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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스럽게 Nov 10. 2021

수수께끼 너머

인생은 퀴즈다



© 905513, 출처 Pixabay



인생은 수수께끼다.

사람을 만나 풀어야 하는 숙제가 생길 때도 그러했고,

생각지 못한 일에 반응은 때마다 달랐다.

길 위에 놓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 

여러 가지 색을 입힌다.

카멜레온 인간, 양파 같은 나.


내 아이가 글을 깨우친 유년 시절부터

초등 2학년 때까지였을까?

잘 보던 책 중 하나가 '수수께끼'였다.

곧잘 꺼내 들어 내 앞에 펼치고 나서

같이 주고받기를 원했다.

유치원 시절에는 아예 내 손에 수수께끼 책을 쥐어주고선

퀴즈를 내라며 성급하게 졸랐다.

나에게도 익숙한 그 수수께끼가

또 보아도 재미가 있었다.

경쾌한 스피드가, 반짝이는 재치가

결국 아들과 엄마인 나,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기발함의 보물창고에 빠져 든다.





주어진 짧은 시간, 머리를 굴려

최대한의 상상력을 동원해야만

알듯 말 듯 수수께끼가 풀린다.

여러 번 반복하면 알게 되는

쉬운 문제풀이는

가벼운 맘으로 거듭 이어진다.

간혹 잊어버리고 생각이 나지 않을 때도 있긴 하지만.

성취감과 더불어 재미와 익살을 그 속에서 발견한다.

수수께끼는 즐겁게 풀린다.


인생의 수수께끼는 그와는 좀 다른 차원이다.

해피하다가도 때론 무겁게 다가온다.

알다가도 잘 모르는 게 인생길이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있다.

그럴 땐 무언가 걸리적거린 느낌이지만,

멀리 돌아가는 불편을 감안해야 하고,

피할 수 없을 땐 끙끙 앓다가

아픈 마음을 충분히 달래어 주어야 했다.

물론 설렘의 해법도 있었지만

어려웠고, 부정적이었던 기억은 쓴맛으로 떠오른다.     

예기치 못한 사건과 상황들을 만나고

자꾸 부딪치는 사람을 마주치면 당혹스러운 게

다양한 세상살이의 맛인가 보다.


가장 최근의 일, 불과 1년 전 만남이었다.

새롭게 2막의 직업군을 찾아

평생 할 일을 찾았다고 좋아했다.

가슴 뛰며 시작한 배움터에서  

그 협회의 젊은 대표 여성을 만났다.

나보다 더 어렸는데,

개인이 만든 협회의 장으로서

그 위치 때문인지 나이를 공개하길 꺼려했다.

내 사업의 첫 시작을 꿈꾸며

네 개 분야의 커리큘럼을 다 수료하고 자격을 취득했다.

전업주부였던 나에게는 고액의 수업료였다.   


수업 첫날부터 투덜거리는 그녀였다.

휴대폰을 곧잘 '툭' 내던졌다.

폰으로 이야기하는 그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

드러내는 불편함의  표시였다.

제스처에 살짝 놀랐지만 처음에는

'솔직한 스타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변함없이 툴툴거렸다.

배우러 가는 날마다,

투덜거림의 연속이었다.

'무언가 결핍됐을까?'

짜증을 쉽게 내는 유형이었다.

'너무 솔직해도 그 정도는 아니어야 하지 않나?'

싶을 세기의 강도였다.  

협회장이 내뱉는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들과

투덜거림은 반복되고 지속되었다.

나의 꿈으로 나아가기 위해 열정으로 참아내었지만

납득하기에 불편한 연구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긴 경단녀의 탯줄을 끊어내는 중요한 시점이었다.  

용기를 내고 다시 도전하는 나의 황금기!

어떤 태클이 있어서도 아니 될 찰떡같은 시간이어야 했다.

기대하고 시작한 제2의 꿈을 안고 있었기에

그녀에 대한  부담스러움도 견디어 냈다.

선인장의 가시처럼 뾰족한 말을  뿌리는 그녀.

심리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 내가 그녀의 걸어온 인생길을

다 알 수 없으니 참 어려운 숙제에 봉착한 시기였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마음이 부대끼기 시작했다.



© Alexas_Fotos, 출처 Pixabay


모두가 가질 수 있는 불만과 짜증보다

더 높은 수위라 생각되었다.

자신의 수업을 거쳐간 강사들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이야기만 자꾸 끄집어냈다.

대화를 나누다가 맘에 들지 않으면

그녀의 입꼬리가 한 방향으로 삐죽 올라갔다.

강사 vs 강사 사이를 그릇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해코지했다. 유치한 이간질의 목격이었다.

옆에서 경험한 나는 동참을 거부하고 침묵할 뿐이었다.

당신같은 류의 사람이 되지 않겠다.

막장 드라마가 아닌, 흔하지 않은 실제 경험이었다.  


'아 어렵다. 이 사람, 왜 이럴까?'

훗날 나에게도 이러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그녀의 타이틀은 협회장이다.

그녀의 명예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의리는

그녀가 하는 일을 밝히지 않는 것.

그녀의 모습은

나를 통해 낮은 점수를 받았을 뿐이다.

그녀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이 필요한 사람 앞에서는 변장하여

또 다른 모습을 펼쳐 보일 수 있다.

한 사람의 평가는 다 다를 수 있음을

그래서 인정한다.

변신의 귀재는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세상살이 매직이다. 

숨어있는 가면은 필수품이겠지.

내가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일침은

협회 소속을 거부함이다.

고액의 수업료와 투자한 시간들을

버려야 했다.

그 분야를 디자인하고 그렇게 멋지게 만들어내는

사람의 인격 이중 구도가

나에게는 모순이며 아이러니였다.

내가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결단이 필요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달라졌다면

다른 이들에게 더 이상 불편하지 않게

기분 좋은 길을 함께 갈고닦으며

강건하게 잘 걷고 있길 바란다.

유종의 미는 여기까지.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라는 글감을 선택,

지난날의 그 사람에 대한 경험을

서술해보았음을 밝힙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소설류 글에 대한 캐릭터 묘사 연습으로 이해하고

읽어주심 감사하겠습니다. )



© AbsolutVision, 출처 Pixabay


이제 나와의 싸움이다.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나?'

나에게 묻는 '자책하는 반문'이 됐다.    

협회장에 대한 신뢰는 깨졌고

자부심도 없이 소속 명함을 내밀고 이 일을 해야 할까?

창작활동 분야인데

생각보다 자유롭지 못했고,

일부 제한하는 사업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돈과 관련된 사업이라서 그런지

왠지 모를 경계와 시기 속에서

종종 다툼이란 것도 일어나는 듯했다.

가려진 본심의 얼굴은 언젠가는 다 드러나는 법이다.

화들짝 놀란 건 서로 간의 싸움으로 빚어진

법정 소송건 이야기였다.

그동안 들인 열정과 물질, 땀과 정성,

그 시간들을 모두 제치고

오랜 시간 진지하게 번민했다.


인생의 첫 사업, 여러 가지 쉽지 않아 보였다.

'사업이 이런 거야? 어렵다.'

사업가 초년생의 푸념.

긴 숨이 절로 나왔다.

사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업의 비전과 핵심가치,

미션 필터링은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멋모르고 시작한

내 사업의 처음 출발은

가장 최근에 내가 만난 수수께끼였다.  

나의 해법은 '내려놓음'이다.

고가의 수업료와 그 긴 시간들의 아까움마저

후회와 함께  다 내려놓았다.  

한동안 마음은 체증이 난 듯 무거웠고,

쏟아지는 눈물과 콧물, 계속되는 두통은 덤이었다.


격동의 파도를 헤치고 눈부신 백사장을

유유히 걷고 있는 나를 상상해 본다.

어떤 가치를 우위에 두며 앞으로의 길을

무엇으로, 어떻게 나아갈까?

되짚어보는 나의 행보.

나의 할 일, 나의 사업.

배움의 달인, 호기심의 천국인

새삼 나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새로운 길을 찾았다.

반전의 시작이다.

인생은 참으로 수수께끼이자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새 일은 내 젊은 날,

했던 일과 많이 연결이 된다.

내가 웃고 있었고, 편안하며 행복했다.

맞춤옷을 비로소 찾은 느낌이 충만하게 차오른다.

힘들었던 시간들은 나에게

'도움닫기의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경 말씀을 믿으며 나아간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인생의 순리를 가르쳐주는 듯하다.  

지금보다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

긴 호흡 가다듬으며

필요하다면 나는 매일 도움닫기의 기술을

연마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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