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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루콜라 May 12. 2021

함께 하지만 외로움을 느낄때

   

“ 선생님,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왜 이렇게 쉽게 상처를 받을까요?

  이제는 사람을 만나기 전에 또 상처받을까봐 마음이 두근두근해요” 

“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지만 저만 외톨이가 된 거 같아요!”

“ 남편과 함께 있어도 너무 외로운 기분이에요” 

“ 저만 왕따가 된 거 같아 너무 화가 나고 힘들어요!” 

“ 출근 할 때면 사람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너무 긴장이 되서 배가 늘 아파요. 그러다 지각해서 또 지적 받고요”

 

끊어질 듯이 줄을 겨우 붙잡은 듯 기운이 없는 모습으로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은 각자의 마음이 짐을 하나둘 풀어놓습니다. 그곳엔 불안함과 우울, 분노 등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데요. 하나같이 외로움이라는 꼬리를 달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이 괴로울 때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감정이 바로 외로움입니다. 동물원에 가보시면 뱀이나 악어 등의 파충류는 혼자 따로 동떨어져 숨어서 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속한 포유류들을 그렇지 않죠. 다 같이 웅크리고 체온을 나누며 쉽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해야 행복을 더 잘 느낄 수 있는데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은 우리 삶에서 결코 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멀리 이민을 갔다 던지, 고향을 떠나 타 지역에서 공부를 하거나 취직을 했다던 지, 결혼하고 낯선 곳에서 터를 잡은 사람들은 쉽게 외로움을 느끼고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우울감이나 불면증, 불안을 느끼기가 더 쉽습니다.     


그런데 이런 특수 상황이 아닌데도 요즘은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몸은 함께 하지만 마음의 연결이 끊어져 있는 경우인데요, 그래서 학교에서도 왕따 문제가 최근에 크게 부각되기도 하고, 높은 이혼율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에 모여서 삽니다. 서울, 부산 등의 대도시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 밀도가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하는 데요, 내 주위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나는 외로움을 느끼죠. 굉장히 역설적입니다.

    

그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몸은 가까이 하지만 서로 마음을 나누고 우리 몸과 마음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연습이 부족해서인지도 모릅니다. UCLA 의대 교수인 대니얼 시겔은 우리가 쉽게 인생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를 물이 담긴 용기에 비유를 했는데요, 우리가 가진 물그릇이 너무 작다면 소금을 티스푼으로 한 스푼만 넣어도 너무 짜서 마시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우리의 그릇이 정말 큰 저수조 같다고 상상한다면 소금 한 스푼 정도야 감칠맛 정도로 느껴질 겁니다.     


물을 담는 그릇을 우리의 마음에 비유한다면 소금은 인생의 어려움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의 그릇이 충분히 크다면 인생의 어려움이라는 소금이 얼마든지 우리에게는 양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 마음이 너무 작아져 있다면, 평소라면 얼마든지 가볍게 넘길 말들이 상처로 다가오게 됩니다. 다들 그런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친구의 농담들이 그날따라 마음 깊이 파고들고 동료의 부주의함이 때때로 직장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의 고통이 된다는 것을 말이죠.    


그 상처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어서 우리 스스로 외로움에 빠져드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외로우면 어떻게 행동할까요? 한번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세요. 외로울 때 우리는 어떻게든 연결을 시도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몇 번 느끼다보면, 얼굴을 보고 만나는 건 너무 두렵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불안하고 우울하니 표정관리도 되지 않고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또 나만 소외감을 느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들로 압도되죠.     


그럴 때 우리를 유혹하는 것은 인터넷 상의 가상공간입니다. 익명의 채팅방에서는 마음이 내킬 때 말을 했다가 내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눈앞의 상대에게 ‘당신 때문에 나 상처 받았어요! 속상해요!’라는 말을 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지만 인터넷 상의 공간에서 상대를 삭제하는 것은 정말 손쉽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외로운 마음을 공간을 바꿔가며 달래보지만 쉽게 충족되지 못합니다. 지금의 마음과는 정반대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 맛있는 음식 사진 등을 소셜 네트워크에 올리는 심리도 비슷합니다. 남들과 비슷하게 보이고 싶고 그렇게 함으로써 외로움을 달래려는 시도입니다.     


극도의 외로움에 마음이 공허해지면 그 감정에 압도 되서 스스로의 몸에 상처를 내는 방법으로 해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술이나 담배, 마약 등의 좋지 않은 방법으로 외로움을 달래는 것도 또 하나의 잘못된 습관이죠. 도저히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서 너무나 괴로워서 하는 시도들인데 그 모습에 주위 사람들은 놀라서 더 멀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과 잘 연결되고 인정받고 행복을 느끼려면 우선은 우리 마음의 그릇을 키워야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을 만나면서 상처 받지 않고 인정받고 같이 어울리며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음의 그릇이 작아져 있다면 일단은 안전한 사람들부터 만나세요. 내 말을 비난하지 않고 잘 들어줄 사람, 가족이나 친구 누구라도 좋습니다. 근처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편하게 상담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도 좋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내 몸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 우선은 필요합니다. 요즘 들어 자주 배탈이 나고 감기를 앓는 상태라면 아마도 내 마음의 그릇이 아주 작아져 있는 상태이고, 그렇다면 내 몸과 마음의 균형이 지금 잘 잡혀 있는 가? 한번쯤 체크해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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