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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Apr 16. 2021

2. 호주에서 새로운 목표를 가지다.

일본 회사 생활은 대학 때와는 다른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 나는 일본 항공사 지상직 승무원으로 일하게 됐는데, 상상 이상으로 공부할 것도 많았고 체력적, 정신적으로도 이겨내야 할 점들도 많았다. 일 끝나고 집에 와서 맥주 한 캔 마시면서 남자 친구랑 전화하는 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신입 시절 때, 하루는 너무 힘들어서 펑펑 울면서 전화했는데, 그는 휴가 때 호주로 놀러 오는 건 어떻냐고 물었다. 우리 회사의 복지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점이 '사원 티켓'이다. 공석이 있으면 싼 가격으로 티켓을 살 수 있었는데, 다들 호주보다 더 먼 노선인 미국이나 유럽 행을 사는데, 나는 바로 호주 편 티켓을 구매해서 시드니로 떠났다.



도쿄에서 시드니까지 약 8시간 반.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시드니에 도착했다. 시드니는 한국/일본이랑 정반대의 날씨라, 짐을 꺼내고 공항 밖을 나오니 3월의 시드니는 더운 여름이었다. 공항에서 남자 친구를 만나고 남자 친구 집으로 차 타고 밖을 보는데, 그때 나는 이미 호주에 반했었다. 


회색빛이 도는 건물들, 기계처럼 움직이는 사람들, 공항 밖에는 활주로와 24시간 오고 가는 비행기들 모습만 매일 보다가 자연과 맑은 하늘, 자유롭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입사하고 처음으로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 항상 관광객들이 넘쳤던 것 같다.


내가 호주에 반했던 것 그뿐만이 아니다. 남자 친구 집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인사드려야 할지 몰라서 긴장을 엄청 했는데, 어머니는 따스하게 반겨주면서 안아주셨다. 이후에도 내가 호주로 놀러 갈 때마다, 남자 친구 집에 인사드리러 갔는데, 부모님뿐만 아니라 동생들이 항상 밝게 내 이름을 불러주면서 반겨주고 음식도 같이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화상 전화 걸면 그의 가족들 돌아가면서 안부 인사랑 이야기를 나누는데 너무 재밌다. 한 번 전화하면 1시간 이상 통화하는데, 다들 걱정해주고 내가 고민 있으면 들어주면서 조언도 해주시고... 진짜 항상 고맙고 배울 점이 많은 가족이다. 


호주의 벚꽃인 자카란다. 11월 달이 제일 이쁘다.


나는 회사 생활하면서 휴가가 나면 호주로 자주 놀러 갔다. 한 번은 혼자 여행으로 멜버른+시드니 여행을 갔는데, 호주는 각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멜버른은 개성 많은 카페들도 많아서 혼자서 브런치 즐기는 게 정말 좋았다. 그가 왜 일본의 도토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 이해가 됐다. 설명할 수 없지만 호주의 커피는 확실히 다르고 맛있다!


호주에서 여행을 즐기면서 거기서 친구들도 사귄다. 거기서 어쩌다가 친해진 호주-일본인 혼혈 친구랑 정말 친해져서, 일본에서도 만나기도 했는데, 내가 회사나 영어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그 친구가 해 준 말이 아직까지도 기억난다.


"그냥 너의 인생이야. 주변 신경 쓰지 말고 너의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 한 번뿐인 인생이잖아."

그때 머리에 번개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일본에서만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은 일본과 한국만 있는 건 아닌데... 후회 없이 살자. 이 한마디가 왜 이리 충격을 줬을까.

그렇게 호주에서 나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호주의 매력에 빠진다. 나 또한 호주의 여유롭고 다채로운 매력에 빠져버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호주에서 휴가를 끝내고 일본에 돌아왔을 때 나는 결심했다. 


일본에서 어느정도 돈이 모이면 일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호주로 가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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