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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e Lee Jan 11. 2022

영화 속의 예술 작품 - (2)

케이트의 아트마켓 47

-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예술 작품의 저작권

-    저작권자의 승인이 필요한 2차적 저작물

-    전문 업체 이용에 따른 난점도  


지난 칼럼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예술 작품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영화 속 작품들이 어떤 절차를 거쳐 등장하고, 또 영화에 등장하는 작품들의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걸작의 영화 등장과 파기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게르니카(Guernica)', Museo Reina Sofia, Madrid, Spain, 1937.

Photo: Citizen59 via Flickr/Creative Commons.


스페인의 대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게르니카(Guernica).'  흑백과 회색으로 이루어진 이 대작은 1937년 피카소가 스페인 내전 당시 나치 독일과 파시스트 이탈리아가 반정부군의 요청으로 스페인 북부 도시인 게르니카를 폭격한 후 창작한 작품이다.  고통받는 게르니카의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감동적인 반전(反戰) 회화로 꼽히곤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작품의 창작 기법을 연구하고 똑같이 본떠 만들어진 대형 작품이 페인트 범벅으로 망가진 일이 있었다.   영화 '바스키아(Basquiat, 1996)'는 그라피티(graffiti) 작가로 출발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의 반열에 올라선 미국의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짧은 일대기를 소재로 한 예술가의 삶이 주제인 만큼 영화에는 바스키아와 그와 관련된 작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등장한다.   

'게르니카'의 등장이 꼭 필요했던 영화 제작진은 피카소 재단 측에 복제 요청을 구했다.  프린트물이 아닌 실제 작품과 같은 화법으로 제작하는 유화로 사실상 복제화를 만들어내는 일이었기 때문에 재단 입장에서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오랜 협상 끝에 결국 양측은 단 한 점의 복제화를 제작한 후 촬영이 끝나면 복제본을 파기하고 이를 기록해 재단 측에 증거로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오랜 시간 작품을 연구하고 또 똑같이 제작한 후 영화에 등장하는 단 몇 초의 장면을 촬영하는 일이 이어졌다.  촬영 종료 후 제작진은 엄청난 양의 페인트를 섞어 대형 롤러로 복제화 위에 덧씌웠다.  이후 페인트가 마르기 전 젖은 상태에서 그림을 여러 겹으로 접어 다시는 복원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피카소 재단 측에 전달하는 것으로 '게르니카'의 영화 속 등장이 가능해졌다.    



영화를 위해 창작자의 화풍으로 만들어진 작품들


Photo: Yann Caradec via Flickr/Creative Commons.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모욕적인 오렌지(Offensive Orange, 1982)', the exhibition: Jean-Michell Basquiat, Louis Vuitton Foundation, Paris (2018-2019).  


영화 '바스키아'의 제작에 얽힌 일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작진은 사전에 바스키아 재단에 원작의 이미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승인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제작진은 바스키아 화풍의 작품들을 제작하고, 이를 일일이 바스키아 재단의 변호사에게 검사를 받아 통과한 작품만을 영화에 사용할 수 있었다.  최대한 바스키아가 창작한 듯 보이는 작품을 만들어 내되, 지나치게 유사해서 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을 정도의 작품을 골라내는 것이다.  

 

이렇듯 예술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쓰이는 경우에는 저작권을 포함한 법적 문제들이 수반된다.  저작권(Copyright)은 지적재산권의 한 유형으로 예술적 창작물의 창작자가 가지는 독창적 창작물의 복제, 공표, 또는 판매 등에 대한 독점적 권리이다.  작가가 계약에 의해 양도하지 않은 이상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창작자인 작가에게 있다.  


기존의 원저작물을 바탕으로 변형 등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2차적 저작물(derivative works)이라 한다.  창작자가 가지는 저작권은 자신의 창작물을 바탕으로 이러한 2차적 저작물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다시 말해 작가의 허락 없이 남의 작품을 영화 등의 제작에 사용해 2차적 저작물을 만드는 것은 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민.형사상 책임이 따르게 된다.    



복제 허락으로 만들어진 작품들까지


Photo: Tim Pendemon via Flickr/Creative Commons.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가을 리듬(Autumn Rhythm; Number 30)',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1950.  


반면 작가 유족 재단 측으로부터 전면적 허가를 받은 사례도 있다.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미국의 잭슨 폴락(Jackson Pollock)은 바닥에 펼친 캔버스 위로 물감을 쏟거나 방울로 떨어뜨려 표현한 대형 작품들로 유명하다.  은둔자적이고 감정 기복이 심한 성향과 알코올 중독과의 사투로 평탄치 않았던 작가의 삶을 다룬 영화 '폴락(Pollock, 2000)'의 제작진은 작가 유족 재단(Pollock-Krasner Foundation) 측으로부터 작가의 전작 도록에 있는 모든 작품의 복제 허가를 받았다.   


작가의 창작과정과 작품의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 제작진은 작가의 기법과 같은 방식으로 직접 작품들을 만들었다.  완전히 같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작가의 창작에 대한 고뇌와 과정을 보여준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였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 예술 작품을 이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예술의 형태가 만나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내는 예술 창작의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 몇 초의 컷을 위해서라 할지라도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창작물을 이용할 때는 먼저 저작권자와 협의 후에 이용해야만 다른 창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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