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 루콜라 May 19. 2021

상대가 변화하기를 바라시나요?

“ 직장에서 A 상사 때문에 매일이 괴로워요 ” 

 “ 자기 일을 제대로 못하는 후배 때문에 제 일이 너무 많아졌어요”

“ 너무 얌체같이 구는 사람이 있는데 자꾸 거슬려요”   

 " 힘든 생각들로 머릿속이 지진이 나는 거 같아요"


 대상과 내용은 다르지만 상담실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스토리들이다. 나를 둘러싼 누군가로 인해서 마음이 괴로워지는데, 직장에서의 상사나 동료로 인해 퇴근해서까지 마음이 출렁이고, 불편한 지인으로 인해 쉬는 동안에도 계속 그 생각들로 힘든 경우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나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왜 필요할까? 가족 내에서든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우리는 서로 간의 관계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힘을 얻고 용기를 내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또 괴롭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상담을 오시는 분들의 대다수가 관계 때문에 고통을 받는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상대방이 먼저 바뀌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우리 남편이 이런 게 불만인데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상사가 너무 잔소리가 많아요, 나한테 그렇게 안 했으면 좋겠어요, 친한 친구가 있는데 너무 이기적이라 무척 괴로워요 등 보통 이런 식이다.        


그나마 진료실에 본인 상담으로 오시는 분들은 그래도 스스로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궁금증이라도 가지고 오는데, 진료가 목적이 아닌 분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불만이 더 심하고, 다짜고짜 상대방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다들 ‘내 주위 사람들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지낸다. 현대사회가 특히 서로 비교하는 문화이다 보니 다들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매일 경험하듯이 누군가에게 ‘당신 그게 문제야 좀 바꿔!’라고 하면 잘 될까? 어린아이들은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주 강하게 힘으로 누르면 당할 재간이 없어 일정기간 동안은 통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방법은 오래가지 못하는데, 누군가에게 크게 비난을 받고 창피를 느끼면서 스스로의 변화시킨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강하게 통제하는 게 제일 효과가 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존 볼비의 애착 이론에 따르면 누군가에게 통제받거나 이해받지 못하면 ‘항의-좌절-분리’의 과정을 밟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강하게 항의했다 안 되면 그냥 포기하게 되고 점차 감정적으로 철수하게 되는 거다. 내가 ‘잘 통제하고 있어’라고 생각한다면 이미 그 사람과는 아주 멀어져 있는 상태일 것이다.      


보통 우리는 누구나 ‘네가 틀렸어, 네가 정말 잘못했다’이런 말을 본능적으로 듣기 싫어한다. 인정받고 싶고, ‘네가 맞아’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 말을 잘 귀담아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공감받고 이런 경험을 우리는 잘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쉽게 상대를 공격하고 상처 주는 데 익숙한 것이다.     

그래야 내가 방어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싫고 힘들고 공격하고 싶다고 멀리하면 더 괴롭다. 괴로워서 아무렇게나 던진 말이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오는 경험을 다들 해보았을 거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관계 스트레스를 그냥 받아들이고 지켜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불쑥 찾아오는 공황장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