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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루콜라 May 11. 2021

몸이 아프다면 마음을 살펴야 할 때

“ 선생님 또 눈이....”


과로하거나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일이 있다 싶으면 여지없이 내 눈은 결막 출혈이 일어난다. 최근 1년간은  넘긴다 싶었는데 일주일 사이 2 출혈이 생기니  마음의 긴장에 다시 집중해야 할 때인가 싶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 때 몸이 아픈 경험들을 해았을터이다. 두통으로 시달리기도 하고 소화가 안되거나 자주 배탈이 나기도 한다. 내과에 가서 검사를 해봐도 큰 이상은 없고 흔히 ‘신경성’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이것을 정신의학적으로는 신체화장애라고 한다. 내 주위도 이런 분들이 정말 흔하다. 특히 자주 체하고 배탈이 나고 두통이 있는 분들이 많은데, 병원에 가면 스트레스받지 말고 쉬라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거다. 얼마 전 다녀간 분도 ‘내과 선생님이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워야죠.’라고 겸연쩍게 웃는다.   


  실재 이 증상으로 고통을 받으시는 분들은 상당한 통증과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꾀병으로 봐서는 안된다. 뚜렷한 눈에 보이는 병변이 없다고 하더라도 기능상의 문제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겪기 때문이다. 주로 증상이 자율 신경계의 영향을 받는 내장 장기에 나타나는 것이 흔하다.  우리나라의 한 조사에 의하면 내과에서 입원 치료받는 환자들의 약 71% 가 신체화장애 즉 스트레스로 인해서 발생하거나 스트레스로 인해서 기존의 내과적 질병이 악화된 경우라고 하니 정말 많은 셈이다.   이런 증상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는 스트레스, 유전적인 요인, 심리적 갈등 등을 꼽을 수 있다. 생물학적인 요인은 대체로 외부 스트레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 과도한 카페인, 소금, 니코틴과 연관이 있고, 소음, 공해, 기후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불규칙한 생체 리듬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심한 소음과 미세먼지가 있는 곳에서 자주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들이켜면서 짠 패스트푸드만 먹고 밤낮이 바뀐 상태로 계속 일을 하는 상태로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계속 받게 되면 자율신경계가 지나치게 각성되어 있게 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오히려 생체 리듬이 깨지게 되는데, 면역력도 저하되어 감기나 감염성 질병에 걸리기도 쉬워진다.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성격유형도 있는데 흔히 A형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고 알려져 있다. A형 성격은 조급하고 야심이 많고 공격적이면서 경쟁적인 성격인데, 매사에 꼼꼼하고 성취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지속적으로 몸이 긴장된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관상동맥질환 즉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좀 불안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있다.    


 ‘기분은 잘 모르겠어요 우울한 거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좋지도 않아요’    


신체화장애를 가진 분들, 즉 스트레스 상황에서 몸이 자주 아픈 사람들의 특징은 불안이나 우울증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에 비해서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신체적인 질병을 일으킨다고 볼 수도 있다.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힘들다고 해서 찾아오신 분들에게 지금의 기분, 감정이 어떤지 물어보면 의외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거나 아무렇지도 않다 감정이 어떤지 생각해보거나 느껴보지 않았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다.    

내가 슬프다 기쁘다 화가 난다 이런 표현을 잘할 수 없는 분위기 거나 그런 성향을 가진 경우에 내 몸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의 감정을 의식하거나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감정표현 불능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할 때 우리는 생활의 변화에 적응을 해야 하는데, 개인의 능력에 비해서 업무 강도가 높을 때, 과도하게 책임감이 주어진다던지, 주위의 기대가 너무 높다든지 하면 스트레스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직장생활이 힘들고 스트레스가 심하면 자주 지각하거나 배탈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만큼 내 몸이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 자주 지각하고 위장장애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불성실하고 꾀병을 부린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이해하고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인데, 시험공부로 지나치게 무리를 한다던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성적이 잘 나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경우는 몸이 아픈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도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화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나타나는 양상은 우선은 소화기계 장애가 제일 많다. 입맛이 떨어지고 메스꺼움을 느끼거나 토하기도 하고 소화가 안되고 가스가 찬다. 설사와 변비가 반복이 되고,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도 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액 분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다. 성격적으로는 의존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많은 사람들에게서도 흔하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궤양성 대장염도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소화기계 장애가 많은 이유는 뇌와 장의 신경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신경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그의 저서 ‘느낌의 진화’에서 장을 제2의 뇌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만큼 내 몸속에서 보내는 신호를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가 보면 최근에 소화가 잘 안되고 체했어요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데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어떤 스트레스가 있었고, 여유 없이 허겁지겁 밥을 먹다 이후 체했다 혹은 대충 끼니를 때우게 되는데 자주 배탈이 난다 이런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정말 많다. 우리가 우리 몸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아픈 증상으로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우리 뇌와 장의 신경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했는데, 신경계만 밀접하게 연결된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체계도 스트레스 상태나 생체리듬에 따라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면역력이 떨어져 생기는 질환, 생체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증상,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여러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는데, 기관지 천식, 갑상선 질환, 당뇨병, 여성들의 경우 월경 불순 등의 증상들도 생길 수 있다.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여성들은 생리 주기가 빨라지거나 혹은 늦어지거나 갑작스럽게 무월경이 있는 경우도 생긴다.


그 외에도 피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흔한데, 피부에는 수많은 감각기관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상태의 거울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자주 가렵거나 두드러기가 나기도 하는데,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으시는 분들 중에 몸이 가렵거나 두드러기가 나는 분들도 계시고, 최근에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얼굴에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는 분들도 꽤 많은데, 물론 피부과 치료를 같이 받아야겠지만 최근의 스트레스 등과도 같이 연관을 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내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거나 피한다는 것은 사실 너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급적 내 몸과 마음이 힘들지 않도록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로는 정신과 약물을 사용해서 기본적인 몸의 긴장을 좀 줄여줄 수 있고, 모호한 신체적 통증이나 스트레스 반응을 좀 줄이는데 약물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완요법이나 운동 등이 도움이 되고 산책하기 등의 신체 활동, 사회적 방법으로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것, 종교적 활동으로 기도를 하거나 명상을 하는 것도 추천할 수 있다.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적응하고 극복하는 힘을 회복 탄력성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무조건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건 아니다. 힘들고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그것을 적절하게 경험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말하는 건데, 이 과정에서는 각자가 할 수 있는 정도의 방법으로 서서히 적응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몸이 아프고 꼼짝도 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에게 갑자기 헬스장에 등록하고 노래교실을 다니고 스트레스를 풀어보자고 하면 놀래서 바로 도망가버릴지 모른다. 누군가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는 가족이나 동료가 있다면 우선은 같이 가벼운 산책을 한다거나 대화를 통해 마음을 표현해보도록 하는 단계부터 서서히 시작하는 것이 좋고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마음 편하게 말을 할 상대가 없다면 전문가를 찾아 편하게 상담해보시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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