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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일의 기다림

모국방문 D-day를 앞두고

지난 9월 1일부로 한국 입국자(해외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이들)에 대한 입국 전 코로나 검사가 폐지된 이후 며칠 전 10월 1일부로 한국 입국자에 대해 실시되었던 입국 후 PCR 검사(입국 후 24시간 이내 실시)도 폐지되면서 무려 2년여 만에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입국 및 출국자에 대한 코로나 방역정책이 전면 해제되었다는 소식을 한국 뉴스 혹은 이곳 미국의 한인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다.

[2017년 5월 10일 한국에서 미국 콜로라도로 이사온지 2000여일을 코앞에 두고 있는 콜로라도아재]


이런 뉴스를 접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이 바로 한국으로 가는 비행 편 확인과 직장의 휴가 승인이었다. 언제든 한국으로 갈 수 있도록 15일 이상의 연가(최소 3주 정도의 일정)를 아끼고 아끼면서 가지고 있었던 터라 휴가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여기 콜로라도에서 한국으로의 직항 편이 없어 어느 경로로 가는 게 그나마 좀 저렴하고 빨리 오가느냐는 것을 알아본다고 각종 비행 표 예매사이트를 검색하는 수고가 조금 들었다. 그래서 드디어 오는 10월 15일부터 11월 9일까지 '먹여주고 입혀주고 돈까지 줬던' (대학생활부터 직장생활까지) 조국 대한민국을 2017년 5월 10일 이곳 미국 콜로라도로 온 후 처음으로 방문할 계획을 하고 있다.


가장 큰 목적은 가족 중 가장 큰 어르신인 할머니를 살아생전에 다시 한번 뵙는 것이고(얼마 전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동년배이신 할매...), 이제는 연로하신 부모님, 그리고 친지분들을 뵙고 인사드리는 것이 첫 번째요 이번 한국 방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아닌가 한다. 미국으로 올 때 인사드리면서 어쩌면 이 순간이 살아서는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맴돌았는데, 다시 한번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인사드리고 헤어질 때 마음이 무겁긴 하겠지만, 여기 미국 와서 나름 잘 정착하고 딸 아들 순풍순풍 셋이나 나아서 키우고 있는 걸 보여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여기 미국에 오면서 나름 좋아진 것 중에 하나가 한국에서의 인간관계가 나름 알아서 잘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의 사회생활을 '군'이라는 한정적인 곳에서 하다 보니 동창, 동기를 제외하고는 '군인맥'이 많았었는데, 군에서 나오면서 그런 '관계'들도 한번 정리되었고, 또 여기 미국으로 오게 되면서 연락을 계속하게 되는 사람들과 아니면 그렇고 그런 사이로 정리되면서 이번에 한국으로 가서 만나야 할 지인들도 나름 '알짜배기'인맥만 남아 제한된 시간에 만나기에 아주 적절해진 것 같다.


이번 한국 방문 시에 확인하고 올 것 중 또 다른 하나는 아직까지 한국에 남아있는 경제적인 부문(은행 자산, 각종 연금-군인, 국민, 개인연금, 주식 등등)을 다시 한번 어떻게 할지 상담을 받아보고 오는 행정적인 과제가 있고, 어찌 보면 두 번째 목적인 그리운 한국 음식을 마음껏 먹고 오는 것이다.

이곳 콜로라도에도 한국식당이 꽤 있지만, '외식'이란 것을 원래 안 하고 못했던 가정(경제적인 부문이 컸던 영향으로)에서 자란 것에, 한국에서 올 때의 5년 전 경제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예를 들면 짜장면은 3000원, 곱빼기가 4000원) 이곳 콜로라도에서의 한식당은 정말 물 건너온 외국음식 가격으로 후덜덜하다보니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것만 해 먹으며 고향의 맛을 달랬었다.

머가 먹고 싶은지, 그중에 반드시 먹고 올 것들을 메모해 보면 어느새 입안엔 군침이 맴돌기도 한다.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하고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학생활과 직장생활을 했었다 보니,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를 찾아가는 것도 이번 여행에 포함되었다. 다행히 친구(콜로라도아재는 아무에게나 친구 호칭을 부여하지 않음, 동기 혹은 동창으로 등급을 나누어 명칭)가 휴가 낼 테니 자기랑 같이 다니자는 제안으로 덕분에 며칠 전에는 친구와 떠나는 '우정여행'을 계획해보면서 재밌기도 하였다. 군에서 문서 작성했던 경험을 최대한 살려 작성해보는 즐거움도 느꼈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지 계획하는 것도 재밌었다.


이미 한국 부모님 댁에는 가서 이곳 콜로라도로 가지고 올 것들을 미리 주문하여 택배가 하나둘 쌓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요즘 세상에 온라인으로 다 주문하여 받아볼 수 있지만, 어차피 빈 가방으로 올 거 뭐라도 채워서 오려고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주문하고 있다. 먼저 대학 졸업반지(임관반지) 같은 모교 기념품과 콜로라도아재가 수입차(현대 기아)를 타고 다니다 보니 여기보다는 저렴한 각종 소모품, 그리고 아이들이 입을 한복과 전통생활용품 등을 구입해 놓고 있다. 이곳 한인 용품점이나 마트에서도 구하려면 구할 수 있지만, 딱 원하는 것을 구하기에는 제한적이라 이번 한국 방문 시에 케리어 가방 한가득 채워 올 예정이다.


5년 전 한국서 이곳 미국 콜로라도로 올 때는 최소 2년에 한 번은 방문해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직장 이직으로 그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고, 직장이 안정되고 한번 가보려고 하니 코로나 19 여파로 각종 여행자 격리 및 각종 검사 등으로 휴가 일정에 영향을 줘서 포기했었던 2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 2년 만에 다시 정상화된 이 기회에 한국을 방문해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설렘을 가지고 한국으로의 출국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미국에 있으신 한인 여러분들도 이번 기회에 조국 방문 모국방문을 해보심이 어떠실런지요.


[한국에 들어간다니 친구가 휴가 내고 놀러 가자고 해서 예전 군대 짬빠! 를 살려 작성해 본 여행 계획]
[예전 이곳에서 단체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이런 여행 계획을 기대했는데 카톡으로 몇 줄 띡! 보내는 거에 실망한 적이 있던 콜로라도아재, 그 후로 그분들과 볼 일이 없었다는..]
[친구라고 칭할 수 있는 녀석들과 떠나는 여행 계획을 수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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