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 루콜라 May 18. 2021

불쑥 찾아오는 공황장애

" 갑자기 마음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힐 거 같았어요"

"한번 그런 증상이 생기고 나니 고속도로는 피하게 돼요"

" 터널의 길이가 길면 아예 못 들어가요"

" 비행기에서 공황 증상을 겪고는 장거리 비행은 꿈도 못 꿔요"


공황 증상으로 가장 많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장벽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들 공황장애는 한번씩 들어보셔서 익숙해하게 느끼시는데요, 잘 모르시고 “저 공황장애인가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아직 많습니다. 공황장애란 심한 불안 증상과, 다양한 신체 증상들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불안장애이기 때문에 보통 응급실이나 내과를 흔히 방문하십니다.     


얼마 전에도 상담을 위해 오신 분이 심한 불안과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러운 증상을 느껴 내과와 이비인후과에서 각종 검사를 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들으셨습니다. “심장이 두근두근 한데 심장의 문제가 아니라고요?”이렇게들 의문을 가지시는데요, 우리의 몸과 마음은 신경으로 다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길을 가다 칼을 든 강도를 만나거나 도심에서 멧돼지가 나타났을 때 지진이나 폭우 등으로 집이 마구 흔들릴 때 느끼는 신체 반응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실제로 운전해서 가다가 도로에 뛰어든 멧돼지를 제 차 바로 앞에서 목격을 했는데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 과정이 아, 멧돼지구나! 하고 인지하고 놀라는 게 아니라, 일단 놀래고 아~ 멧돼지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인데요, 만약 제가 차 안이 아니었다며 일단 도망부터 갔을 겁니다.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이 마구 뛰며 손발이나 몸이 떨리고요, 공포를 느끼거나 가슴 부위에 통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한 손발이나 몸이 떨리고, 땀이 나고, 누가 목을 조르는 듯하며, 어지럽고 졸도할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러한 증상들이 10분 이내 갑작스레 발생하게 됩니다.     

                           

공황장애는 반복적이고 예기치 못한 공황발작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마약 등과 같은 습관성 물질이나 약물, 심장질환 같은 일반적 신체적 상태의 직접적인 증상이 아니어야 하고 사회 공포증, 공황 증상이 나타나는 다른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하죠.    

많은 분들이 공황장애가 마음이 약하고 겁이 많아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내가 마음이 허약해졌나?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 거지?’        

‘나는 그냥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왜 이렇지?’라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문에 검사를 해보면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어 신경성 증상 같다는 말을 흔히 듣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유전적, 심리적 요인들이 같이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실제 그렇게 말씀드립니다. “너무 열심히 살아오셔서 몸이 좀 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일 수 있어요”라고요. 어떤 위험이 있으면 우리의 대뇌는 자율신경계라고 하는 신경조직으로 이에 대한 정보를 보냅니다. 

이 자율신경계 안에 있는 교감신경계에서 에너지를 동원해서 위험할 때 빨리 행동하거나 도망갈 수 있게 하는 것인데요, 공황장애는 바로 이 교감신경계가 위협이 없어도 지나치게 우리를 힘들게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몸이 좀 긴장하고 쉬어주고 반복이 되어야 하는데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긴장되어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에 그런 긴장이 배어 있다 보니 균형이 깨지게 되는 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공황장애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점점 더 진행될 수 있는 병입니다. 처음에는 공황발작이 간간히 일어나는 이외에는 큰 어려움이 없이 지내다가, 결국 공황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장소나 상황을 피하게 돼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거의 모든 일상생활과 모든 장소에 대한 공포심을 갖게 됩니다.     

공황장애 환자분들이 회피하는 곳이 주로 영화관, 마트 백화점, 지하철, 엘리베이터 이런 곳에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게 되는 것이죠. 제가 상담했던 어떤 분은 면담실로 가기 위해 저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던 중, 여러 사람이 우르르 타자 많은 인파 속에 갇힌 상태에서 공황발작이 오게 될까 봐 불안하여 성급히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되면 당사자들은 아무런 희망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우울증에 빠지게 되며, 술을 많이 마시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단계까지 오지 않기 위해서 빨리 치료를 시작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황장애에서의 약물치료는 보통 항 우울제 일종이 권장되곤 합니다.    이 약들은 치료 효과가 좋고 안전한 약물이지만 공황발작을 치료하는데 대개 2~3주 이상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치료 초기에는 항불안제 약물들을 같이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과 약이라고 하면 다 중독이 되는 약이라고 오해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그렇지 않으며 뇌를 손상시키는 약은 더더욱 아닙니다. 또 단순히 증상만을 가라앉히는 약이 아니라, 재발을 하지 않도록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어도 12~18개월 정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중요한 약물들입니다.     

또한 약물치료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 시행되어야 합니다. 환자가 마음대로 약을 복용하거나 중단할 경우에는 치료도 안 되고 오히려 불안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    

공황발작이 처음 운전 중에 나타난 경우, 운전을 하게 되면 이전에 겪었던 공황을 떠올리게 되고 쉽게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상담했던 어떤 분은 우연히 마스크 팩을 얼굴에 올리고 있다가 공황발작을 겪은 분도 계신데요, 그럴 경우 평소 즐겨했던 활동들도 꺼리게 되는 겁니다.     

또한, 공황장애 환자들은 사소한 신체 감각의 변화에도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여서 더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심장마비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나, 혹은 다시 나빠져서 힘들게 치료받은 노력이 무너졌다는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최근의 연구결과들에서는 어떤 기억을 떠올리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할 때 그 기억이 바뀔 수 있다고 합니다. 공황을 유발했던 상황들을 치료 중에 안전하게 경험하면서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자신의 증상이나 반응을 객관적으로 관찰해야 하는데  기분 기록표 등을 작성하고, 호흡 조절이나 근육 이완 등을 훈련하여 공황발작 시에 일어나는 신체 증상 등을 스스로 조절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또한 실제 노출 요법을 사용할 경우, 환자 개별로 다른 상황과 증상에 따라 노출 과제를 함께 작성하여 불안이 가장 적은 항목부터 가장 많은 항목 순으로 정하여 연습하게 되는데요, 이를테면 고속도로나 터널에서 공황 증상을 겪고 피하는 분이라면 짧은 거리부터 운전해보기, 혹은 편안한 지인과 함께 동승해서 운전하기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냄새는 기억을 불러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