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이탈을 줄이는 Just In Time 설계 논문 요약
제품을 기획하다 보면,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사용자의 지속적인 참여입니다. 사용자가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반응하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를 잃고 앱을 떠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현상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역시 중요한 문제인데요, 단순히 사용자 수 감소로 끝나는 게 아니라, 목표로 했던 행동 변화나 건강 개선 효과를 얻기 어려워진다는 큰 문제로 이어집니다. 사용자들이 제품과의 관계를 점차 멀어지게 되는 이탈(Attrition), 완전히 그만두는 포기(Abandonment), 그리고 관심을 잃어가는 이탈(Disengagement) 등의 현상은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 앱에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 난제의 한 가닥 실마리를 주는 논문을 읽고, 요약해 봤습니다!
Park, J., & Lee, U. (2023). Understanding disengagement in just-in-time mobile health interventions. Proceedings of the ACM on Interactive, Mobile, Wearable and Ubiquitous Technologies, 7(2), 1-27.
습관화(Habituation)는 똑같은 자극이 반복될 때, 처음에는 신선했던 자극이 점점 무감각해지며 더 이상 주의를 끌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람의 뇌는 새로운 자극에 반응해 도파민을 분비하며 기대감과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이건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판단하게 되죠. 도파민의 분비는 줄어들고, 신경은 점점 그 자극을 무시하게 됩니다.
디지털 개입에서는 이 습관화 현상이 큰 도전이 됩니다. 처음에는 사용자가 반응했던 알림이나 메시지가 점차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단순히 ‘배경 소음’처럼 여겨지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건강 알림을 떠올려 보세요. 처음엔 눈길을 끌고 한 번쯤 그 내용을 확인하게 되지만, 어느새 그 알림은 사용자의 무의식 속에서 지워지게 됩니다. 이는 개입의 효과를 크게 저하시킬 수 있는 요소입니다.
이런 습관화를 막기 위해서는 개입 방식에 신선함을 더하고, 다양한 자극을 주어 사용자가 ‘새로운 자극’처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JIT(Just-in-Time) 개입은 사용자가 ‘지금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개입 방식입니다. 단순히 알림을 무작위로 보내는 방식이 아닌, 사용자의 상태와 행동을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타이밍에 알림이나 조언을 전달해주는 개입이죠. 이 개입 방식은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사용자와 지속적으로 연결되도록 하고, 필요할 때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JIT 개입이 어떻게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다양한 요소를 통해 설명합니다. 그중에서도 상황 인식(Context Awareness), 최적의 타이밍(Optimal Timing), 개인 맞춤화(Personalization), 그리고 목표 행동 유도(Goal-oriented Actions)가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JIT 개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용자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을 감지하여 적절한 시점에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알림을 보내거나, 스트레스가 높아졌을 때 호흡을 권장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합니다. 단순히 정해진 시간마다 반복되는 알림이 아닌,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환경에 맞추어 필요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JIT 개입에서 타이밍은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용자가 개입을 받을 최적의 순간을 찾는 것이죠. 예를 들어, 금연을 돕는 앱에서는 스트레스가 높은 순간, 특정 흡연 욕구가 발생할 만한 시점에 개입이 이루어지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반면, 동일한 개입이 하루 중 아무 때나 발생하면 사용자는 이를 불필요한 방해로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타이밍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사용자가 동일한 패턴으로 행동하지는 않기 때문에, JIT 개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사용자마다 다른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개인 맞춤화된 개입은 사용자로 하여금 ‘나를 위한 개입’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시간에 마음을 가라앉히는 알림을 받는 사용자는 개입을 좀 더 긍정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자제력이 낮거나 지루함을 쉽게 느끼는 사용자에게는 개입 타이밍과 메시지를 조정해 더욱 흥미롭게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JIT 개입의 최종 목적은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단순히 알림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목표를 달성했을 때 보상하거나 구체적인 행동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표 달성 시 포인트를 부여하거나, 특정 행동이 완료되면 칭찬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죠. 이는 사용자가 개입을 ‘도움이 되는 가이드’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JIT 개입에는 Push-based와 Pull-based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이 방식은 JIT 개입의 유형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인데요, 각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시스템이 주도적으로 특정 시점에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금연 앱이 특정 흡연 욕구가 예상되는 시간에 알림을 보내거나, 운동 앱이 특정 시간에 스트레칭을 권장하는 식으로 사용자가 앱을 열지 않아도 필요한 개입을 받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필요할 때 직접 정보를 요청하거나 앱을 실행해 도움을 받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피트니스 앱을 열어 스스로 운동 기록을 확인하거나 건강 정보를 찾을 때 나타나는 개입입니다.
각 방식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Push-based 개입은 사용자가 일일이 앱을 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잦은 알림은 사용자를 지루하게 할 수 있습니다. 반면, Pull-based 개입은 사용자가 원할 때만 참여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으나, 개입 타이밍을 사용자가 맞추지 않으면 놓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의 성향과 개입 목표에 따라 두 방식을 적절히 조합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JIT 개입은 개별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자기통제력(self-control)과 지루함 성향(boredom proneness)이 특히 사용자 이탈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는데요, 이 성향이 개입 참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자제력이 높은 사용자는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꾸준히 개입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용자에게는 반복적이고 꾸준한 알림이 오히려 동기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제력이 낮은 사용자는 개입에 대한 집중력을 쉽게 잃고 이탈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기통제력 측정 문항, 5점 리커트>
1. 나는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2. 나는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즉각적인 만족을 포기할 수 있다.
3. 나는 계획한 일을 끝까지 해내는 편이다.
4. 나는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5. 나는 감정을 잘 조절한다.
6. 나는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7. 나는 집중력이 강하다.
8. 나는 쉽게 산만해진다.
9. 나는 스스로를 잘 통제한다고 느낀다.
10. 나는 충동적인 구매를 자주 한다.
11. 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12. 나는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 어렵다.
13. 나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따르는 편이다.
지루함을 쉽게 느끼는 사용자는 같은 알림이나 개입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빠르게 흥미를 잃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용자에게는 개입 내용에 변화를 주거나, 보상 피드백을 강화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지루함 성향 측정 문항, 7점 리커트>
1. 나는 쉽게 지루해진다.
2. 나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다.
3. 나는 일상적인 일에 쉽게 싫증을 느낀다.
4. 나는 자주 무기력함을 느낀다.
5. 나는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6. 나는 반복적인 일에 지루함을 느낀다.
7. 나는 자주 집중하기 어렵다.
8. 나는 자극을 필요로 한다.
자기통제력이 높고 지루함 성향이 낮은 사용자들은 전반적으로 JIT 개입에 잘 반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개입을 꾸준히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경험을 유지했습니다. 반면, 자기통제력이 낮고 지루함을 쉽게 느끼는 사용자들은 개입에 대한 흥미를 빠르게 잃어버렸습니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특성에 따라 같은 시스템에서도 다른 경험을 합니다.
같은 JIT 개입 시스템을 사용해도,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경험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통제력이 높고 지루함 성향이 낮은 사용자들은 개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은 감성 품질(Hedonic Quality) 점수가 높게 유지되며, 시스템의 개입을 지루해하지 않고 오히려 자극과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자기통제력이 낮고 지루함을 잘 느끼는 사용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루함 점수가 급격히 상승하고, 반복적인 개입에 점차 싫증을 느끼게 됩니다.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또한 사용자 특성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자제력이 높은 사용자는 시간이 지나면서도 자기 성찰을 통해 개입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고 내적 동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지루함 성향이 높은 사용자는 내적 동기가 점차 떨어지며, 시스템에 대한 흥미를 잃고 결국 개입에서 멀어지기 쉽습니다.
결국, 사용자 특성에 따라 같은 시스템에서도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기통제력과 지루함 성향에 따라 감성 품질, 지루함, 내적 동기 같은 중요한 사용자 경험 지표들이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JIT 개입 설계에서는 ‘모든 사용자에게 똑같이’가 아닌 ‘각자의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JIT 개입은 단순한 알림을 넘어서, 사용자와 지속적으로 연결되기 위한 중요한 도구입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에서, 개별 사용자의 성향을 반영하여 맞춤형 개입을 설계한다면 사용자가 제품을 더욱 오랫동안, 그리고 긍정적으로 사용하여 건강을 증진시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JIT 개입을 설계할 때는 사용자 성향에 따른 맞춤화, 최적의 타이밍을 찾는 것, 그리고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보상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JIT 개입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사용자에게 진정한 변화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