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선 Apr 25. 2021

지구 여행 가이드북

행복은 결국 우리의 선택일 뿐

 여행을 다니다 보면 여행이 마치 우리네 삶과 굉장히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집을 떠나 여행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마치 우리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흡사하달까.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여행지에서 일어날 신나고 즐거운 일들을 꿈꾸며 마냥 들뜬 기분으로 집을 나선다. 하지만 어떨 땐 목적지에 다다르기도 전에 교통편이 연착되거나 여권을 집에 두고 오는 등 수많은 이유들로 우리의 계획이 틀어져버리기도 한다. 어디 그뿐이랴. 오만가지 예상치 못 한 사건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여행이다.


안전과 도전, 선택은 우리의 몫

 우리가 아주 어릴 때, 기억이 남아있는 최초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도 그때는 인생을 아주 희망적으로 그렸을 것이다. 마치 이제 막 출발하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말이다. 그때의 우리는 세상에 대한 편견도 두려움도 없는 영혼이 맑은 상태였으리라 사료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수십 년을 여행하던 도중에 강도도 만나고 사기꾼도 만났으며, 어쩌면 누군가는 사고로 팔과 다리도 하나씩 잃어버렸을 것이다. 이렇게 상처 받은 우리는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남은 여행을 포기하고 숙소에 들어와 차마 밖으로 나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이 지구 여행이 끝날 때까지 10평 남짓 숙소에서 머무르다가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을 무릅쓰고라도 문을 박차고 나가서 드넓은 세상을 즐겨볼 것인가.


그들도 그들의 여행을 하고 있을 뿐

 숙소 밖으로 나가려면 두려운 것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두려운 것이 사람들의 시선이다. 마치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나만 쳐다보는 것 같고, 실제로 내 행색에 대해 한 마디씩 늘어놓기도 한다. 그런데 조금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들의 시선과 말이 무서워 숨어 지낸다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이다. 왜냐하면 그들도 모두 자신의 여행길을 걸어가고 있는 여행자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잠시 나와 같은 시간, 같은 길에서 마주쳤을 뿐 그들은 또 다른 길로 가게 될 완벽한 타인이다.

 우리가 여행의 목적을 세울 때 그곳에 여행 온 사람들을 구경하러 가겠다는 목적을 세우지는 않는다. 또한 그곳에 온 여행객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행복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여행이야말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서 진정 나로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자 떠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이라는 여행도 같은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떠할까?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가 세운 여행의 목적에 맞는 길을 걸으며 여행 자체를 즐기는 것에 집중한다면 우리의 여행길이 훨씬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배낭의 무게

 인생이라는 이 지구 여행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뿐이며 여행 일정도 전혀 알지 못하는 배낭여행과 같다. 나도 모르게 여행지에 던져진 상태로 시작된 이 여행은, 언제 끝날 지는 더더욱 모르는 '난이도 상'의 어려운 여행이다. 하지만 연습도 없었으므로 우리는 이리도 헤매고 다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맨몸으로 던져진 우리는 신나게 세상을 뛰어다녔지만 여행이 길어질수록 욕심과 근심, 걱정의 양만큼 배낭을 비상용품들로 가득 채웠고, 어른이 된 지금은 배낭의 무게에 짓눌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짐을 빼기도, 주저앉아 있기도 불안한 양가감정을 가지고 그 자리에서 침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여행이 즐겁기를 바라며 차곡차곡 쌓아간 짐들이 이젠 여행을 방해할 정도로 무거워졌다면 지금부터 하나씩 정리해보는 것은 어떠할까. 나의 여행에서 꼭 필요한 것들인지 곰곰이 들여다보고 내려놓을 것들은 그곳에 놓아두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자. 많이 내려놓을수록 멀리 갈 수 있다.


비로소 보이는 것들

 다른 여행자들과의 비교, 무거운 나의 짐들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가 하찮게 생각한 것들이 실은 보석처럼 아름다운 것이었고, 내가 좇던 이상이 실은 허상과 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목적지에 다다르면 그곳에 선물 같은 행복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여행을 고행으로 여기며 소중한 하루하루를 삶에서 지워나간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혹여 목적지에 다다른다 하여도 그곳에서 우리가 찾던 행복은 찾지 못할 것이다.

 행복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목적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도 않다. 행복을 볼 수 있는 우리의 눈이 어두워져 있다면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마음의 욕심을 씻어내어 우리의 눈이 다시 맑아지도록 닦아보자. 그리하여 지천에 널려있는 매일의 행복들을 최대한 찾아보자. 그리고 운이 좋아서 지구 여행이 끝나기 전에 목적지까지 다다르게 된다면 그때 세상에 이야기하자. 걸어오는 동안 내 삶에 허락된 수많은 행복들을 발견했노라고. 그래서 이젠 넘치는 행복들을 세상에 나누어주겠노라고. 남은 인생. 여행을 할 것인가? 고행을 할 것인가? 결국 선택은 우리들의 몫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