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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 Jun 28. 2023

미지의 인터뷰_어린이집 교사 Y(1/2)

2년차 어린이집 교사의 일상, 기쁨과 슬픔


 데이지의 꽃말 : 평화, 희망, 명랑



Y 님은 일을 주제로 했던 저희 책방의 독서모임을 통해 만난 인연입니다. 첫 만남부터 늘 사랑스러우신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지는 않았지만, "봄날의 햇살", 그리고 "데이지"라는 단어가 찰떡인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녀가 일에 대해서나 삶의 가치관에 대해서 말할 때, 그 속의 단단함을 느끼고,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제 모임을 정말 좋아해 주셔서, 제가 잊고 있던 이 일의 의미를 느끼게 해 주셔서 항상 고마워요. 앞으로도 Y 님과 나눌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p.s 인터뷰를 하며, Y 님은 "되게"를 "디게"라고 발음한다는 귀여운 사실을 또 하나 발견했습니다ㅎㅎ




 

미지   오늘은 뭐 하다 오셨나요?
 
 

Y   오늘은 친구랑 놀다가 같이 왔어요. 어제는 데이트했어요!
 
 

미지   진짜요? 데이트 뭐 했어요? 
 
 

Y   그냥 집에서 놀았는데?
 
 

미지   집 데이트?! 책방이 이어준 인연이에요.      


*다른 독서모임 멤버의 주선으로 탄생한 커플!


Y  그러니까요. 그리고 제가 말했었잖아요. 제가 찾던 교보문고 좋아하는 남자. 교보문고 좋아한다는 거예요. (웃음)
 

미지   진짜요? 
  

   

Y   오빠도 책을 좀 읽더라고요.
 
 

미지   책 읽는 사람 좋죠. 저도 연애 초반에 교보문고 같이 구경하는 게 좋더라고요. 그 사람의 책 취향도 보고.
 
 

Y   근데 경제 이쪽 좋아해서 저랑 완전 달라요. (웃음) 미지님이 그랬잖아요. 독서모임도 경제 관련 주제하면 남성분들이 많이 오신다고. 
 
 

미지   맞아요. 맞아요. 진짜 그런 책만 읽는 사람이 또 있더라고요. 어떠세요? 인터뷰 요청받았을 때?
 
 

Y   근데 미지님이 그때 한다고 하셨어셔 어느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 그전 인터뷰 봤어요. 


          

미지   읽었어요? 어땠어요?          



Y   재밌던데요. 다른 사람 일상 보고 생각 보고 하는 게. 
      


미지   다행이다. 저 어제도 인터뷰했고 이제 오늘 세 번째예요. 
 
 어제는 제 친구를 했어요. 그래서 완전 몇 년 본 친구, 지인. 이렇게 했는데 오늘은 이제 좀 새로운 멤버여서 저도 오늘은 좀 긴장하고 있어요.     

 

 저 근데 이거 그냥 물어봐도 돼요? 제가 Y 님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카톡 프로필을 이렇게 봤는데 지금 이렇게 딱 이거 하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어떤 사진일까 궁금했어요.   


       

  아 이거 을숙도 피크닉 갔을 때 찍은 사진인데 필름 카메라로 찍었거든요.
 
 

미지   너무 예쁜 것 같아요.
 
 

Y   그쵸. 필름 카메라 좋더라고요. 근데 살아남은 사진이 세 장밖에 없어요.
 
 

미지   이게 언제 사진이에요?
 
 

Y   얼마 안 됐어요. 한 달 전? 4월에 찍은 것 같은데? 5월인가.    


      

미지   아 진짜요? 너무 상큼하다...          



Y   (웃음)
 
 

미지   오늘 친구 분이랑 같이 오셨는데, 보통 뭐 하고 노세요?
 
 

Y  저 친구들이랑 진짜 건전하게 놀거든요. 보드게임 카페 가고 노래방 가고 방 탈출카페 가고.
 
 

미지   진짜 건전하다.          



Y   술을 잘 안 마셔요.           



미지   아 술 잘 못 마시죠.
      


Y   마셔도 하이볼 한 잔 정도?
 
 

미지   뭔가 의외였어요.
 
 

Y   진짜? 되게 잘 놀 것 같아요?
 
 

미지   약간? (웃음)
 
 

Y   (옆의 친구를 가리키며) 얘도 그럴 것 같은 이미지인데 진짜 우리 둘이 정말 건전하게 놀거든요. 얘도 유치원교사예요.
   

   

미지   아~ 그렇구나. 


 그러면 요즘에 보통 하루 일과가 어떠세요? 그냥 제일 보통의 하루.
 
 

Y   그냥 일어나서 제가 집이랑 회사가 가까우니까 8시 반까지 출근인데 8시에 일어나요. 그래서 15분 만에 준비하고.     



미지   그게 가능해요??     



Y   전날에 머리 다 감고 자니까. 여자 선생님들이랑만 있으니까 화장할 이유가 없어요. 그거는 되게 좋은 장점. 그래서 출근해서 애들이랑 놀다가... 어린이집 일과도 말해야 돼요?
 
 

미지   오 말해 주면 좋죠. 
 
 

Y   일단 출근하면 옷을 갈아입어요. 바로 집 앞이긴 한데 그래도 출근할 때 옷 예쁘게 입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래서 엄청 예쁘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차려입고 가고 근데 일할 때는 불편하니까 가서 옷을 갈아입어요. 바지 같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정리 좀 하고 애들 오면 등원 맞이하고. 그러면 또 놀이하다가 오전 간식 시간에 간식 먹이고 간식 먹고 나서 바깥 놀이 갈 준비하고.
 
 바깥놀이 갔다 오면 밥 먹을 시간이에요. 그리고 난 다음에 밥 먹으면 낮잠 자고 전 낮잠 시간에 이제 서류 업무를 하는 거예요. 
 
 

미지   애들 잘 자요?          



Y   안 자요. (절레절레 저으며)   


       

미지   (웃음) 어떻게 재워요?
 
 

Y   일단 다 누워있어야 되고 조용해야 되고 그리고 옆에 저도 같이 누워서 자는 척을 해야 애들이 자요. 그렇게 재우고 낮잠 시간에 일하고 낮잠 시간 끝나면 애들 또 간식 먹이고 또 놀이하다가 이제 하원하고 그런 식으로. 그럼 퇴근하면 집에 와서 요즘에는 더워서 바로 씻고 이렇게 자고 평일에 약속을 제가 많이 잡는 편은 아니거든요. 저도 내향인이라.
 
 

미지   (놀라며) 진짜요?       


   

Y  저 I에요.          



미지   I에요? mbti가 어떻게 되세요?
 
 

Y   infp요.
 
 

미지   저랑 똑같네요? 전 Y 님 E일 줄 알았는데
 
 

Y   근데 I인데 E에 가까운? 근데 조금 나이 들면서 I로 바뀐 것 같아요. 원래 진짜 E였는데.


 

미지   저는 I가 80이에요. (웃음)     


 그렇구나. 그럼 보통 집에 있어요? 퇴근하면 보통 집에 가면 뭐예요?
 
 

Y   누워요 일단. 일단 저는 침대에 누울 때는 신념이 있어요. 밖에서 입은 옷으로 눕지 않는다.
 
 

미지   오~ 그걸 지키시는구나. 
 
 

Y   제가 찝찝해가지고. 그리고 무조건 손발 씻고. 뭘 다시 갈아입기 귀찮으면 그냥 벗고 누워요.(웃음) 일단 외부에서 입고 옷은 안 닿게. 그렇게 누워 있다가 운동 가거나 핸드폰 보죠.
 
 근데 요즘엔 거의 운동 가서 운동 갔다가 오면 그때는 다 씻고 누우니까 그때부터는 제가 예전에 말했던 그 리추얼. 조명 키고 책 읽거나 노래 듣거나 그렇게 시간을 보내요.
 
 

미지   되게 좋다. 되게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것 같아요.          



Y  나름 규칙적인 것 같아요.     



미지   궁금한 게 그 바깥 놀이라는 게 원래 항상 정해진 일정인 거예요?
 
 

Y   그게 법적으로 영아는 30분 이상 가야 하고 유아는 50분인가 이렇게 바깥 놀이를 가야 해요. 아니면 실내에 배치할 수 있는데 그건 미세먼지가 나쁘거나 그러면 안에서 신체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요. 우리 학교 다닐 때 체육 시간이 꼭 있었던 것처럼 그런 개념이에요. 
 
 

미지   가끔씩 보이거든요. 아파트 단지에서 막 끈 같은 걸로 연결해서 줄줄이 걸어 다니는 애기들이.
 
 

Y   무조건 나가야 돼. 엄청 덥거나 엄청 추운 거 아닌 이상은 웬만하면 나와요.
 
 

미지   이거 꼭 해야 되는 거였군요? 처음 알았어요. 
 
  아 그리고 Y 님 책을 그래도 꽤 읽으시는 편이죠? 거의 퇴근하고 그렇게 읽으시는 편이에요?
 
 

  근데 막 매일 읽고 그런 것도 아니고 책을 읽고 싶을 때만 읽어요. 
 근데 그게 자주 오지는 않아요.
      


미지   (웃음) 아 그래요? 최근에 읽은 거 있어요? 최근에 좀 기억에 남는 책.
 
 

Y   음 「러브 몬스터」? 그냥 연애 소설인데.          



미지   들어봤어요. 그거 재밌어요?      


    

Y   표지가 예뻐서 샀어요. 그때 연애 너무 하고 싶었어서 샀는데 너무 두꺼워서 안 읽다가 어제 좀 읽었는데 재밌었어요.        


  

미지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저는 최근에 「더셜리 클럽」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저도 이 책을 표지가 예뻐서 읽었거든요. 근데 되게 재밌어요. 추천! 약간 로맨틱 코미디 느낌? 재밌게 읽었고. 
 
  궁금했던 게 혹시 원래 예전부터 유치원 선생님이 하고 싶었는지? 뭔가 되고 싶었던 계기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해요.
 
 

Y   저희 엄마가 어린이집 선생님이어서 제가 어렸을 때부터 그런 교사의 생활을 되게 많이 접하게 됐어요. 엄마 어린이집 일할 때 나도 따라가서 같이 애들 보고 그런 것도 있었고요. 신기한 게 예전에 제 어릴 때 앨범 같은 걸 보는데 거기서 유치원에서 장래 희망 같은 걸 말한 사진이 있어서 엄마한테 물어봤었어요. 그때가 부모 참여 수업이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그때 장래 희망 뭐라고 했냐고 물어보니까 엄마가 유치원 선생님이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때부터도 좀 좋아했던 것 같고 일단 엄마 영향이 제일 커요. 자연스럽게.
 
 

미지   자연스럽게? 신기하다. 뭔가 제가 생각할 때 어린아이가 유치원 선생님, 어린이집 선생님을 꿈꾸기가 쉽지는 않지 않나? 이런 생각도 했거든요. 
 
 

Y   한때는 역사 교육과 가고 싶었어요. 제가 한국사를 되게 좋아해서.
 
 

미지   저도 역사 교육과 생각했었거든요.
 
 

Y   근데 한국사 말고 다른 거도 다 배워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 아니다, 싶었고 또 한자를 배워야 된다는 거예요.
      


미지   맞아요!
      


Y   그건 제가 못할 것 같아서
 
 

미지   저는 음악 교육과 나왔는데 저희 학교는 그런 복전을 하기가 괜찮아서 역사 교육과 할까? 했는데 역사 교육과 애들이 다 말리더라고요. 역사교육과...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맨날 원전 해석하고 그런 게.      

 그러면 거의 항상 선생님이 꿈이었네요?
 
 

  대상이 유아에서 가끔씩 바뀐 적은 있었는데 그래도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미지   그렇구나. 근데 아무래도 그런 게 좀 있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엄마가 학원 선생님이었거든요. 그래서 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게 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안 하게 됐지만. (웃음) 
 
 

Y   엄마 보면서 진짜 애기들을 많이 접했고 또 고등학교 때 보통 진로 다 정하잖아요. 제가 고등학생 때 제 조카가 태어났어요. 그래서 걔를 진짜 자주 봤거든요. 걔 어린이집이랑 유치원도 데려다주고 그래서 그때 정말 확고하게 난 유아 쪽이다, 이렇게 됐죠. 
 
 

미지   혹시 일하면서 되게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나요? 되게 나한테 예쁜 말을 해줬다거나 되게 순수함을 느꼈던 적이라든지.
     

Y   일단 일을 한 지가 이제 2년 차니까 제가 만 1세 애들을 처음 맡았거든요. 만 1세 애들이 어린이집에 제일 처음 오는 애들이에요. 두 살. 걔네들은 말도 못 해. 그냥 아기. 돌 지나고 그냥 온 애들.

 
 

미지   이제 막 걷는 그런 애들인가?
 
 

Y   조금 걷고 저희 반에 못 걷는 애도 있었어요. 걷는 것보다 기는 게 편한 그런 애들도 있었는데 그중에서 한 명인 애가 있거든요. 제 최애. 근데 애들이 처음에는 엄마랑 처음 떨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되게 이게 적응 프로그램이 점진적으로 이렇게 구성되어 있거든요. 처음에는 엄마랑 같이 있다가 우리랑 놀고 엄마가 여기 있는데 나랑 같이 놀고 그래서 엄마 잠시 나갔다 오고 엄마랑 떨어지고 점심 먹고 하원하고 이런 식으로 점점 일과가 길어지거든요. 


  근데 그 과정에서 애들이 애착하는 사람이 생겨요. 선생님을 애착 대상으로. 근데 걔가 픽한 게 저인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진짜 각인된 오리처럼 저만 졸졸졸 쫓아다녔거든요. 저 화장실 갔다 오면 막 울고. 그래서 걔가 좀 기억에 남는데,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게  걔가 처음에 왔을 때 할 수 있는 말이 “엄마”, “이거” 밖에 없었거든요. 
 

근데 “선생님”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고 이제는 “Y 선생님”이라고 부르거든요? 그게 조금 크게 와닿아요. 그리고 걔도 막 어린이집 오기 싫어하다가도 제 얼굴 보면 손 잡고 빨리 들어가자고 하고. 
  

    

미지   확실히 선생님은 그런 보람으로 일하는 것 같긴 해요. 애들이 날 좋아해 줄 때. 그리고 애들이 어리면 어릴수록 선생님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저도 예전에 아동 보호센터에 교육 봉사를 갔었는데 거기서는 여섯일곱 살 애들이랑 같이 있고 수업하고 그랬거든요. 그 아이들은 진짜 선생님을 그냥 좋아하더라고요. 조건 없이. 그게 너무 좀 감동이었어요. 내가 뭐라고 이렇게 좋아해 주지?
     

 

Y   맞아 맞아.   

   

 저는 고양이보다 강아지 좋아하거든요. 약간 그런 느낌이에요. 강아지들이 날 보듯이 이렇게 올려다 보고. 좀 조건 없이 좋아해 주는 것 같긴 해요. 근데 조건 없다기보다는 그래도 내가 좋아한 만큼 좋아해 주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미지   응. 맞아요. 그러면 일할 때 그런 게 제일 일의 보람? 기쁜 순간인 거예요?
 
 

   좀 애들이 큰 게 보일 때?
 
 

미지   그럼 일할 때 힘든 점은 어떤 거예요?
 
 

Y   내가 통제를 못 할 때. 그냥 통제라기보다는 애들을 다룰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지금 어쩔 수 없이 있잖아요. 사회 초년생이니까.
 
 

미지   주로 어떤 상황에서?
 
 

Y   애들을 주의 집중시켜야 되는데 난 그런 스킬이 부족해. 그러면 애들이 미쳐 날뛰는데 내 말을 안 들어. 나는 화나는데 애들한테 화나는 것도 있지만 나 자신한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이런 걸 잘 못하는 나 자신한테 화가 나고 그냥 그런 게 제일 커요. 애들한테 화나는 거 물론 많거든요. 진짜 말 안 듣거든요. 근데 그런 걸 내가 어떻게 다룰지 모르니까 그게 좀 힘들어요. 이론이랑 현장은 다르니까.
 
 

미지   맞아요. 진짜 다르잖아요. 학교에서 배우고 현장에 나갔을 때 진짜 다르다, 이런 걸 느꼈던 게 있어요?
 
 

Y   일단 저는 학교에서도 그렇고 임용 공부할 때도 유아 대상으로 했잖아요. 유아랑 영아도 많이 다르거든요. 유아는 그래도 어느 정도 교육 쪽에 있다면 영아는 보육에 더 가까워요.


 근데 영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일단 그 발달적인 부분도 자세하게 안 배우고, 그리고 얘네들이 말을 못 하니까 내가 뭘 해야 될지 모르겠는 거예요.
 
 

미지   진짜 그렇겠다.
 
 

Y   일단 걔네가 행동하는 걸 다 언어화해 줘야 돼요. 지금 누구누구가 뭐 하고 있네~ 이렇게 계속 말해주고 계속 읽어주고 계속 놀이 자극해 주고 근데 그게 너무 힘든 거예요. 처음에는 반응이 없으니까. 그리고 한때 현타 올 때도 있었어요. 내가 이러려고 공부한 게 아닌데. 그런 게 좀 있었어요. 왜냐면 하루 일과가 애들이랑 놀아주다가 애들 기저귀 갈고 애들 똥 씻기고. 뭐지.?
   

   

미지   그쵸. 
 
 

Y   근데 또 그것도 계속하다 보니까 그냥 내 일이고 그리고 그것도 있어. 이거 하다 보면 언젠가는 써먹겠지. 배우는 게 있어요.
 
 

미지   이론에서 배운 게 다가 아니잖아요.
 
 

Y   맞아요. 이론은 진짜 이론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도움 되는 게 없으니까.
 
 

미지   저도 사범대를 나왔으니까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이론에서는 기저귀 가는 법, (웃음) 애들이 말 안 들을 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런 걸 못 배우잖아요. 그런 게 좀 되게 아쉬운 것 같아요.
 
 

Y   학부모님들이랑 면담할 때 진짜 제가 아기들 잘 모른다고 생각했던 게 기저귀도 그냥 치우면 안 되고 남자애들은 이렇게 이렇게 해야 되고 여자애들은 또 통풍 잘되게 해 줘야 되고 그런 것도 있다고요. 그런 거 모르잖아.
 
 

미지   (웃음) 그런 건 진짜 엄마가 되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 아니에요?
 
 

Y   그래서 좀 기가 많이 죽었어요. 영아 반 처음 할 때, 엄마들이 나 진짜 못 미더워하겠다, 싶더라고요.
 
 

미지   실제로 학부모님들이 그러시는 걸 느낀 적이 있어요?
 
 

Y   처음에는 경력 있는 선생님이랑 보통 초임이랑 이렇게 많이 붙여주거든요. 근데 엄마들이 그 선생님만 믿는 게 당연한데, 그렇지만 조금 그렇네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근데 선생님 보고 많이 배웠고 그리고 엄마들이 당연하게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죠. 근데 티는 안 내시거든요. 나 스스로가 느낀 게 더 커요.
 
 

미지   그렇구나. 그러면 Y 님이 생각하시기에 유치원 선생님... 유치원 선생님 맞나요?
 
 

Y   어린이집.
 
 

미지   어린이집이에요?
 
 

Y   직장 어린이집도 되게 다양해요. 직장 어린이집이 있고 일반 어린이집, 국공립 어린이집도 있고
 
 

미지   맞아요. 되게 다양하더라고요. 저 예전에 유아 교육에 이해에서 들은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나요.
 
 

Y   유치원은 5살부터 7살이고 어린이집은 3살부터 7살까지. 그러니까 어린이집이 연령이 더 넓긴 하죠.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고 유치원은 교육부 산하 그래서 말이 되게 많아요. 통합해야 된다고.
      


미지   어떻게 생각하세요? 통합하는 게 좋은 건가요?
 
 

Y   통합해야죠. 왜냐하면 2011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 다니는 애들이랑 유치원 다니는 애들이랑 교육과정이 달랐어요. 그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나마 지금은 유아 통합 놀이 과정이라는 게 만들어졌지만. 
 
 

미지   맞아. 들었어요.
 
 

Y   그래서 유아는 똑같은 교육과정을 밟고, 근데 영아는 다르죠. 근데 그래서 좀 달라요. 선생님들이랑 얘기해 보면 차이도 많이 나고.
 
 

미지   어렵다. 되게 전문가 같아요.
 
 

Y   이게 몰라요 다른 사람들도. 그래서 사람들이 그냥 유치원 교사야? 하면 그냥 유치원 교사라고 해요. 헷갈리니까. 
     

 

미지   그렇죠. 그럴 수밖에 없죠. 그냥 사범대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사범대 교대 다 똑같은 거 아니야? 하고.
      


Y   진짜 관심 없으면 모르니까.
 
 

미지   그러면 Y 님이 생각하시기에 그런 어린이집, 유치원 선생님한테 필요한 자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Y   이거 무슨 면접 문제 (웃음) 약간 그런 임용 준비할 때 많이 했었는데. 
 
 

미지   (웃음) 너무 거창하게 물었나? 뭔가 이런 사람들이 한다. 유치원 선생님들은 이런 사람이 많더라.
 
 

Y   근데 제 주위에 봤을 때는 일단 아기는 무조건 좋아해야 되는 것 같아. 그거 아니면 좀 힘들요.
 
 

미지   진짜 그럴 것 같아요.
 
 

Y   뭘 하든 애는 좋아해야 돼. 제 친구들은 그래도 진짜로 힘들어도 아기들 귀엽다는 얘기는 꼭 하거든요. 맨날 사진 보여주고 진짜 귀엽다고 귀여운 썰 공유하고.
 
 

미지   진짜 좋아하는구나.
 
 

Y   그게 없으면 많이 힘들 것 같아요. 근데 나 진짜 애 좋아하는데 진짜 그래도 빡치는 순간은 진짜 많거든요. 그래서 진짜 애를 좋아해야죠. 그건 확실해요.
 

 공부할 때 유치원 교사가 가져야 될 인성적 자질 이런 거 나오거든요. 근데 일단 그건 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요. 사랑이랑 인내심. 진짜 인내심은 진짜 중요해요. 
 
 

미지   진짜 인내심은 어린아이들 하면 더 그렇겠다.
 
 

Y   진짜 많이 화나요. 근데 화내다가 또 좀 현타가 와요. 스스로 내가 지금 이 세 살짜리 애한테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도움이 돼요. 얘네는 아직 태어난 지 3년밖에 안 됐다. 진짜 원초아 그 자체다, 그렇게 생각하면
  

    

미지   (폭소) 전문용어 나왔다. 
 
 

Y   그냥 강아지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해. 얘네도 얼마나 힘들겠어요. 어린이집 오고 엄마랑 떨어져서 하루 종일 있는데 우리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잖아요. 해봤자 우리는 5살 때 유치원 가고 그랬는데 얘네들은 거의 엄마랑 보내는 시간보다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애도 많거든요. 그런 애들 보면 안쓰럽고 여기서라도 저렇게 풀어야지 생각도 하고. 
     

 

미지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러면 어머니한테 조언을 구하기도 해요?
 
 

Y   저 극 n과 극 f니까 진짜 사소한 거 걱정 진짜 많이 하거든요. 학부모가 무슨 말하면 되게 마음에 담아두고 꽁해 있고. 제가 이번 연도에 조금 일이 많아서 그때 한창 힘들다고 한 때 있었잖아요. 그때는 진짜 엄마한테 전화해서 진짜 많이 울고. 근데 엄마는 그냥 너무 애들을 좋아하지 말라고 그랬었어요.
 
 

미지   근데 어떻게 보면 맞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그것도 결국 일이니까.
 
 

Y   일로만 생각하고 애들 너무 좋아하지 말고 그러니까 일을 분리하라는 말 진짜 많이 했어요. 근데 저희 엄마도 보면 애 진짜 좋아하거든요. 엄마도 그래서 상처를 진짜 많이 받아요. 근데 애한테 상처받는 게 아니라 결국 학부모한테 상처받는 거긴 한데. 그래서 저는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거든요. 엄마가 너무 좋아해서 그렇다고. 마음 좀 떼라고. 그걸 이제 엄마도 저한테 알려주거든요.
  
  도움 많이 됐어요. 이번에 면담할 때도 원래 저는 경력이 조금 낮으니까 원래 되게 적게 하거든요. 근데 어쩌다 보니까 저희가 투 담임인데 제가 메인 교사가 된 거예요. 그래서 더 많은 엄마들을 면담해야 되고 제가 예를 들어 애들 다치면 다 설명해야 하고. 원래 그렇게까진 안 했었거든요. 배우는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그런 일들이 늘어나니까 너무 스트레스받는 거예요. 저는 아직 그럴 역량이 안 됐는데, 일 잘 못 쳐내고 그래서 면담할 때도 진짜 이번에 공부 진짜 많이 하고 갔어요.
 
 

미지   근데 뭔가 되게 레벨업 될 것 같긴 해요.
 
 

Y   그래서 그 원장님이랑 엄마도 결국은 이거 하면 다 성장한다. 그러는데 다 아는데 그 말 듣는 거 너무 짜증 나요.          



미지   (웃음) 맞아요.       


   

Y   나는 오늘 너무 힘들고 나는 나눠서 힘들고 싶은데
 
 

미지   그러면서 배우는 거다~
 
 

Y   근데 배운 것도 맞고 근데 그때 엄마가 그랬어요. 제가 걱정했던 게 엄마들이 나 너무 못 미더워하지 않을까? 그랬는데 엄마가 왜 네가 그 엄마들 마음까지 신경 쓰냐고. 그냥 니는 니 할 것만 하면 된다고. 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두라고 해. 이렇게 말하고
 
 

미지   같은 직업을 한 분이니까
 
 

Y  학부모님들 마음까지 신경 쓸 필요 없는 게 솔직히 맞잖아요. 근데 나 혼자서 괜히 신경 쓰고 근데 제가 그렇게 생각하면 더 주춤해지더라고요. 그냥 엄마도 어차피 네가 전공자고 담임인데 어떡할 거냐고.
 
 

미지   맞지.
  

    

Y  그렇게 생각하고 했어요.
 
 

미지   원래 평소에도 어머니랑 되게 얘기 많이 해요?
 
 

Y   아마 연애 얘기 그런 거 빼고는?
 
 

미지   아 그런 건 빼고?
 
 

Y   거의 다. 일 얘기 많이 하고. 근데 원래 엄마랑 얘기하는 거 좋아하는데 그거 알죠. 엄마랑 친구랑 똑같이 조언해 주는데 엄마가 조언해 주면 괜히 아~
 
 

미지   맞아요. 나만 그런 거 아니구나. 지금 본가에서 떨어져 지내시는 거죠? 그렇게 떨어져 지낸 지는 얼마나 됐어요?
      


Y  작년부터?     



미지   본가가 어디예요?
 
 

Y   울산.          



미지   아 가깝긴 하네요. 그래도 떨어져 살면 뭔가 울산에 그리운 건 없어요?
 
 

Y   엄마 집밥 먹고 싶어요. 혼자 사는 거 별로 안 좋아요.
 
 

미지   어떨 때 그런 걸 느껴요?
      


Y   집에 아직도 아무도 없는 거. 그리고 밥 못 챙겨 먹는 게 제일 커요. 
 
 

미지   본가에는 얼마나 자주 가세요? 가까우니까 금방 갈 수 있지 않나요?
 
 

Y   울산 은근히 멀어요. 바로 가는 게 별로 없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근데 좀 적당히 떨어져 있어야 사이가 좋은 것 같기도 해요. 
 
 

미지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Y   그래서 지금 사이좋은 걸 수도 있어.
 
 

미지   그게 딱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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