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43
- 연간 수조 원에 이르는 예술 작품 불법 거래
- 도난 대작들이 회수되는 행운도
- 대부분은 행방 묘연
예술 작품의 도난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엄청난 액수의 작품들 대부분이 꼭꼭 숨어 있어 행방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수사기관들의 도난 작품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려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Photo: cea + via Flickr/Creative Commons.
지난 6월 그리스 경찰이 2012년 아테네 국립 박물관(National Museum in Athens)에서 도난당한 작품 두 점을 약 10년 만에 회수했다고 발표했다. 이 두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여인의 두상(Woman's Head, 1939)'과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풍차와 여름 별장(Stammer Mill with Summer House)'이다.
경찰에 따르면 수사망이 점차 좁혀지는 것을 두려워한 범인이 익명으로 제보한 은닉 장소 정보를 토대로 그리스의 한 지방 숲 골짜기에서 비닐에 싸인 채 버려져 있는 작품들을 입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곧이어 미술품 절도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는 건설 노동자로 평소 예술에 관심이 많아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했다. 절도죄가 확정된다면 용의자는 그리스 형법에 따라 5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알려졌다.
피카소의 '여인의 두상(Woman's Head, 1939)'은 이 거장이 당시 연인이었던 도라 마르(Dora Maar)를 모델로 창작한 것으로, 나치 침공에 대항한 그리스 국민들을 지지하며 1949년 이들에게 선물한 작품이다. 작품 뒷면에는 작가가 자신의 이름과 함께 '그리스 국민들을 위한 헌사'라는 메시지를 써넣기도 했다. 뜻깊은 작품의 도난으로 당시 엄청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었던 데다가, 작품 뒷면의 작가 친필 메시지로 인해 용의자가 이 작품을 처분하기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905. Photo: Netherlands Institute for Art History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연간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예술 작품은 액수로 따지면 한화로 수조 원에 이른다. 또, 그중 상당수가 도난당한 작품이라고 추정했다. 그리스의 사건처럼 도난당한 작품을 회수하는 사례도 종종 있긴 하지만 몇십 년이 지나도 행방이 묘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Groninger Museum, Groningen, Netherlands, 1884. Photo: CNN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지난 2020년 3월 네덜란드의 한 미술관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봄 뉘넌의 목사관 정원(The Parsonage Garden at Nuenen in Spring)'이 사라진 것이다. 당시 COVID-19으로 인해 네덜란드의 미술관들이 문을 닫은 상황이었고, 고흐의 작품을 대여해 전시하던 지방의 미술관은 경비인력도 많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어 5개월 후 8월에 같은 용의자가 또 다른 네덜란드 미술관에서 프란스 할스(Frans Hals)의 '맥주잔을 들고 웃는 두 소년(Two Laughing Boys with a Beer Mug)'를 훔치는 일이 발생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경비인력이 많지 않고, 미술관들이 문을 닫은 때를 이용해 연이어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Photo: The Yorck Project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하지만 용의자의 뒤를 쫓던 도난 작품 전문 탐정이 용의자가 판매를 시도하며 암시장에서 이용되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고흐의 해당 작품 사진을 발견했다. 이후 이어진 탐문 수사 끝에 올 4월 경찰이 범인을 체포했다. 네덜란드 경찰은 대부분 수십 년이 걸리는 작품 도난 사건에 비해 1년 여라는 짧은 시간 내에 범인을 체포하는 개가를 올렸으나, 범인의 자백 거부로 결국 행방불명된 작품들은 찾지 못했다.
범인은 네덜란드 형법 상 절도죄 최고형인 8년을 선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작품들의 행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한다. 두 작품의 가치는 합산해 미화 약 2,000만 달러(한화 23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어림짐작 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과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자국의 도난당한 예술 작품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온라인으로 도난 작품을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도 각국의 정보를 기반으로 52,000 여 점의 도난 작품 데이터베이스를 갖추어 지난 3월 도난당한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인터폴 애플리케이션의 시범 시행기간에 4점의 도난 작품을 회수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도난된 작품들이 영원히 숨어 버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되찾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들이 선보이는 새로운 시도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