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소나였던가 페르소나였던가..
요즘 내가 가장 몰두하며 하고 있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UX/UI 공부, 하나는 운동.
UX/UI는 디자인을 예쁘게 뽑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 포인트에서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는게 가장 중요한 분야다. 원래도 사람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말하고, 이렇게 행동할까?'라고 혼자서 생각하는 게 일상이었던 나에게 '사람의 심리를 더 진득하게 알아보아라!'는 UX 행동 강령은 짜릿할만큼 재밌다.
그리고 운동은 물리적으로 매우 격렬한 신체 활동이지만 그 너머에는 고요한 정신 수양의 기능이 깃들여져 있다. UX 공부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인간 관계를 잘 이어나가는 데에도 운동은 많은 도움이 된다. 프로젝트 데드라인이 당장 임박한 날이 아닐 때는 가기 싫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운동을 하러 가면 언제나 기분은 더 좋아지고 의욕은 한결 솟아난다.
나라는 사람을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요즈음 내가 가치를 두고 하는 행동은 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나라는 사람의 '퍼소나(Persona)'가 될 수 있다. 퍼소나(페르소나)의 원래 뜻은 고대 희랍 무대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의미하지만, UX 방법론에서의 퍼소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만한 목표 인구 집단 안에 있는 다양한 사용자 유형들을 대표하기 위해 설계된 가상의 인물을 의미한다.
새로운 (가상의) 서비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할 때 빠지지 않고 하는 것이 퍼소나를 만드는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기획 초기 단계에는 '이 서비스를 어떤 사람이 사용했으면 좋겠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계가 진행될수록 여러 사람의 의견이 더해지면서 눈은 여기서, 코는 저기서, 또 귀는 저기서 따로 떼온 프랑켄슈타인같은 모습의 제품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요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앱'보다는 '요가를 좋아하는 2-40대 여성을 위한 앱'이라고 타겟층을 확실히 해두는게 좋은 것처럼 말이다. (물론 범위나 방향성은 아이디어 발전 단계에서 충분히 바뀔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바뀌기 전과 후의 아젠다를 모든 팀원이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같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런 글을 적는 이유도 처음 퍼소나를 만들었을 때, 이걸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었다. 내 판단과 상상만으로 퍼소나를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에 관해 여러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하고, 설문 조사를 필수적으로 진행한다. 그 결과로 만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객관적이지 못한' 내 판단이 투영된 퍼소나의 존재에 대해 의심했었다.
나는 100%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생기면 '그냥 이건 이런건가보다'하고 지나가는 성격이 아닌지라 이러한 의문에 괴로워하며 끊임없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나름의 답을 찾았다. 퍼소나는 '타당성'을 따지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사람의 생각은 너무나 다양하고 하나를 보는 관점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어떤 표식처럼 모두가 결국엔 돌아와야 하는 곳을 알려주는 것이 퍼소나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문장으로 정의된 퍼소나에 대한 설명, 그가 느끼는 어려움, 목표 등을 자꾸 보고 떠올리다 보면 앞으로 서비스하게 될 고객군에 대해 이해를 넘어 더 깊은 공감을 할 수 있고 그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이해도 높아진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계속 생각해본다. 그러다보면 이 전에는 닿지 않았던 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지 답이 나온다. 가상의 퍼소나도,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