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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시환 Apr 23. 2023

[AFTER WO] 3월 영상 후기

[AFTER WO]

https://youtu.be/0GEIU46AJLo



봄이야말로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 1,2월까지는 전년도를 마무리하고 새 해의 계획을 짜고 웅크렸던 몸을 서서히 기지개 켠다. 3월 날씨는 추위와 더위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한 해의 방향을 잡아간다. 올핸 유난히 갑자기 더워진 탓에 꽃이 일찍 폈다. 사실 나는 날씨와 상관없이 잎이 싹 나고 꽃이 피는 게 서글프다. 혼자 서러운 이유를 몇 년째 찾고 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어떻게 각자 꽃 피는 시기를 알고 얼굴을 내미는지, 벚꽃은 2주 만에 폈다가 눈꽃이 내려 초록잎이 가득할 그 2주를 위해 얼마나 애써왔을지. 그러면서 나는 언제쯤 제대로 1인분의 몫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십 대 후반인 지금, 여전히 쉽게 흔들리고 불안해하며 내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까마득하다. 그래서 싹이 트는 봄이 적어도 나보단 다시 돌아올 시간 속을 굳건히 견디며, 싹과 꽃을 움트는 것이 강해 보여서일까.


3월엔 식집사로 취직했다. 식물 키우는데 영 소질이 없어서 약 20년 동안 관심이 없다가, 해가 잘 들고 따뜻한 집이니 이참에 잘 키워보고 싶어졌다. 죽이는 걸 두려워 말라는 전애인의 말에 20년 전보다 용기 내어 율마, 위시본, 바질을 잘 키우고 있다. 매일 아침 커튼을 치고 퇴근 후엔 흙상태와 화분의 무게를 들어 물의 양을 확인하다. 그렇게 주기적으로 물을 주다 보면 어느새 확 자라 있는 걸 볼 수 있다. 부지런히 자라고 있구나 싶어서 뿌듯하면서 나도 보이지 않지만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영상의 마지막에 나온 글은 정대건 작가의 <GV빌런, 고태경>이다. 확대해서 찍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찍었는데 예상외로 너무 좋아서 영상에 넣었다. 나에게 봄은 아련함이 짙으니 둥그런 한 송이의 벚꽃과 달에 이어서 책 한 페이지가 나온다면 조금 더 아련함 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음으로 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영상을 보는 사람들도 각자 봄에 관한 생각에 잠겼으면 좋겠다. 그 생각이 어떤 것이든.



촬영 : Galaxy 22 Note Utra +

편집 : V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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