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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캘리 Sep 05. 2021

인턴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쌍둥이상사)

쌍둥이 상사 인턴쉽

  생리가 삼일 늦다. 늦어도 하루 이틀이지 삼일을 넘겨본 적이 없던 나였다. 눈을 감고 몸의 변화에 집중했다. 그러고 보니 살이 쪘는지 늘 신던 구두가 꽉 끼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국으로 향했다. "임신테스트기 2개 주세요."



나는 약국 앞 나무 그늘 밴치에 앉았다. 바로 임신 테스트를 하러 가지 않은 이유는 아무 곳에서나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서 확인할까?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확인하고 싶다. 동보서적 북카페로 발길을 옮겼다. 테스트기는 두줄이었다.






"축하합니다 임신이세요." 이 말을 듣는 동시에 헛구역질이 났다. 입덧이 시작되었다.


2011년 12월 5일 초음파


나는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 오빠에게도 동생에게도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모두가 입을 맞추기라도 했는지,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임신 축하해."

모두의 축하를 받고 조용히 침대에 누워 초음파 사진을 봤다.  "아기집이 하나인 거 보니 쌍둥이는 아닌가 봐." "쌍둥이면 좋겠는데...." 초음파 사진을 손에 쥐고 난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마도 이날이 내 생의 마지막 꿀잠이 아니었을까 싶다.  







2011년 12월 8일 핏기가 살짝 보여 불안한 마음에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착상혈이라 다행히 태아에는 아무 이상이 없단다. 다음 검진일에는 태아 심장 박동 소리를 들려주신단다. (여기서 잠깐 : 초기에는 1달에 한번 정도 산전 진찰해요)



2011년 12월 19일 6주 차다.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를 처음 들었다. 의사 선생님이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선생님의 손이 내 배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선생님이 놀란 토끼눈으로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쌍둥이입니다." "일란성쌍둥이."



내 말이 씨가 됐다. 난 그렇게 쌍둥이 상사에 인턴쉽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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