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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jeje Apr 15. 2024

하울링, 멈추지 않는 세상소리

윤슬마을에서 띄우는 편지 

브런치 작가 글방은  내가 평생 꿈꾸어 왔던 작가로서의 걸음마를 내딛게 해 준 나만의 공간이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나를 게으르게 만드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무기력하다는 핑계로 부족한 나의 글쓰기를 합리화시키고 있다. 그러다 예전부터 제안은 받았지만 나와는 별개로 생각해 피하고만 있었던 칼럼을 써보자는 제안을 무섭고 어렵게 받아들였다. 다행히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신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고 겁부터 난다. 그런 나의 긴장감을 알아차렸는지 말이 칼럼이지 쓰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형식으로 올려보라는 말에 조금은 자신감이 생겨 글을 올리게 됐다. 


제목은' 금요 하울링'이다. 


’ 하울링‘은 동물들이 무리와의 소통을 위해 내는 소리로 동물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이나 위기, 본능, 또는 불안할 때 내는 소리다. 기쁠 때나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싶을 때도 하울링을 한다. 가끔 강아지가 노래나 악기 소리를 듣고 하울링을 하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때 주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강아지는   목청을 높인다. 주인은 그저 신기하고 즐거운 마음에 강아지의 지친 모습은 안중에도 없이  반복해서 음악을 틀거나 악기를 연주한다. 이때 지칠 줄 모르고 내는 강아지의 하울링은  주인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내 본능의 소리다. 

     

고요한 밤 산속이나 광야에서 듣게 되는 늑대의 하울링은 음울하고 공포를 느끼게 한다. 때론 무리를 찾는 외로움의 포효처럼 들릴 때도 있다.. 하지만 하울링의 가장 큰 의미는 역시 무리에게 서로의 위치를 알려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필요에 의한 소통은 동물이나 사람은 물론 사람과 동물 간의 소통에도 중요하다. 요즘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점차 늘어가는 시기에 반려견의 하울링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 로운 일인 것 같다. 

  

물론 짜증을 유발하는 반복되는 기계 소음의 부정적인 어감도 있지만 서로 소통과 교감이 없어 무미건조할 때 다가오는 하울링은  감성을 적셔 주는 가루비 같은 역할의  긍정적 의미를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식을 ’ 금요 하울링‘이라는 편지글로 독자를 만나고 싶었다. 


사람과 사랑에 대한 마음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한때 난 사람들의 관심과 갈등을 피해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며 지낸 적이 있다. 그리고 뒤이어 찾아온 고독에 한동안 갇혀 지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고독의 여백에 사람들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관심이 생기자 멀어지고 싶었던 세상이 내 시선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바라보며 나의 욕구를 알아차렸고 나를 스치고 간 누군가의 소소한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며 어느새 난 어느 글에서든 누군가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갈무리하고 있었다.  동시에 갈등은 저를 변화시키는 에너지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지만 내 시선에 머문 일상의 사람들을 마음으로 바라보며 그 여백이 채워지자, 마침내 고독은 일상의 편안한 친구가 됐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거나 상대가 나를 잘 알지 못해도 괜찮았다. 모르면 모를수록 내가 주는 사랑은 부담 없고 돌려받고 싶은 서운함도 없었다. 내가 편지글을 통해 독자들과  나누고자 하는 소통은 이처럼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며 내 시선에 머문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다. 


거리에서 만난 채소 할머니, 리어카에 폐지를 싣고 위험한 길을 가로지르는 할아버지도 내 시선에서는 소리 없는 하울링으로 다가오는 의미 있는 존재다.      

어린 두 아이의 엄마였던 젊은 여자의 암 투병 사연도, 인생을 알아가기도 전에 삶의 고달픔을 먼저 경험하는 사회초년생들의 무기력함을 알아차렸을 때도, 거리에 방황해야만 하는 청소년들의 숨겨진 사연도 내게는 고통과 위기를 알리는 하울링이었다.  

    

우리 모두 한 장의 종이에 끝을 낸 지난 4.10의 총선,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또는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시 상황에서 인권을 유린당한 약자의 힘없는 하울링은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성공을 거둔 비보를 전해 들은  누군가는 세상은 살만한 것이라며 기쁨의 하울링을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지친 일상에서 소소함의 아름다움이나 연민이 일어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심함으로 지나치게 될 때가 있다. 그저 변화 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하울링의 진정한 울림을 놓친 채 의미 없는 얼굴로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 그랬던 나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에 관심을 보이면서 나를 바라보는 습관을 다시 점검하고 견고하게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고달프고 바쁜 일상을 보내는 우리에게는 이마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고 공감한다. 


뜨는 해를 바라볼 여유도 없는 출근길과 지는 석양의 강렬하고 아름다운 빛이 피곤한 퇴근길에는 오히려 짜증스러울 때도 있으니까. 

금요 하울링은 그런 독자의 마음에 내일의 휴일을 기대와 즐거움, 또는 생각과 시선을 모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편지글을 준비하려고 한다. 

언제나 한결같다는 ’ 또바기‘의 순수 우리말의 의미처럼 오늘도 내가 사랑을 하게 해 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언제나 한결같이 만나기를 바라고 나를 찾아와 주기를 염원하면서....

www. pinterest.co.kr에서 사진 인용

K-Peopie Focus 표서원의 금요 편지를 일부 수정한 글

#하울링 #소리 #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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