 부부는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처럼 때론 내 안에 걱정 인형이 올라와 아이넷 걱정이 끝없는 날도 많지만,
내게 맡겨 주신 무한한 잠재력의 나무 네 그루를 마음 다해 양육하려고 애쓰고 애쓰고 있다.
분명한 것은 힘듦보단 기쁨과 감사가 더 많고 그루들에게 우리 부부가 더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정말 선물 같은 존재이다.
내가 사랑을 전하면 그 사랑이 몇 배가 되어 돌아와, 엄마인 나를 자라게 한다.
딸 넷도 자라고 딸넷맘도 자라는 이야기를 이 공간에서 맘껏 펼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