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전공자들의 대화 그리고 예쁜 할머니가 되기 위하여.
미지 그래도 그러면 어머니랑 통화도 자주 하고 하세요?
Y 그냥 밥 먹었나 하고 일상 얘기 있으면 얘기하고. 그리고 엄마한테 어린이집 얘기하는 게 좀 편해요. 엄마도 경험이 있고 그런 거는 공감을 잘해줘요. 그치만 그때도 조언하면 “ 아 내가 알아서 할게!”
미지 (웃음) 저도 맨날.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러면 처음에 모임 오셨을 때도 임용고시에 대해서 고민 중이라고 하셨죠? 임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 번 치셨는데 안 되셨던 거죠? 앞으로 또 하실 계획이 있나요?
Y 진짜 고민되는데... 무슨 책에서 봤는데 그때 그 상황에서 끌리는 거를 선택하는 게 맞다, 뭐 그런 내용이 있었어요. 미리 고민해 봤자 고민만 늘어나고, 그때 더 끌리는 쪽을 선택하자. 지금 그런 마인드예요.
미지 임고 붙고 안 붙고 가 많이 달라요?
Y 친구가 저랑 같이 1차 합격했는데 얘는 붙었고 저는 떨어졌거든요. (웃음) 그래서 얘를 보면 느끼는 건 있죠. 일단 복지 측면이 다르고 방학이 있잖아요.
미지 아 안 붙으면 없어요?
Y 유치원도 사립 유치원이 있고 국공립이 있어서 국공립은 초등학교 교사랑 똑같아요. 방학도 똑같이 쉬고. 근데 사립은 아니죠. 또 어린이집은 또 체계가 다르니까... 그래서 모르겠어요.
미지 임고가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사범대를 나왔고 교직에 대해서 나한테 맞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도 있지만 임고가 공부하기 싫었던 것도 있거든요. 너무 싫은 거예요. 이게 진짜 엄청나게 힘든 시험인데 고3 때 다들 수능을 쳤잖아요. 그때는 진짜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세상에 재밌는 게 너무 많은데!
Y 이미 경험해 봤으니까.
미지 수험생활을 전 너무 하기 싫은 거예요.
Y 맞아요.
미지 그래서 하는 친구를 보면 진짜 너무 대단한 거예요.
Y 그리고 이것도 그런데 또 임고가 힘든 게 어쨌든 같이 공부하는데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지거든요. 그걸 보는 게 되게 힘들어요.
미지 힘들 것 같아요. 저희 동기들도 그러더라고요. 저는 아예 임고 공부를 안 했는데 막 들어보면 같이 임고실에서 약간 견제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누가 몇 시간 공부했나 그런 것도 있고 누가 어떤 인강 듣는지, 저는 그런 게 너무 숨 막힐 것 같아요.
Y 그리고 친구한테 그런 열등감 느끼는 것도 진짜 스트레스예요.
미지 친구들 간에 그런 경쟁을 해야 되고. 저는 또 약간 그런 생각도 들어요. 뭔가 유치원, 어린이집은 조금 더 이 친구들을 잘 길러내는 게 목적이지만 중고등학교는 결국은 입시가 목적이잖아요. 그래서 그게 좀 그거에 대한 회의감도 좀 들었어요. 내가 학생들한테 진짜 진실한 스승이 되는 것보다 입시를 잘하게 하기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그런 고민.
Y 색다른 고민이다.
미지 그런 고민도 있었고 임고가 결국 이것도 그런 식의 시험이잖아요. 오지선다형. 물론 논술 문헌도 있지만 그래서 임고를 잘 치는 게 좋은 교사는 또 아니잖아. 근데 얘를 꼭 쳐야 될까? 그런 생각도 좀 있었고.
Y 고민하는 게 다르다. 아예 교직에 대해서 고민하는 거구나.
근데 저는 제가 인생에서 딱 목표가 두 개가 있거든요?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직업 갖는 거, 하나는 좋은 엄마 되는 거.
미지 (놀라며) 진짜요?
Y 그래서 임고 치고 싶은 것도 솔직히 저는 지금 이것도 만족하거든요.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직업 하는 거니까. 근데 저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환경이 뒷받침 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미지 더 잘 벌고.
Y 솔직히 더 안정적이고 보장받아요. 솔직히 여자 공무원만큼...
미지 맞아요.
Y 시간 나고 그런 직업이 없거든요. 일하면서 애 키우는 게 좋은 직업이.
미지 맞아요. 그래서 여자 직업 중에 아직도 교사가 최고라고 하잖아요.
Y 근데 그거 좀 괘씸하긴 한데~
미지 맞아 괘씸하긴 한데~틀린 말도 아니고~...
Y (웃으며) 짜증 나요.
미지 맞아요. 저도 그런 말 많이 듣거든요. 명절 때 어디 가면 교사 안 한다고 하면 그렇게 좋은 직업을 여자가 왜 안 하냐고.
Y 일등 신붓감이라고. 근데 그게 좀 짜증 나긴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라서.
미지 틀린 말은 아닌 거 맞아요. 맞는 말이긴 해요. 진짜.
Y 그게 제일 커요. 저는.
미지 그러면 지금 Y 님이 몇 년생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거죠?
Y 우리 반 애들이 20년생이에요.
미지 Y 님은 98년생이잖요. 완전 다른 세대잖아요. 그럼 요즘 어린이들의 다른 점 같은 걸 느끼는 게 있어요?
Y 일단 엄마들부터가 달라요. 진짜 개인주의적인 엄마들이 많고. 그리고 외동인 애들이 진짜 확실히 저희 때보다는 많고, 그리고 얘네들이 코로나 베이비예요.
미지 코로나 시기에 태어난 애들이구나.
Y 그래서 발달도 되게 느리고 말도 마스크 끼고 있으니까, 입모양 보는 것도 중요한데.
미지 그렇게 어린애들이 마스크 끼고...
Y 저희는 처음에 마스크 꼈었거든요. 근데 애들이 집에 가려면 마스크 껴야 되는 걸 아니까 집 가고 싶을 때 계속 이렇게 입 가리키면서 마스크 씌워 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거 보면 너무 안쓰러운 거예요.
그리고 얘네는 미세먼지를 알아요. 등원하자마자 오늘은 미세먼지 좋아? 이렇게 물어봐요. 미세먼지 안 좋으면 밖에 못 나가니까.
미지 진짜 컬처 쇼크다.
Y 그건 좀 안쓰러워. 미세먼지를 확인하는 거 자체가. 그런 것도 그렇고 엄마들이 개인적인 것도 진짜 많고.
미지 어떤 면에서 그렇게 개인적이라고 느껴요?
Y 그냥 자기 애가 더 소중하다. 그거는 당연한 거긴 한데 그게 좀 교사 입장에서는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은 거죠.
그런 것도 있었어요. 자기 반에 와이파이 방에 와이파이 있는 거 없앴으면 좋겠다. 전자파 때문에.
미지 (놀라며) 진짜요?
Y 그럼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아야지. 그런데 노출 안 시켰으면 좋겠다고 하고 조금 개인적인 걸 부탁하는 엄마들이 지금 많아요. 약간 다 같이 쓰는 거 쓰지 말고 개인 물티슈 써달라. 그런 엄마들도 있고. 그러면 올 이유가 없는데.
미지 그러면 집에서 키워야지.
Y 그리고 엄마들이 생각하는 게 좀 다른 것 같긴 해요. 그냥 좀 다치는 거에도 진짜 예민하시고. 조금 그런 것도 느껴져요. 젊은 엄마들과 좀 나이 있으신 엄마들을 대했을 때 조금 달라요. 좀 나이 있으시거나 애 한 번 키워본 엄마들은 “애들이 놀다 보면 다칠 수도 있죠. 선생님도 되게 많이 놀라셨겠어요.” 이렇게 말하시는 분도 있고. “아... 그래요? 많이 울었나요?” 이러시는 분도 있고.
미지 무서워...
Y 그래도 다치는 게 솔직히 제 잘못은 아닌데 진짜 죄짓는 것 같거든요. 진짜 많이 다치니까. 하루 종일 ‘어머니한테 어떻게 말하지?’ 그거 생각해요. 근데 그래서 그렇게 말해주는 엄마들이 너무 고마워요. “선생님이 놀라셨겠다, 선생님도 진짜 놀라셨죠? 괜찮아요.” 이렇게 말해주면 너무 감사하고.
그리고 또 한 번은 어머니한테 고마웠던 게, 이번에 엄마들도 선생님이 바뀐 거거든요. 그래서 제가 메인 교사가 된 거라서 제가 힘든 거 아니까 선생님 진짜 힘드시겠다고 애들 일부러 좀 빨리 하원해 주시는 엄마도 계셨고 그런 게 있었어요.
미지 그러면 지금 일하고 계시는 곳에서 앞으로도 계속 거기서 일하실 거예요?
Y 그건 모르겠어요. 모르겠지만. 근데 제가 말했잖아요. 저희 일하는데 선생님들이 되게 좋다고. 여기 선생님들 10년 동안 일하신 선생님이 네 분 계세요. 쉽지 않잖아요. 한 직장에서 그렇게 오래 일하는 게.
미지 맞아요.
그러면 Y 님이 예전에도 조금 얘기를 하셨던 것 같은데 아직 젊잖아요. 그리고 올해도 반이 갔는데 올해나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게 혹시 있는지? 임고 고민 그런 거 밀어 두고 그냥 해보고 싶은 거.
Y 일단 연애는 이뤘고!
미지 아 그렇네요? (웃음)
Y 이번 해는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
미지 해외여행. 근데 어린이집, 유치원 이런 데는 그때 노동자의 날 이런 날에도 못 쉰다고 하지 않았어요?
Y 유치원은 원래 못 쉬는데 그게 요즘은 재량 휴업해 가지고 쉬는 데도 있더라고요. 근데 어린이집은 원래 쉬어야 되는데 엄마들이 못 쉬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래서 약간 긴급 보육 개념으로 해요. 그래서 그때는 1.5배 더 받았어요.
미지 아 그렇구나. 그럼 방학 이런 거는?
Y 유치원은 보통 2주 이렇게 쉬는데 어린이집은 제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직장이다 보니까 많이 안 쉬어요. 3일 쉬는데 아예 유치원은 방학 개념이고 우리는 연차 개념이어서 방학 때도 그날 안 나오면 연차 차감인 거.
미지 그거 쓰기는 자유로운 편이에요?
Y 저희 원은? 다른 데는 근데 못 쓰는 데가 많더라고요. 친구들 보면.
미지 그러면 해외여행 갈 틈은 낼 수 있는 건가요?
Y 원래는 거의 한 달에 하나 쓰는 건데 그러면 좀 어렵잖아요. 근데 이번에는 원장님이 일주일 몰아 쓰는 거 가능하게 해 주셔서 겨울에 한번 가볼까 생각 중이에요.
미지 어디 가고 싶어요?
Y 저 따뜻한 나라.
미지 따뜻한 나라 어디가 있지? 호주? 지구 반대편?
Y 호주에서 대학생 때 한 달 살기 했었거든요. 되게 좋아요.
미지 좋겠다!
Y 그래서 요즘에는 임용고시보다 그냥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그러니까 조금 유럽이나 그런 대학생 때 해봤으면 좋았을 거 있잖아요.
미지 맞아요.
Y 저는 미지 님이 예전에 하셨다는 제주도 한 달 사이도 진짜 해보고 싶었거든요.
미지 다시 해보고 싶을 정도로 재밌었어요.
Y 근데 그거는 무조건 직장을 그만둬야지 할 수 있는 거니까. 오래가려면. 아니면 워홀을 가든지? 그래서 저처럼 또 위탁 직장에 다니는 친구도 있거든요. 그 친구랑 맨날 모여서 그 얘기해요. 우리 이번 연도까지 하고 같이 워홀 갈래? 혼자 가기 무서우니까. 근데 아직 좀 젊으니까.
미지 맞아요. 워홀 그거 30대 전까지 됐었나?
Y 갈 수 있을 때 가야 되나 싶기도 하고.
미지 맞아요. 난 사람들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Y 그래서 저는 미지 님이 부러워요 전 그럴 용기가 없거든요. 저는 안정감을 더 중시해서, 그냥 못 이겨요. 그 새로운 걸 도전하는 용기가 없어요.
미지 저보고 그런 말 하는 사람 많거든요. 너는 하고 싶은 거 진짜 다 한다면서.
Y 그런 결단력이나 실행력이 부러워요.
미지 근데 이제는 솔직히 저도...
Y 좀 무서워요?
미지 해볼 만큼 해봤다는 생각이 들어요.
Y 그런 걸 느껴 보고 싶어.
미지 그래서 이제는 좀 취업을 해야겠다. 끝을 찍은 느낌? 창업을 해버렸으니까, 해봤으니까 이제 취업도 해봐야겠다. 좀 안정감이라는 것도 얻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그래도 사이드 프로젝트는 계속할 것 같아요. 저는 제 천성이 재밌어 보이는 거 해야 되는 그런 성격이어서. 이번에도 사실 첫 인터뷰 그냥 옆에 보이는 그 같이 프로젝트하는 멤버한테 야, 인터뷰하자! 이렇게 해서 하고 재밌었는데 딱 하고 나서 근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런 생각도 좀 드는데 그러면 이제 또 섭외를 해요. 지영 님, 하실래요?
Y 그게 진짜 멋있는 것 같아. 그리고 미지 님 기록하잖아요. 저도 제가 하는 것 중에 그나마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게 제가 유튜브도 잘 안 하고 인스타도 안 하거든요. 근데 유일하게 많이 보는 게 내가 쓴 블로그 다시 보는 거거든요.
미지 블로그 알려주세요.
Y 근데 나 너무 수치스러워서. (웃음) 서로 이웃만 볼 수 있고, 너무 날 것이라. 저는 근데 진짜 그냥 내 일상 올리는 거. 약간 인스타 스토리에 올릴 법한 것들을 날 것 그대로 올리는 거라서.
미지 저도 제 개인 블로그에는 진짜 날 것 그대로 올리는데 저는 약간 좀 관종이어서 (웃음) 누가 봐주면 좋아.
Y 재밌어.
미지 저는 그런 것 같아요.
그러면 Y 님 이번에 미지의 세계 어른 모임도 오시게 되셨잖아요. 그래서 나름 어른이라는 것에 대한 어떤 고민이나 생각이 있어서 신청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그거에 대한 Y 님의 생각도 궁금했고요.
그리고 우리는, 우리는 이 아니지 나는 지금 아니니까. 선생님은 나보다 어린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더 보육에 가까운 일을 또 하고 계시니까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조금 더 빨리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좀 드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Y 진짜 제가 미지 님 모임 처음 할 때도 이런 주제 되게 찾고 있었다고 말했잖아요. 그게 제가 일도 그렇지만 진짜 그 죽음이랑 어른 되는 거에 좀 집착하는 편이거든요. 저 책도 다 그런 거만 읽어요.
미지 아 진짜요?
Y 죽음 같은 것도 어떻게 죽어야 하는 걸까 고민하고. 그리고 저 늙는 거 되게 무서워하거든요. 내 나이의 숫자는 이렇게 점점 커져가는데 내 인지적 성장 같은 건 그 나이를 못 따라가는 게 너무 무서운 거예요. 이걸 진짜 옛날부터 고민했었어.
그래서 책도 읽어 보고 저는 교수님한테도 이 질문한 적도 있어요. 근데 교수님도 그 생각하시더라고요. 나도 가끔씩 나이가 50인데 교수라는 것과 엄마라는 게 약간 부조화가 올 때가 있다. 근데 당연한 거고 이걸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른이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미지 그럴 수도 있겠다.
Y 그래서 저는 어른 되는 걸 되게 갈망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조금 내 마지막 인지적 성장은... 일단 한 번은 임용 공부하면서 좀 자랐고, 마지막은 이제 결혼이랑 아기 낳는 거지 않을까 싶긴 한데.
미지 그러면 뭔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나요?
Y 살면서 경험해야 될 거? 저 원래 비혼주였거든요. 근데 그게 마인드가 바뀐 게 다른 선생님들 보면서 바뀐 것도 있지만, 살면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결혼만큼 큰 이벤트가 사실 없잖아요. 그래서 그거를 해보는 것도 나한테, 내가 성장하는데에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미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내가 끌어야 되는 입장이니까.
Y 근데 영아랑 유아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마냥 어른이어서만은 또 안 될 것 같은데.
미지 음~ 그런가? 좀 공감을 해줘야 되는 그런 느낌도 있고
Y 애들의 세계에서, 애들 입장에서 보는 게 좀 중요한 것 같아요.
미지 아 그럴 수도 있겠다.
Y 애들한테 굳이 어른스러워 보일 필요 없으니까. 애들은 오히려 더 어린 선생님, 젊은 선생님 좋아하잖아요.
미지 아 맞아요. 저 교생 갔을 때 한 번은 고등학교, 한 번은 중학교에 갔는데 중학교에서 저 거의 중학생이었어요. (웃음) 애들이랑 맨날 뭐 하냐? 이러면서 놀고.
Y 그리고 저는 애들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미지 어떤 거?
Y 순수함?
미지 저번에 「어린이라는 세계」 독서 모임을 했었거든요. 거기서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닮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이 있냐고. 저는 그 책을 두 번째로 읽으면서 좀 그런 마음이 들었거든요. 뭔가 어린이들의 자신감? 자기애가 좀 부럽다. 어린이들은 그 세계의 중심이 자기잖아요. 그게 좀 부러울 때가 있더라고요.
Y 그런 것도 있어요. 제가 애들한테 가르쳐야 되는 거는 진짜 본질적인 거거든요. 하지 말아야 되는 거. 사람이 하면 안 되는 거. 그러면서 저도 좀 배워요. 일단 남을 때리면 안 된다. 그리고 요즘 계속 저희 반 애들한테 가르쳐주는 게 타인의 감정이 다를 수 있다. 친구가 싫어하는 거는 하면 안 된다. 너무 기본적인 건데.
미지 그걸 다시 되새기게 되는?
Y 솔직히 그게 당연한 거지만 당연하지 않을 때가 더 많잖아요.
미지 그렇겠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인간적인 성장을 하게 해야 되니까? 먼저 내가 좋은 인간이 되어야 하는.
Y 그쵸. 물론 집에서는 안 그러지만 거기 안에서는. 애들 보면서 약간 그런 거 느끼는 것 같아요. 약간 인간의 도리를 가르치는. (웃음)
미지 그렇긴 하겠다.
그러면 Y 님이 감사 일기 쓰신다고 하셨잖아요. 그거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쓰셨는지 궁금해요.
Y 요즘에 또 갑자기 안 쓰는데, 요즘에 조금 행복한가 봐요.
미지 (웃음) 힘들 때 쓰는 거예요?
Y 저랑 똑같이 직장 어린이집 일하는 친구랑 따로 독서 모임을 하거든요. 독서 모임이라 하긴 그렇고 그냥 둘이서 책 읽고 얘기하고 그러는데 감사 일기는 거기서 제가 해보자고 말했는데, 예전에 제 중학교 담임 선생님이 의무적으로 아침에 쓰라고 했어요. 그래서 아침에 쓰고 그 선생님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애들이 발표를 했었어요.
미지 우와.
Y 그때는 좀 아 이런 거 왜 써야 돼? 이랬는데.
미지 쓰라고 하면 쓰기 싫잖아요.
Y 저는 그런 자잘한 거 모으는 거 좋아하니까 집에서 다시 보니까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되게 귀엽고. 오늘 나에게 휴지 빌려준 지원이에게 감사합니다, 이런 거 적혀 있고. 그리고 그렇게 소소하게 감사함을 느끼는 게 점점 일을 할수록 더 잘 안 되더라고요. 진짜 힘들 때 감사일기를 쓰는 게 오히려 더 좋았어요.
미지 그렇구나.
Y 그 친구랑 서로 똑같은 일을 하니까 내가 이것 때문에 감사함 느끼거나 그러면 얘도 진짜 고생했다, 오늘 진짜 힘들었나 보네, 이렇게 말해 주고
미지 공유하는 거의 재미도 있겠다.
Y 그래서 더 했던 것 같아요.
미지 요즘에 감사하는 거는 뭐가 있어요?
Y 일단 남자친구 생긴 거 감사하고. (웃음) 그리고 요즘에 좀 애들이 말을 잘 들어서 그거에 대해서 감사하고, 근데 감사일기 안 쓰더라도 감사일기 쓰면서 좀 세상을 유하게 보게 된다고 해야 되나? 선생님이 어느 날 그냥 나한테 커피 사 오면 아 너무 감사하다.
평소에는 감사하다고 생각 안 했던 걸 감사 일기 쓰다 보니까 그냥 일상 속에서도 오늘 이렇게 애들이 말 잘 들어주네, 고맙다. 이렇게 생각이 들기도 하고.
미지 저도 맨날 써봐야지 하고 안 쓰게 돼요. (웃음)
Y 그때 친구랑 같이 해봐요.
미지 남자친구랑 해보자고 할까?
Y 그런 거 같이 해주는 남자친구 있으면 좋겠다.
미지 그리고 이건 제가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모임에서 뭔가 Y 님이 데이지라는 별명이었나? 되고 싶은 거였나? 그런 걸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Y 아 그거 친구가 생일 편지에 나보고 데이지 같다고 써줬어요. (웃음)
미지 그 이유가 뭐였죠?
Y 저랑 있으면 따뜻함을 느낀다고요.
미지 진짜 데이지라는 그 단어가 Y 님한테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Y 그래서 저 롤링 페이퍼 조금 힘들 때나 그냥 기분 좋고 싶을 때마다 봐요.
미지 저희 모임 때 썼던거요?
Y 네. 저 자신을 너무 예쁘게 적어주셨던데?
미지 그래서 저도 힘들 때 봐요. 이 일을 하는 이유에 있어서 이런 것 때문에 하지라는...
Y 진짜 진짜.
미지 마음으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다 한 것 같은데 준비한 거는.
Y 근데 진짜 별로 말 안 했는데 이걸로 쓸 수 있어요?
미지 원래 내가 아닌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 다 재밌고 저는 그렇던데. 그리고 Y 님이 앞으로 뭘 할지 기대도 되고 좀 어떤 방향성으로 가고 싶은지 궁금해요. 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할 수도 있고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할 수도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 일 수도 있고
Y 다 맞긴 하는데 저는 일단 좀 많이 성장해야 되는 거. 그리고 저는 진짜 예쁘게 늙고 싶어요. 어른들 보면 그러신 분 있잖아요. 말씀 하나하나 되게 예쁘게 말해 주시고 남 배려하고 근데 그게 얼굴에서도 티가 나요.
미지 맞아요. 그리고 그게 또 저절로 되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Y 그것도 수련이 필요해.
미지 저희 어른 모임에서 열심히 얘기해 볼 수 있게 준비해 볼게요.
Y 맞아요. 너무 좋아요. 저 진짜 그래서 다른 독서모임 이제 못 가겠어요. 여기서 하고 나서.
미지 (환호) 절대 기록해. 이거
Y 진짜 좋았어요.
미지 저도 이제 책방에서 처음 기수제 모임을 하면서 좀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까 나 모임은 그래도 좀 하나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Y 진짜 고마워요.
미지 저도 감사합니다.
Y 어쨌든 덕분에 남자친구도 생기고? (웃음) 그게 제일 크죠.
미지 (웃음) 그러면 여기서 끝! 잘 만나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