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 루콜라 Jul 16. 2021

부부갈등의 시작은?

' 설겆이 한번 해주는게 그렇게 힘든가요? '

' 샤워기 똑바로 해두라고 몇번을 얘기했는지 몰라요'

' 정리정돈을 너무 안해요'


부부상담을 하다보면 정말 반복되는 주제가 있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사소한 문제들이다. 정리정돈을 하는 문제, 설겆이를 누가 하느냐의 문제, 심지어 물건을 살때 무료배송을 위해 금액을 맞추냐 마냐의 문제들로 서로 다툰다. 이럴때 우리는 자칫 그 '문제'에 포커싱을 두고 해결하려고 시도하기 쉽다. 이를테면, '자 설겆이는 요일을 정해서 하고, 정리정돈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서로 조율을 해봅시다' 라는 식이다. 부부갈등을 바라보는 프레임의 차이다.  부부갈등은 행동 수준의 문제에서 해결하려고 하면 절대 끝나지 않는다. 위와 같은 갈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담자에게 나는 다시 묻는다


' 혹시 00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완벽하고 00님과 비슷하게 정말 꼼꼼한 사람이라면 사랑에 빠졌을까요?'


골똘히 생각하던 내담자는 고개를 가로젖는다

' 그런 사람은 또 너무 매력이 없을거 같아요'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사랑에 빠져 있을때 우리는 도파민의 바다에서 헤엄을 친다. 왠만한 상대의 단점 따윈 보이지 않고 그때는 내 모든것을 바쳐 상대를 사랑하기에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다. 평생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때다. 그런 시기가 지나고 일상을 함께 지내다 보면 사랑으로 뒤덮여 있던 관계가 집안청소, 육아, 양가 부모님과의 문제 등 현실적이고 골치아픈 일들을 같이 나눠야하는 관계로 탈바꿈한다. 그것은 불타오르는 도파민의 사랑이 아니라 신뢰나 유대감이라는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등이 관계하는 애착이다. 


'설적이 한번 해주는게 그렇게 힘든가요?' 라는 말의 이면에는 '나를 사랑한다면 나른 위해서 설겆이를 해줘야는거 아닌가요? 설겆이도 안해주는 걸 보면 나를 사랑하지 않는게 분명해요'라는 마음이 숨겨져 있다. 

'밤새 게임하고 술만 마셔요'라는 말의 이면에는 '나와는 말한마디도 따뜻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 게임은 그렇게 열심히 하는걸 보면 날 사랑하지 않는게 분명해요' 이다.


내가 상대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은 나 스스로도 인정하기에 너무나 아픈 속살이다. 용기를 내서 상처를 드러냈는데 '나 너 사랑하지 않아' 이렇게 확인사살을 당하면 더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애써 덮는 감정이 분노나 화다 ' 설겆이도 못해? ' ' 도대체 당신이 잘하는게 뭐야?' 이렇게 퍼붓고 나면 왠지 힘이 생긴다, 통쾌하다. 내 상처가 드러나지 않았으니 더 상처받을 일도 없다. 그런데 내 상처를 가리기 위해 퍼부은 말로 인해 상대도 상처를 받고 멀어진다. 결국 부부 갈등의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외도치료의 대가인 scott 박사는 불륜을 '달콤한 케이크'에 비유했다. 케이크는 달콤하고 맛있지만 케이크를 안먹는다고 해서 생존에 지장은 없다. 그렇지만 케이크는 달콤하고 건강에 나쁘고 유혹적이다. 불륜은 그런것이다. 내연남 내연녀와는 현실의 어려움들을 나눌 일이 없다. 당장의 생계, 아이들의 학업, 성적, 부모님들과의 갈등, 이런것들을 나누지 않는다. 내가 힘들때 당장 맛볼 수 있는 혀끝의 즐거움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불륜 상대와 결혼을 하고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같은 이유로 불륜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것이다.


내 삶을 영위해주는 것은 케이크가 아니라 담백한 밥과, 쓴맛, 신맛, 단맛 등의 적절히 어우러진 반찬들이다. 내 감정을 배우자와 잘 나누는것, 표면적인 일들로 논쟁하지 않는것만 명심해도 내 남편, 아내와의 거리가 좀 좁아지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현대인의 심리유희> 출간 소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